2008년 9월 17일 수요일

쿤드리, 릴리쓰, 성배, 그리고 템플기사단

아래 글을 읽고 씀:
http://blog.goclassic.co.kr/conrad30/1221630807

잘 읽었습니다. 제 의견을 몇 가지 말씀드릴게요.

1. 쿤드리를 막달라 마리아에 대입하니 좀 어색하다고 느낍니다. 구르네만츠를 세례 요한에 비유하면 더 어색해집니다. 클링조르는 쿤드리를 헤로디아스라 했거든요.

클링조르
오라! 오라! 내게로!
네 주인이 부르노라 이름 없는 이여,
태초의 마녀여, 지옥의 장미여!
너는 헤로디아스였고, 또 무엇이었느냐?
거기서는 군드리기아스였고, 여기서는 쿤드리이니!
오라, 이리 오라, 쿤드리!
네 주인이 부르노라. 명을 받들라!
(번역: 김원철)

제가 생각하는 쿤드리의 정체는 릴리쓰(Lilith), 태초의 악이자 아담과 이브를 꾀어낸 뱀입니다.
참고:
http://en.wikipedia.org/wiki/Lilith

2. 바그너는 성배(San(ct) Gral)가 '왕의 피'(Sang Réal)에서 온 말이라 했습니다. 이 점에서는 <다빈치 코드>와 같습니다. 다만, 바그너가 '왕의 피'를 메로빙거 왕조 혈통이라 생각했다는 증거는 못 봤습니다. 저는 바그너가 '왕의 피'를 상징적인 뜻에서 이스라엘 왕, 즉 예수 그리스도가 흘린 피라 보았다고 생각합니다. <파르지팔>에서는 암포르타스가 흘린 피이기도 하지요.
참고:
http://wagnerian.textcube.com/137

3. <파르지팔>은 볼프람 폰 에셴바흐의 <파르치팔>이 중요한 모티프가 되었지요. 그레이엄 핸콕에 따르면 볼프람은 템플기사단원이었습니다. 템플기사단은 성전으로 가는 길목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십자군 전쟁에 참전했는데, 그때 단원 수는 명분과는 어울리지 않게도 9명뿐이었고, 실제로는 솔로몬 성전 터에 천막을 치고 10년 넘게 발굴/탐사 작업을 벌였다고 합니다. 거기서 뭘 찾아내거나 배웠는지는 알 수 없지만 복귀하고 나서 갑자기 왕이나 교황과 대등한 돈과 권력을 거머쥐었습니다. 그리고 볼프람이 <파르치팔>을 쓰기 시작한 때는 십자군이 살라딘 군대에 패하여 예루살렘 왕국이 함락된 직후이며, <파르치팔>에 묘사된 배경은 아서 왕 시대가 아닌 십자군 원정 당시와 맞아떨어진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 그레이엄 핸콕은 <파르치팔>에 묘사된 지리는 성궤가 숨겨진 위치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바그너는 <파르지팔>에 나오는 성배기사단이 템플기사단과 복장이 비슷하다고 했습니다.

템플기사단원이었던 볼프람은 성배가 돌(石)이라 했고, 요즘에는 돌과 관련한 비전 지식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템플기사단이 이단으로 몰려 숙청당한 다음 생존자가 영국으로 도망가 새로 만든 비밀 결사가 '자유 석공 조합' 즉 프리메이슨이라고 하지요. 프리메이슨이 템플기사단을 이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지만 거의 공공연한 비밀인 것 같더군요. 바그너가 프리메이슨 회원이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바그너의 장인이었던 리스트는 공인된 프리메이슨 회원이었습니다. (나중에 붙임: 바그너는 프리메이슨 가입신청했다가 사실상 거부당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쓴 게 <파르지팔>이지요.)

참고:
http://blog.naver.com/patomusic/120007969434
http://blog.naver.com/patomusic/120007970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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