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20일 일요일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어>는 왜 오페라로 회귀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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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카페 <바그네리안>에 갔다가 옛날에 제가 쓴 글이 보여서 퍼왔습니다. 조서연님과 주고받은 글인데 함부로 퍼오기 뭣해서 제가 쓴 글만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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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알려 주세요!! <마이스터징거>는 왜 오페라로 회귀했는가 아시는 분

   * 글쓴이: 김원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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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7.07.04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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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1) 바그너의 후기 작품, 특히 트리스탄 이후의 음악 어법(특히 화성 진행)은 다크 포스가 너무 강하므로 희극에 맞지 않습니다. 마이스터징어에서는 이것을 '순화'시킬 필요까 있었을 겁니다.

2) 마이스터징어는 바그너의 예술관을 피력한 작품이라 할 수 있죠. 메시지의 효과적인 전달을 위해서는 작품이 난해해서는 안 됩니다.

3) 이 작품에 나타난 예술관의 요체는 '온고지신'이랄 수 있겠죠. 발터가 성공하기 위해서 작스라는 이름의 전통을 받아들여야만 했던 것처럼 <마이스터징어> 자체도 전통에 어느 정도 무게를 두어야 했을 겁니다. 비교적 덜 급진적인 화성을 사용한 것이나 바(bar) 형식 등의 전통적인 악식(musical form)을 사용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을 테고요.

Re:Re:Re:알려 주세요!! <마이스터징거>는 왜 오페라로 회귀했는가 아시는 분

   * 글쓴이: 김원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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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7.07.05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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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씀도 일리가 있네요. 방어를 해보자면,

2. 표리부동에 대해 말씀하신다면 바그너야말로 표리부동한 인간이 아닙니까. 으허허...^^;;;

작스는 '고(故)'를 대표하고 발터는 '신(新)'을 대표하니 작스는 물러나는 게 맞지요. 그것을 바그너의 사생활과 직접 연결시키면 당연히 모순이 됩니다. ^^;

3. 오페라는 근본을 따지자면 이탈리아가 아닌 그리스의 것이고, 따라서 바그너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곳과 맞닿아 있습니다. 바그너가 비판하고자 했던 것은 스타 가수의 요구에 지나치게 충성하는 '이탈리아' 오페라였죠. 또 마이어베어 등을 비난한 것은 사실은 그보다 마이어베어 등이 자신의 출세길을 막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따지자면 바그너가 마이어베어에게 영향 받은 부분도 무시 못하죠.

<마이스터징어>는 이탈리아 오페라와는 많이 다릅니다. 닮은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그리스 비극의 재현으로 바그너 자신도 납득할 만한 부분이었다고 생각되고요.

징슈필은 연극 중심적인 사고를 담고 있으므로 총체예술의 이념과 맞지 않습니다. "바그너는 음악만이 오래된 기원들을 회상할 만한 힘을 가졌고, 따라서 그것은 현대의 평범한 사회에서 왜곡되고 또한 거의 인지하기 힘든 원초적인 인간성의 회복에서 결정적인 구실을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김문환)

독일적인 요소라면 무엇보다 베토벤의 유산(특히 모티프를 다루는 방식)을 계승하는 것이 핵심이겠고, <마이스터징어>는 그 점에서 충분히 독일적(베토벤적)입니다.

그리고 음악 형식에서 독일적인 요소를 찾자면 바(Bar) 형식이 전체 악곡을 지배한다는 점을 들 수 있겠죠. 바 형식은 Gesang-Gesang-Abgesang 꼴의 음악 형식으로 1막에서 코트너가 노래의 규칙을 설명하는 대목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이 대목 자체를 비롯해서 작품의 주요 장면이 바 형식으로 되어 있고, 전체 막 구성도 거대한 바 형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3막은 1, 2막에 대한 거대한 Abgesang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바 형식은 엄밀히 말하면 독일 고유의 음악 유산이 아니고 중세 남부 프랑스의 투르바두르의 음악 등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교가 중국만의 문화유산이 아닌 것처럼 바 형식 또한 독일의 민네징어와 마이스터징어의 중요한 음악 유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Re:Re:Re:Re:Re:알려 주세요!! <마이스터징거>는 왜 오페라로 회귀했는가 아시는 분

   * 글쓴이: 김원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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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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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7.07.05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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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한자에 대해서는 무식합니다만, 국어사전에 "溫故知新"이라고 나오는군요.

http://www.korean.go.kr/06_new/dic/search.jsp?sourceid=Mozilla-search&att1=%EC%98%A8%EA%B3%A0%EC%A7%80%EC%8B%A0

모르기는 해도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지피지기 백전불태'가 '백전불패'로 바뀐 것처럼 '온고지신'도 좀 더 쉬운 한자로 바뀐 게 아닐까 싶네요.

오페라 얘기는 그러니까, 애초에 오페라는 그리스 비극을 살리자는 의도에서 출발했으나 스타 시스템에 영합하는 등의 폐단이 나타났고, 바그너는 그것을 비판했던 것이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바로잡으면 되지 오페라라는 장르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는 겁니다.

마이어베어 얘기는, 으음, 저도 정확한 출처가 기억 안 나네요. 쿨럭..;; 하여간, 말씀하신 <음악에 있어서의 유대성>이라는 글("음악 속의 유대성" 정도가 어법에 맞습니다. '있어서의' 같은 말은 일본어의 흔적이라 좋지 않아요. ^^)이 바그너의 인종적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멘델스존과 마이어베어 등을 끌어내리려는 목적에서 쓴 것이라는 얘기였습니다. 마이어베어가 바그너의 출세길을 막는다는 말이 마이어베어가 악의적으로 바그너를 방해했다는 말이 아니라, 마이어베어가 그보다 앞서 성공한 음악가이기 때문에 그의 위치 자체가 바그너의 성공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되었다는 것이죠. 바그너의 됨됨이를 생각할 때 실제로 바그너가 그렇게 생각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고요. 인종주의 얘기 좀 더 하자면, 당시 바그너 주변에 유대인 친구가 많았다고 하죠. <파르지팔>을 초연한 지휘자도 유대인이었고요.

탄호이저 얘기는 왜 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탄호이저>의 개작은 바그너가 성공을 위해서 현실적인 요구와 타협하기도 했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또 다른 사례가 되겠군요. (뭐 결과적으로는 바그너의 후기 음악 양식을 적용한 측면이 더 강했지만요.) <마이스터징어>에서도 마찬가지로 반대 세력과 부동층(?)을 설득하려면 베르디 등의 기법을 일부 수용할 필요도 있었지 않았을까 싶네요.

김문환 선생님의 글은 229쪽의 글을 인용했습니다. 좀 더 인용해 볼까요?

"바그너가 「오페라와 드라마」에서 극, 즉 드라마는 표현의 목적이고, 음악은 표현의 매체라고 한 것도 이와 연관된다. 이러한 도발적 진술은 음악극에서 대본은 기본요소들 중의 하나에 불과한 것이지 전체 내용이 아니라는 바그너의 기본전제로부터 이해되지 않으면 음악이 대본에 종속되어야 한다라는 주장으로만 생각되기 쉽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서 극은 단순한 대본을 의미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바그너는 음악만이 오래된 기원들을 회상할 만한 힘을 가졌고, 따라서 그것은 현대의 평범한 사회에서 왜곡되고 또한 거의 인지하기 힘든 원초적인 인간성의 회복에서 결정적인 구실을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Re:김원철님, 혹시 달하우스의 <바그너의 음악미학>에서 한 수 가르쳐줄 수 없을까요

   * 글쓴이: 김원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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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 19
   *
   * 07.07.07 20:17

http://cafe.daum.net/saintchwajin/F6v/1351주소 복사

마이스터징어의 가창법에 관한 문헌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물결 모양은 비브라토를 표시한 것인가요? ^^; 벨칸토 창법은 18세기에 나온 것이고, 특히 강력한 성량과 진폭이 큰 비브라토는 19세기에나 나온 것이니, 모르기는 해도 그 이전에는 비브라토가 그리 흔히 쓰이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실제로 한스 작스를 비롯한 마이스터징어의 작품이나 다른 여러 고음악 녹음을 들어보면 비브라토를 잘 쓰지 않고 그냥 맑고 담백한 목소리로 노래하더군요. 벨칸토 창법에서는 마스케라(Maschera)라고 해서 일종의 비강 공명법을 쓰는데, 16세기 이전의 음악에서 마스케라를 쓰는 경우는 못 본 것 같습니다.

달 하우스의 바그너 분석 문헌이 있으면 저도 읽고 싶네요. ^^; 우리나라는 특히 문헌 쪽으로는 완전히 바그너 불모지인데다, 바그너 분석 하면 흔히 볼조겐이나 쿡 등의 라이트모티프 분석 정도로 끝나기 때문에 바그너 분석 문헌은 거의 못 봤어요. 조서연님 일본어 실력이 되신다면 일본어 문헌 좀 소개해 주세요. ^^;

제가 예전에 학교 도서관에서 바그너 관련 도서를 꼼꼼히 뒤져 봤는데, 바그너의 음악을 분석한 책이 딱 하나 나오더군요. (바그너의 생애나 미학 등을 소개한 책은 꽤 있었습니다.) 달하우스의 분석은 안 나오지만, 대신 달하우스의 바그너 분석에 관한 견해가 소개되었더군요. 그걸 네 줄로 요약한 게 아래 링크입니다. ㅡ,.ㅡ

http://wagnerian.new21.org/wagner/tristan/2_1_retornello.html

그러니까 모티프 이름 붙이기 식 분석은 음악 외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화성이나 리듬 등의 전체적인 짜임새를 따지는 데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바그너 학자가 아닌 '음악학자'의 시각으로는 쓸데없는 짓입니다.

하 인리히 셴커의 분석 이론은 오늘날 음악 분석에 매우 널리 사용되는데, 바그너 분석에도 종종 사용되더군요. 알프레드 로렌츠는 바그너의 작품을 그래프 등을 사용해 분석했는데, 추상적인 분석법이라는 점에서 셴커식 분석과 통합니다. 자세한 얘기를 하자면 음악대학의 일 년짜리 강의로도 부족한데다 사실은 저도 잘 모르므로 무책임하지만 링크 몇 개만 달아놓고 도망갑니다. ^^

http://blog.daum.net/ssuayah/4316335
http://blog.daum.net/flutegirl/4396841
http://en.wikipedia.org/wiki/Schenkerian_analysis
http://www.schenkerguide.com/

마 지막으로 그로브 사전에 소개된 <마이스터징어> 관련 논문을 소개할게요. 이 가운데 하나라도 구할 수 있으면 성공한 겁니다. 저작권이 지난 논문은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을지도 모르지만 전부 독일어이므로 좌절. 그냥 그림의 떡으로 소개해 드리는 거예요. ㅡ,.ㅡa

Wagner, (1): Richard Wagner, Bibliography, analysis and criticism: individual studies, Die Meistersinger von Nürnberg
n: analysis and criticism: individual studies
Die Meistersinger von Nürnberg
J. Tiersot Etude sur les Maîtres-chanteurs de Nuremberg de Richard Wagner (Paris, 1899)
R. Sternfeld ‘Hans Sachsens Schusterlied’, Die Musik, i (1901–2), 1869–75
K. Grunsky ‘Reim und musikalische Form in den Meistersingern’, Richard Wagner-Jb, v (1913), 138–87
O. Strobel ‘“Morgenlich leuchtend in rosigem Schein”: wie Walthers “Preislied” entstand’, Bayreuther Festspielführer 1933, 148–60
R.W. Stock Richard Wagner und die Stadt der Meistersinger (Nuremberg and Berlin, 1938)
R.M. Rayner Wagner and ‘Die Meistersinger’ (London, 1940)
W.E. McDonald ‘Words, Music, and Dramatic Development in “Die Meistersinger”’, 19CM, i (1977–8), 246–60
R. Brinkmann ‘Über das Kern- und Schlusswort der “Meistersinger”’, Bayerische Staatsoper: Meistersinger Programmheft zur Neuinszenierung (Munich, 1979), 82–91
E. Voss ‘Gedanken über “Meistersinger”-Dokumente’, Bayerische Staatsoper: Meistersinger Programmheft zur Neuinszenierung (Munich, 1979), 76–81
A. Csampai and D. Holland, eds. Rororo Opernbücher: Die Meistersinger von Nürnberg (Reinbek bei Hamburg, 1981) [incl. E. Voss: ‘Wagners “Meistersinger” als Oper des deutschen Bürgertums’, 9–31; Eng. trans., Wagner, xi (1990), 39–62]
R. Turner ‘“Die Meistersinger von Nürnberg”: the Conceptual Growth of an Opera’, Wagner, iii (1982), 2–16
J. Wildgruber ‘Das Geheimnis der “Barform” in R. Wagners Die Meistersinger von Nürnberg: Plädoyer für eine neue Art der Formbetrachtung’, Festschrift Heinz Becker, ed. J. Schläder and R. Quandt (Laaber, 1982), 205–13
N. John, ed. The Mastersingers of Nuremberg (London, 1983) [ENO opera guide]
E. Voss ‘Die Entstehung der Meistersinger von Nürnberg: Geschichten und Geschichte’ (Mainz, 1983), 7–19 [facs. edn of 1862 lib.]
L’avant-scène opéra, nos.116–17 (1989) [Die Meistersinger issue]
B. Millington ‘Nuremberg Trial: is there Anti-Semitism in Die Meistersinger?’, COJ, iii (1991), 247–60
S. Spencer ‘Wagner’s Nuremberg’, COJ, iv (1992), 21–41
A. Groos ‘Constructing Nuremberg: Typological and Proleptic Communities in Die Meistersinger’, 19CM, xvi (1992–3), 18–34
J. Warrack, ed. Richard Wagner: ‘Die Meistersinger von Nürnberg’ (Cambridge, 1994)
© Oxford University Press 2007
BARRY MILLINGTON (1, work-list with JOHNDEATHRIDGE, CARL DAHLHAUS, ROBERT BAILEY,bibliography), ELIZABETH FORBES (2), CHRISTA JOST (3), PAULSHEREN (4, 5): 'Wagner, (1): Richard Wagner, Bibliography, analysis and criticism: individual studies, Die Meistersinger von Nürnberg', Grove Music Online (Accessed 07 July 2007), <http://www.grovemusic.com/shared/views/article.html?section=music.29769.1.18.14.4>


붙임. 제 리뷰를 읽으신다니 영광이네요. 근데 그거 데스크에서 멋대로 고쳐서 이상하게 만들어서 출간하더라고요.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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