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2월 13일 일요일

로엔그린의 나레이션(In fernem Land) 끝 부분의 관현악 판본 문제

2005년 2월 바그네리안 감상회에 다녀와서 생각을 정리한 글.

어제 감상회에서 로엔그린의 나레이션(In fernem Land)을 듣다 보니 끝 부분이 로엔그린의 모티프가 아닌 성배의 모티프로 끝나는 음반들이 더러 있더군요. 신기하게 생각해서 이것저것 조사해 봤습니다.

로엔그린의 나레이션은 원래 두 부분으로 되어 있던 것을 바그너가 초연 때 뒷부분이 군더더기라 해서(즉, "anti-climactic effect"가 있다고 해서) 없앴다 합니다. 라인스도르프의 음반에서는 이것을 되살려 연주했다고 하네요. 문제가 되는 "ich bin Lohengrin gennant." 바로 뒷부분에 두 가지 버전이 있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만, 인터넷을 잠깐 뒤진 것으로는 자세한 내용을 알 수는 없었습니다. (라인스도르프 판을 들어보신 분 있으세요?)

대본과 라이트모티프 사이의 의미적 일관성을 중심으로 생각하면 이 대목은 성배의 모티프로 끝나는 것이 낫습니다. '로엔그린'이라는 대사에 성배의 모티프가 이어지면 로엔그린의 고귀한 신분을 부각시킬 수 있습니다. 반면, 로엔그린의 모티프는 로엔그린의 신분이 밝혀지기 전인 1막부터 자주 나오던 모티프이므로, 모티프의 의미를 따지자면 그 효과가 성배의 모티프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한편, 라이트모티프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그저 음악과 드라마만을 생각하면 역시 로엔그린의 모티프로 끝나는 것이 낫습니다. 마침내 신분을 밝히는 순간의 충격을 포르티시모의 총주가 뒷받침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성배의 모티프가 나오면 차라리 잘난 척이 되어버립니다. 인디아나 대학 웹사이트에 공개되어 있는 Breitkopf & Hartel (Leipzig: 1887) 판 악보를 보니 로엔그린의 나레이션은 로엔그린의 모티프로 끝납니다. 개인적으로도 이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악보를 보면 "ich bin Lohengrin gennant."에서 "gennant"의 마지막 음절과 관현악 총주의 '쾅'이 마디 첫 박으로 겹칩니다. 그러나 이것을 악보대로 처리하면 로엔그린의 목소리가 묻히게 되므로 관현악 총주가 살짝 늦게 나오는 것이 좋습니다. 그 타이밍은 "gennant"의 첫째 음절과 둘째 음절의 시간차인 16분음표 만큼 늦추는 것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실제로 대부분이 그렇게 연주하더군요. 카라얀은 16분음보다 아주 살짝 더 짧게 늦추었습니다. 이것도 좋게 들었습니다. 그런데 몇몇 연주에서는 관현악 총주가 동시에 나오거나 또는 살짝 늦추더라도 그 타이밍이 좋지 않아서 어색하게 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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