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가 마지막으로 작곡한 교향곡으로, ’주피터’라는 표제는 공연주최자(임프레사리오) 요한 페터 살로몬이 붙였다고 전해진다. 이 작품은 표제만큼이나 장대한 짜임새로 되어 있으며, 특히 1악장과 4악장은 고전주의 시대 작품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복잡하다.
도입부 없이 나오는 웅장한 제1주제, 그와 대비되지만 경과구에 불과한 플루트·오보에 선율, 바이올린이 연주하는 제2주제, 웅장한 경과구, ’제3주제’에 가까운 역할을 하는 작은 종결구(codetta) 주제 등으로 1악장의 제시부가 구성되어 있고, 발전부는 작은 종결구 주제를 화려하게 변형시키며 시작된다. 재현부에서는 제시부를 반복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상당한 변형을 동반한다.
2악장도 소나타 형식이지만 짜임새는 1악장만큼 복잡하지 않다. 3악장은 미뉴에트와 트리오 형식, 즉 미뉴에트-트리오-미뉴에트로 이어지는 복합 세도막 형식이다. 2악장과 3악장 모두 귀에 쏙 들어오는 선율을 편하게 따라가는 식으로 감상할 수 있다.
4악장은 변종 소나타 형식으로 되어 있지만, 푸가토(fugato)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푸가토는 푸가(fugue)와 비슷하되 주제(subject)와 응답(answer) 사이의 규칙을 지키지 않고 자유롭게 이어가는 기법을 말하는데, 여기에서는 ‘도―레―파―미’ 네 음으로 된 주제가 마치 건축물의 ’벽돌’과 같은 역할을 하며 이것이 다양하게 변형되고, 선율 조각들이 꼬리를 물며 서로를 흉내 내고, 그것이 층층이 쌓이며 텍스처의 복잡도와 음악적 에너지를 늘려간다. 정교하게 직조되는 선율들의 ’논리성’에서 오는 아폴론적 쾌감과 선율 자체의 에너지에서 오는 원초적 흥분이 상호작용하며 고양감을 일으킨다. ’그로브 음악 사전’을 편찬한 조지 그로브는 4악장의 푸가토를 극찬하며 “프랑스 대혁명 이전까지 나온 모든 관현악곡을 통틀어 가장 위대한 작품”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