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국제음악당 레스토랑 '뜨라토리아 델 아르테'(Trattoria dell' Arte)에서 공연했던 그 사람들이 다음 날 통영시민문화회관 소극장에서 공연했습니다. ☞전날 공연이 자유롭고 떠들썩한 분위기로 가볍게 즐기는 공연이었다면, 이날은 전문 공연장에서 진지하게 감상하는 공연이었습니다.
그런데… 태풍… 아오… OTL
이 난리 통에 관객이 생각보다 많이 오기는 했습니다. 연주도 이날이 더 좋았다고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이날 연주된 곡 가운데 'The Peacocks'(공작새)라는 곡은 감히 역사적인 명연이라 할 만했습니다. 제목을 기억해 뒀다가 집에 와서 유튜브를 찾아봤는데, 빌 에반스 같은 대가의 연주도 어째 영 시원찮게 들리더군요. 빌 에반스 무시하는 게 아니라, 이날 연주가 그렇게나 충격적이었습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그래서 갈 곳을 잃은 시간의 알갱이들이 뿌연 빛을 뿌리면서 공기 속을 둥둥 떠다니는 듯한 느낌, 그 속에서 작게 반짝이는 심벌즈 소리, 그리고 써니킴의 속삭이는 소토 보체(sotto voce)! 저는 이날 리허설 때 이 곡을 처음 듣고 전율을 느꼈습니다.
어쩌면 이날 연주는 리게티의 《피리, 북, 깽깽이로》(Síppal, dobbal, nádihegedüvel)라는 곡과도 닮은꼴이었습니다. 양식은 전혀 다른 작품이지만,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충격적인 음향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 작품을 음반으로만 들어보신 분은 아마 제 말을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제 말을 이해하시는 분은 어째서 전문가들이 바이올린 협주곡 같은 대곡을 제쳐 두고 이 작품을 리게티 최고 걸작으로 꼽는지 이해하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실연을 듣고 나서 그랬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