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18일 목요일

론도 형식, 돌고 돌아 영원으로

『경인일보』에 연재중인 글입니다.
원문: http://www.kyeongin.com/news/articleView.html?idxno=685709

중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배운 고전시가(古典詩歌) 기억나세요? '어긔야 어강됴리'나 '얄리얄리 얄랑셩' 같은 후렴구 정도는 떠오르시죠? 14~15세기 서양음악 가운데 이런 후렴구가 있는 정형시가를 롱도(rondeau)라고 불렀습니다. 영어 '라운드'(round)와 말뿌리가 같아요. 둥글다는 뜻이죠. 후렴구가 반복되는 모양이 둥글기도 하고, 또 이런 노래를 하면서 둥글게 돌며 춤추기도 했거든요.

고전시가나 '롱도'가 아니더라도 비슷한 노래는 제법 있지요?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가사를 지어내 부르고, 사이사이에 후렴구를 부르고. 이러면 노래를 끝도 없이 이어갈 수 있지요. 이를테면 '노래'이면서 '놀이'이기도 한 '구구단을 외자!' 같은 것도 비슷합니다. 앗, 이것도 '둥글게'(round) 앉아서 돌아가며 부르네요!

바로크 시대에서 고전주의 시대로 넘어가던 때에는 기악으로도 비슷한 짜임새가 나타났습니다. 이를테면 A-B-A-C-A 꼴로 반복되는 주제 사이에 '에피소드'(episode)가 나타나는 식이죠. 이것을 론도 형식(rondo form)이라고 합니다. 중세 정형시가를 뜻하는 '롱도'는 프랑스 말이고, 기악 형식을 뜻하는 '론도'는 이탈리아 말이에요. 말뿌리는 다 같지요.

그런데, 같은 론도 형식이라도 A-B-A-C-A-B' 같은 짜임새라면 어떨까요? (AB)-(AC)-(AB') 이렇게 세 도막으로 묶어 생각하면, 지난 시간에 말씀드린 소나타 형식이랑 비슷하죠? 이런 짜임새를 '소나타 론도 형식'(sonata rondo form)이라고도 부릅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조성구조 따위가 더 맞아야 하지만, 얘기가 복잡해지니까 대충 이렇게만 간추릴게요.

교향곡, 협주곡, 독주 소나타 등에서 1악장에 소나타 형식을 쓴다면, 마지막 악장에서는 론도 형식을 쓸 때가 잦아요. 어쩌면 마지막에 처음으로 돌아가는 느낌을 살리려는 뜻이 아닐까요? 돌고 돌아 영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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