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17일 금요일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3번 f단조 Op. 57 ‘열정’

유럽 문화에서 ‘열정’이란 ’고통’이 함께 하는 정신 상태다. 이 작품의 원어 제목 ’Appassionata’(아파시오나타)는 그리스도의 수난을 뜻하는 ‘Passion’ 또는 ’고통’을 뜻하는 라틴어 ’pati’와 뿌리가 같다. 출판사에서 붙인 이 제목을 작곡가가 반대하지 않았다지만, 우리말로 번역된 제목 ’열정’은 ’고통’이라는 뉘앙스를 은폐하는 문제가 있다.

’열정 소나타’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통틀어 가장 비극적인 작품 가운데 하나다. 이 곡의 파격적인 형식 논리는 학술적으로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감상자 입장에서는 감정의 흐름이 만들어 내는 음악적 ’서사’를 따라가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 그 숨 막히는 서사의 힘이 듣는 이를 강렬한 카타르시스로 이끈다.

1악장과 3악장에서는 격정, 분노, 비탄, 절박함 등 격렬한 감정이 휘몰아치고, 2악장에서는 코랄 풍 주제가 변주되며 ‘고통’이 종교적으로 승화한다. 3악장 코다에서는 헝가리 춤곡인 ’차르다시’ 리듬을 사용하고 있는데, 피아니스트 언드라시 시프는 이것을 ’죽음의 춤’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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