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 소나타 E♭장조 Op. 120-2
소나타 f단조와 소나타 E♭장조를 묶은 Op. 120은 브람스의 마지막 실내악곡이자 브람스 후기 음악 양식의 정수가 담긴 걸작이다. 본디 두 곡 모두 클라리넷 소나타였으며, 클라리넷 대신 비올라로 연주할 수 있도록 편곡된 악보 또한 출판되었다.
소나타 E♭장조는 1악장 제1주제를 느리고 포근한 선율로 시작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주제를 이루는 요소들이 정교한 논리로 변형·발전하면서 악곡이 이어지는데, 이것은 쇤베르크가 훗날 발전적 변주(developing variation)라 부른 기법으로 브람스 음악 언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1악장의 구조 자체는 비교적 깔끔한 소나타 형식으로 귀로 듣고 따라가는 데 그다지 어렵지 않다. 2악장은 겹세도막 형식, 3악장은 변주곡 형식이다. 그리고 브람스 음악 어법의 핵심이 ’발전적 변주’임을 생각할 때, 이 곡의 마지막 악장인 3악장이 변주곡 형식으로 되어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브람스가 남긴 더 장대한 변주곡도 여럿 있지만, 이 악장은 그리 길지 않으면서도 브람스 변주 기법의 정수를 훌륭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걸작이라 할 만하다.
코다이: 아다지오
헝가리 작곡가 졸탄 코다이가 부다페스트 음악원 재학 시절에 쓴 출세작이다. 코다이는 이후 헝가리 민요를 깊이 있게 연구하고 그 성과를 작곡 활동에도 반영했는데, 이 작품은 그와는 사뭇 다르며 오히려 브람스 음악을 닮았다. 본디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1905년 작품이었고, 작곡가가 1910년에 비올라와 피아노,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편곡을 내놓았다.
A-B-A’ 꼴 세도막 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느리고 달콤씁쓸한 선율로 시작했다가 가운데 부분에서는 슬픔이 더욱 커진다. 세 번째 부분에서는 맑게 반짝이는 피아노 아르페지오, 다채롭게 변화하는 셈여림과 빠르기 등과 더불어 마치 눈물이 별빛으로 승화하는 듯 탐미적인 음악적 연출이 두드러진다.
브루흐: 콜 니드라이
“모든 서약, 금기, 맹세, 봉헌, 코남, 코나 또는 그것을 무엇이라 부르건 […] 복되게 우리에게 올지어다.”
모세가 두 번째 십계명을 받아온 날에서 유래했다는 유대인 명절 ‘욤 키푸르’(속죄의 날 또는 신의 날)에 유대인들이 암송하는 전례문 또는 맹세문을 ‘콜 니드레이’(모든 서약)라 부른다. 독일 작곡가 막스 브루흐는 유대인이 콜 니드레이를 암송할 때 사용하는 곡조를 사용해 곡을 썼고, ‘콜 니드레이’(Kol Nidre)를 ‘콜 니드라이’(Kol Nidrei)라고 독일어 식으로 고쳐서 곡 제목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브루흐는 개신교인이었으며, 다만 유대인 음악을 ’색다른 요소’로 활용해 이 작품을 썼다.
콜 니드레이는 엄밀히 말하면 기도문이 아니지만, 이 작품에서 비올라(원곡은 첼로) 소리는 마치 비탄에 잠겨 기도하는 것처럼 들린다. 곡이 후반부에 이르면 마치 하늘에서 한 줄기 빛이 내려오는 듯한 주제가 나타나며, 비올라(첼로)가 그 빛에 이끌리듯 선율을 따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