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회관 연합회 웹진 KoCACA 에 쓴 <함부르크 엘베 필하모닉 홀> 칼럼입니다. 결과물에 포커스를 맞춘 다룬 기사들과 달리 정책 결정과정, 건설과정 등 '과정'에 집중하여 썼습니다. 이 공연장과 도시 전체를 연결하는 유기적 의미도 함께 짚어봤습니다. 화려한 외관과 번지르르한 미사여구를 걷어내면, 그들이 고민하는 지점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현재 건립이 확정된 부천시립 콘서트홀, 부산 오페라하우스 등의 정책에 보탬이..... 되는 건 고사하고, 엄한 데서 괜히 오발탄 터뜨리는 버튼이나 되지 않았음 싶네요. 그만큼 최근 한국 문화정책계는 '원칙'도, '룰'도 찾아보기 힘든 '요지경' 세상입니다.
아웃사이드 인-
북한 핵실험 파편을 맞고 짜부OTL가 된 이번 주 인사이드 아웃 이슈는 국립오페라단 내 비정규직 문제입니다. 매번 기관장과 프로덕션의 퀄리티에 집중하느라 그늘에 가려져 있던 것이 이 조직의 인력구조입니다. 아마도 국립예술단체 가운데 기관장의 공백이 가장 긴 단체가 오페라단일 텐데, 수장이 없는 기간을 흔들리지 않고 견디려면 시스템이 탄탄해야 합니다.
이번 칼럼을 쓰기 위해 취재하는 과정에서 가장 놀랐던 점은 2015년까지 이 단체의 정규직이 1명에 불과했다는 사실입니다. 전체 직원이 31명으로 행정사무국 규모는 다른 예술단에 비해 가장 큰데, 정규직이 고작(!) 1명이었다는게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최근 사임한 김학민 단장은 3명의 추가 정규직 인력을 문체부로부터 확보했지만 아직 숙련되지 않은 신입직원(단장 직속 비서 포함)들에게 이 금쪽같은 자리들을 주었습니다. 공기관이라면 상식적으로 있어야만 하는 인사위원회가 부재한 가운데 단장의 직권으로 이루어진 인사였습니다. 이소영 전 단장 이후 수요자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끊임없이 헛다리를 긁는 국립오페라단의 패착은 늘 단장의 과오로 돌아갔는데, 저는 그 관점이 절반만 맞다고 생각합니다. 단장에게 비정상적으로 쏠려있는 권한과 그로 인해 단장이 바뀔 때 마다 흔들리는 내부 시스템, 이런 시스템에 실망하며 멀어져간 전문인력 확보의 실패가 오늘날의 무기력한 국립예술단체를 만들어놨습니다.
한국의 국립오페라단은 국가가 주도하여 창단된 해외와 달린 대한민국이 건국되면서 오페라 성악가들의 자발적인 주도가 힘이 되어 세워졌습니다. 다른 시각에서 보자면 그만큼 성악계의 학맥과 인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단체였다는 소리입니다. 제대로 된 연출 없이 국내 성악가들끼리 프로덕션을 주먹구구식으로 꾸려나가던 구멍가게 시대에는 이런 시스템이 유효했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해외 아티스트들을 섭외하고 유수의 국제적인 공연단체들과 교류하는 대외 문화외교 단체이며, 연간 120회가 넘는 교육프로그램을 돌리고 있는 문화정책의 주체단체입니다. 이에 능한 전문 예술경영인력이 이런 엉성한 인력 구조 안에 과연 확보되어 있는지 의문입니다.
예술단원을 보유하고 있는 다른 예술단과 달리 국립오페라단은 사무국 조직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용극장도 없는 상황에서 국립 오페라단 직원들은 오페라단의 예술적 정체성과 수준을 그대로 상징합니다. 대한민국 국민들 뿐 아니라 그들이 대외적으로 교류하는 외국 단체에게도 말이지요. 2-3년 전 국립오페라단의 초청으로 모 프로덕션을 연출하기 위해 찾아왔던 해외 연출가가 백스테이지에서 "시스템이 중국보다도 엉망진창이다"며 한심하다는 듯 푸념했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비정규직 처우개선이나 예술인 권익보장과 같은 원론적인 정책을 굳이 내세우지 않더라도, 더 이상의 나라망신을 막기 위해서는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