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4일 월요일

2007.05.18. 라벨 팡파르 / 모차르트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K364 / 라벨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 / 드뷔시 바다 - 미코 프랑크 / 서울시향

2007년 5월 18일(금) 오후 7시30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지휘자 : 미코 프랑크 Mikko Franck
협연자 : Gary Graffman(Pf), Roberto Diaz(Va), Elissa lee Koljonen(Vn)

Ravel: Fanfare
Mozart: Sinfonia Concertante, K364 (30')
Ravel: Concerto for Left Hand (19')
Debussy: La Mer (23')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연주회장으로는 너무 커서 좋은 소리를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모차르트 이전 시대의 소편성 작품은 이 연주회장에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 이날 연주회 첫 곡이 모차르트의 <코지 판 투테> 서곡에서 라벨의 <팡파르>로 갑자기 바뀐 것은 지휘자 미코 프랑크가 연주회장을 둘러보고는 이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 아닐까. 라벨의 <팡파르>는 금관과 타악기 위주의 매우 짧은 작품으로 '급한 불'을 끄기에 더없이 적절한 작품이었다. 지휘자는 영리했다.

그러나 모차르트의 <신포니아 콘체르탄테>의 경우 사전 이견 조율 없이 지휘자 마음대로 프로그램을 바꾸지는 못했을 터. 대신에 울림이 많은 연주회장에 맞게 템포를 느긋하게 잡았다. 독주자들은 음량을 충분히 확보하려고 현과 활의 텐션에 유난히 신경 쓴다는 인상을 받았으며, 그래서인지 미세한 보잉 실수가 잦았다. 엘리사 리 콜조넨은 바이올린의 까랑까랑한 음색을 적극적으로 살려 매우 섹시한 연주를 들려주었고, 비올리스트 로베르토 디아즈는 한발 양보해서 콜조넨을 부각시키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그런가 하면 두 연주자 모두 비슷한 루바토를 구사하여 역시나 이들이 부부 사이임을 자랑하는 듯했다.

라벨의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한 게리 그래프만은 80세를 바라보는 나이로 노익장을 과시했으나, 역시 나이를 속이지는 못하는 듯 음량이 거대한 연주회장을 감당하기에는 힘겨워 보였다. 다만, 음량이 부족한 것과 터치가 날렵하지 못한 것 등을 빼면 커다란 밑그림이나 악상의 자연스러운 흐름, 다양하고 적절한 음색 등은 그의 연륜이 빛을 발하는 부분이었다. 음악성은 거장인데 기술적인 부분이 따라주지 않으니, 얼핏 들으면 엉터리 연주이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대단한 깊이가 묻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피아노의 음량이 부족한 부분은 라벨의 화려한 관현악이 메워주었으며, 특히 스네어 드럼(snare drum)이 필요 이상으로 전면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

드뷔시의 <바다>에서는 앞서 스네어 드럼을 연주했던 타악기 수석 에드워드 최가 이번에는 글록켄슈필(Glockenspiel)을 연주했는데, 역시 딱 밉지 않을 만큼만 튀어서 음악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특히 2악장에서 울림이 지나치게 풍부한 연주회장의 음향 환경과 군데군데 앙상블 난조로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연주에 글록켄슈필의 활약이 유난히 돋보였다. 이것은 음색에 대한 탁월한 상상력과 더불어 뛰어난 밸런스 감각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되며, 그런 점에서 에드워드 최의 센스에 경의를 표한다.

지휘자 미코 프랑크는 젊은이다운 패기로 서울시향의 자잘한 실수에 아랑곳하지 않고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모습이 멋졌다. 연주회장의 음향 환경에 영리하게 적응한 것도 훌륭했다. 그러나 단원들 개개인의 기량을 합주력으로 온전히 이끌어내는 데에는 다소 미숙함을 보였으며, 현대적인 음색을 다채롭게 살리지도 못했다. 서울시향은 외국 유수 악단에 비해 아직은 지휘자의 역량에 따라 연주의 완성도에 커다란 기복을 보이는 연륜이 짧은 악단이다. 젊고 뛰어나지만 경험이 부족한 지휘자는 서울시향에는 그다지 맞지 않음을 이번 연주회로 알 수 있었다.

세종문화회관을 찾을 때마다 대극장의 열악한 음향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런데 시청 본관 건물을 시향의 연주회장으로 활용한다는 소식이 들리니 이보다 반가운 일이 없다. 아무쪼록 공사 초기부터 음향 전문가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족함 없는 뛰어난 연주회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나중에 붙임: 원고 보낸지 하루만에 계획 백지화 발표됨. 아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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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철. 2007. 이 글은 '정보공유라이선스: 영리·개작불허'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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