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세나키스: 리바운드 B (르봉 B)
크세나키스는 루마니아 출신 그리스계 작곡가이자 건축가이며, 프랑스에서 주로 활동했다. 확률론을 비롯한 여러 가지 수학 이론을 작곡에 도입한 실험적인 시도로 20세기 음악에 중요한 발자취를 남겼다. 크세나키스의 대표작 중 하나인 ‹리바운드›는 제의적인 성격의 타악기 독주곡이다. 작곡가는 다음과 같은 설명을 남긴 바 있다.
“‹리바운드›는 A와 B 두 부분으로 되어 있다. 두 부분을 연주하는 순서는 정해져 있지 않고, AB 순서이건 BA 순서이건 휴식 없이 연주하면 된다. 메트로놈 지시는 대략적이다. A 부분은 가죽울림악기인 봉고 2대, 톰톰 3대, 큰북 2대만을 사용한다. B 부분은 봉고 2대, 툼바, 톰톰, 큰북, 그리고 우드블록 세트를 사용한다. 가죽울림악기들과 우드블록은 넓은 음역을 사용하도록 조율돼야 한다.”
이 작품은 지휘자이자 타악기 연주자 아드리앙 페뤼숑의 연주로 한국 관객에게 알려져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수석 타악기 연주자를 역임했던 그는 한국 전통음악 연주자 김덕수의 연주에 감명 받았고, 이후 자신의 리사이틀에서 ‹리바운드 B›를 연주할 때 일부 타악기를 장구, 대고, 소고 등 한국 전통 타악기로 대체해 연주하기도 했다.
I. Xenakis: Rebonds B for multipercussion (1989)
Iannis Xenakis, a Greek architect and composer born in Romania, made significant contributions as a contemporary music composer in the latter half of the 20th century. He primarily worked in France, where he engaged in experimental endeavors, incorporating various mathematical theories such as probability theory. One of his masterpieces, ‹Rebonds›, weaves a ritualistic tapestry of intricate rhythms across two substantial movements. The composer’s note provides insight into the composition:
“Rebonds is in two parts, A and B. The order of play is not fixed: either AB or BA, without a break. The metronomic indications are approximate. Part A only uses skins: two bongos, three tom-toms, two bass drums. Part B uses two bongos, one tumba, one tom-tom, bass drums, and a set of five wood blocks. The tuning of the skins and the wood blocks should extend over a very wide range.”
Interestingly, this work is known to Korean audiences through the performance of conductor and percussionist Adrien Perruchon. Having served as the principal percussionist of the Seoul Philharmonic Orchestra, Perruchon was deeply moved by the performance of traditional Korean musician Duk-soo Kim. While playing ‹Rebonds B› in subsequent recitals, Perruchon even substituted some of the percussion instruments with Korean traditional ones, such as janggu, daego, and sogo.
아페르기스: 몸에서 몸으로
열 시가 되기 전에, 그들은 양쪽의 모든 트랙에, 어깨를 나란히 하고 빽빽이 자리했다. 보이는 것은 오직 결승선에서, 때때로 전차가 나타나 (운전자는 빛나는 헬멧을 움켜잡고, 뛰어오르고, 팔을 다치고) 먼지 구름을 헤치고 나와, 오토바이에서 비틀거리며 내리고, 정비팀이 달려들어 재빨리 연료를 채우고, 새로운 운전자를 태우고 다시 트랙으로 달려 나가는 모습이다. 부상당한 팔에서 피가 흐른다. 어마어마한 함성이 터져 나온다. (조르주 아페르기스)
G. Aperghis: Le corps à corps for zarb and voice (1978)
Before ten o’clock, around the body, they were already dispersed all along the track, on both sides, packed shoulder to shoulder. The only visible actions occurred at the finish line, from which from time to time a chariot emerged – seizing the shining helmet, leaping up, injuring his arm – blasting out of the cloud of dust, and staggering down from his motorcycle, which the maintenance team rushed to refuel and launch back onto the track, with a brand new rider on it. From the fresh wound on his arm the blood flows. Immense cries arise. (Georges Aperghis)
흐리스토스 하지스: 임신 제례
다섯 옥타브 마림바와 오디오를 위한 ‹임신 제례›는 1990년대에 작곡된 일련의 작품 중 하나다. 그 작품들을 관통하는 연결고리는 이누이트의 ‘목노래’(쓰롯 싱잉, throat singing)다. 내가 이누이트와 그들의 문화에 매료된 것은 1992년 CBC 라디오의 라디오 다큐멘터리 ’캐나다의 아이디어’와 그 음악을 제작하면서부터다. 그 당시, 이 기묘하고도 잊히지 않는 음악을 처음 들었다. 몇 년 후, 나는 이누이트 문화와 그들의 목노래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비슷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CBC의 프로듀서 키스 호너(Keith Horner)와 함께 캐나다 북극 제도의 배핀섬으로 찾아가 2주간 이칼루이트와 케이프 도셋의 이누이트 공동체 원로들을 인터뷰하고, 사람들이 부르는 목노래를 녹음했다. (이칼루이트에서는 안젤라 아타구탁과 폴린 캭, 엘리사 킬라북과 쿠무 노베이약의 노래, 그리고 케이프 도셋에서는 엘리가 마기탁, 나파치 푸투국, 티마각 페토타시와 하우낙 미키각의 노래를 녹음했다) 그때 녹음한 자료는 ‹임신 제례›를 포함해 총 네 작품에 사용됐다. 나머지 세 곡은 38분 길이의 라디오 다큐멘터리이자 음악 작품인 ‹새 눈의 발자국›, ‹현악 4중주와 테이프를 위한 누나부트(Nunavut)›, 록 키보디스트 모건 피셔가 당시 일본에서 제작하던 미니어처 콤팩트디스크를 위해 의뢰했던 1분짜리 미니어처 작품 ‹사냥꾼의 꿈›이었다.
이 작품의 제목은 그들의 목노래 중 하나에서 따온 것이다. 이칼루이트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며 키스 호너와 나는 목노래가 원래 남자들이 사냥을 나갔을 때 여자들이 부르는 샤머니즘적 짝짓기 소리, 즉 ‘다산 의식’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작품에서 카타쟈크(katajjaq, 목소리로 하는 게임)는 그 원시적 관습을 불러일으키는 데 사용된다. 이들 카타쟈크의 성적인 암시는 여러 방식으로 강화된다. 전자적 처리(음고를 한 옥타브 이상 낮추거나 원래 소리를 거친 호흡처럼 들리게 바꾸기)를 하기도 하고, 청자들에게 보다 익숙한 유혹적인 음악 양식을 카타쟈크와 병치하기도 했다. 프랑스적 분위기를 풍기는 2악장이나 탱고 같은 3악장이 그러한 예다. 카타쟈크 샘플 외에도 테이프 파트는 미리 녹음된 마림바 소리(일반적인 소리, ‘구부러진’ 소리, 활로 연주한 소리)로 구성되어 있으며, 음색과 음악적 처리 양 측면에서 마람바라는 악기의 역량을 가상적 방식으로 확장시킨다. 프로그램의 측면에서 무대 위에서 악기가 퍼포머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면, 테이프 파트는 그와 대조적으로 퍼포머의 ‘생각’ 또는 ’본능’을 나타낸다. 1악장에서 부드러우면서도 소유욕이 없는 듯한 마림바의 음악과 어둡고 갈망하는 듯한 목소리가 서로 모순되듯이, 때로는 ’느껴지는 것’과 ’말해진 것’이 정반대인 경우도 있다. 그러나 종국에는 내면과 외면의 세계 모두 속박을 벗어난 자유분방함으로 합쳐지며, 섹슈얼리티와 삶에 대한 찬미를 보낸다. (흐리스토스 하지스)
Christos Hatzis: Fertility Rites for marimba and electronics (1997)
Fertility Rites for five-octave marimba and audio is part of a series of works all written in the 1990-ies. The connecting thread that runs through all of these works is Inuit throat singing. My fascination with the Inuit and their culture started in 1992 during the course of creating a radio documentary/composition for CBC Radio called ‹The Idea of Canada›. That was the first time I heard this strange and haunting music. A few years later I got myself involved in a similar project this time focusing entirely on Inuit culture and throat singing in particular. This latter project took CBC producer Keith Horner and me to Baffin Island in arctic Canada where we spent two weeks recording throat singers and interviewing elders of the Inuit communities in Iqaluit and Cape Dorset. (We recorded Angela Attagootak & Pauline Kyak, and Elisha Kilabuk & Koomoo Noveyak in Iqaluit, and Eligah Maggitak, Napachie Pootoogook, Timagiak Petautassie & Haunak Mikigak in Cape Dorset.) The recorded material was eventually used in four compositions (including this one) the other three being ‹Footprints in New Snow›, a thirty-eight minute radio documentary/composition, ‹Nunavut for string quartet and tape› and ‹Hunter’s Dream›, a one-minute miniature commissioned by rock keyboardist Morgan Fisher for a compact disc of miniatures he was producing at the time in Japan.
The title of the work derives from the throat songs themselves. In one of our interviews in Iqaluit Keith and I learned that throat songs were originally a fertility ritual, a shamanistic mating call which the women performed while the men were out hunting. The katajjaq (vocal games) in this piece are used to evoke this primordial practice. Their sexual suggestiveness is further enhanced by electronic processing (lowering the pitch by an octave or more transforms the original sound into a semblance of heavy breathing), or through juxtaposing the katajjaq against other types of amorous music stylistically more familiar to the listener, such as the ‘French-sounding’ second movement or the tango-like music of the third. In addition to the katajjaq samples, the tape part consists of prerecorded marimba sounds (normal, ‘bent’ and bowed) which both in terms of timbre and musical treatment represent a virtual extension of the instrument’s abilities. In a programmatic sense they represent the performer’s ‘thoughts’ or ‘instincts’ in contrast to the instrument on stage which represents the performer’s ‘voice’. Sometimes what is being ‘felt’ and what is being ‘said’ are diametrically opposed, like in the first movement where the gentle, non-possessive music for the marimba and the dark, longing calls on the tape contradict each other. But in the end both inner and outer worlds merge into uninhibited abandon and celebration of sexuality and life. (Christos Hatzis)
글로보카르: ?신체적인
이 작품에서 작곡가는 연주자의 신체를 타악기처럼 두드리며 온몸을 악기처럼 사용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연주자는 또한 입으로 의미 없는 소리를 내기도 하고, 때로는 20세기 프랑스 저항 시인 르네 샤르의 시구 “마침내 음악이라는 과업과 극장의 뻔한 일들로부터 해방되었다”를 인용한 ’대사’를 하기도 한다. 작곡가는 연주자에게 맨발에 반바지를 입고 상의를 탈의한 채로 자신의 몸을 두드릴 것을 지시했는데, 여성 연주자는 이때 의상을 어떤 식으로 타협할 것인지가 문제 된다.
V. Globokar: ?Corporel for percussionist and her body (1985)
In this composition, the composer instructs the performer to strike their own body as if it were a percussion instrument, utilizing the entire body for sound production. The performer also creates nonsensical sounds with their mouth or recites a quote from the 20th-century French resistance poet René Char: “…is still, finally freed from the tasks of music and the tics of theater…” Globokar specifies that the performer should wear canvas shorts and be bare-chested. For female performers, this directive raises important considerations regarding attire choice.
헤수스 토레스: 프로테우스
프로테우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초기 형태 ‘바다의 신’ 중 하나이다. 시대에 따라 포세이돈의 아들로, 포세이돈의 물개들을 관리하는 목자로, 때로는 또 다른 바다의 신 ’네레우스’의 아들로 여겨지기도 했다. 프로테우스는 모습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변신술을 가지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헤수스 토레스의 ‹프로테우스›는 마치 바다의 신이 모습을 바꾸는 것처럼 특정 악기가 아닌 특정 소재를 악기처럼 연주하는 작품이다. ’악기’는 금속일 수도, 나무일 수도, 연주자 자신의 몸일 수도 있으며, 그에 따라 변화무쌍한 음향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이 작품의 핵심이다. 작곡가는 에스파냐 시인 후안 에두아르도 시를로트 라포르타가 쓴 음성학적 시를 읽고 ‹프로테우스›를 작곡했다고 한다.
Jesús Torres: Proteus for multipercussion, body and voice (2004)
Proteus, an early manifestation of the ‘Sea God’ in Greek mythology, is versatile in his identity, sometimes considered the son of Poseidon or even the offspring of another sea god, Nereus. Known for his shape-shifting abilities, Proteus can freely alter his appearance.
Jesús Torres’ composition, ‹Proteus›, beautifully captures the god’s transformative essence, echoing the sea deity’s fluid changes. The musical work’s precision lies not in a rigid instrumentation but in the specified materials: metal, wood, animal skin, and the performer’s voice and body. This deliberate choice results in a rich tapestry of sounds, showcasing the versatility of the diverse materials used. The piece draws inspiration from a phonetic poem by Spanish poet Juan Eduardo Cirlot Laporta, adding an additional layer of artistic influence to its creation.
에마뉘엘 세주르네: 아트락시옹
에마뉘엘 세주르네가 2007년에 작곡한 ‹아트락시옹›은 본디 마림바, 비브라폰 및 전자악기를 위한 작품이다. 최초에는 바이올린, 마림바 및 녹음된 전자음악을 위한 작품으로 구상되었고, 파리 오페라의 위촉을 받아 ’두오 콘트라스트’에게 헌정되었다. 작곡가는 2017년에 ‹아트락시옹›을 개작해 타악기를 위한 독주곡으로 만들었다.
Emmanuel Séjourné: Attraction (short version) (2007/2017)
Emmanuel Séjourné’s ‹Attraction› is a dynamic composition for marimba and vibraphone with electronics, created in 2007. Originally conceived as a duet for violin, marimba, and tape, the piece was commissioned by Opéra national de Paris and was dedicated to Duo Contrastes. In 2017, Séjourné adapted it into a solo version for percussion and subsequently crafted the energetic and compact short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