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29일 목요일

브람스: 피아노오중주 f단조 Op. 34

젊은 브람스가 초기 양식에서 벗어나 완숙한 기량을 보이던 시기의 걸작이다. 브람스는 처음에 현악육중주 편성으로 이 곡을 썼다가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로 개작한 뒤 다시 피아노오중주 편성으로 완성했으며, 개작을 거듭하며 완성에 이르기까지 2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소나타 형식으로 된 1악장에서 브람스는 장조 영역을 사실상 무력화함으로써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어둡게 만들고자 했던 것 같다. 소나타 형식에서 f단조 제1주제에 대응하는 제2주제의 조성은 흔히 D♭장조가 되는데, 이 곡에서는 얼핏 새로운 주제로 들릴 수 있는 경과구에서 딴이름한소리(C♯=D♭) 등으로 D♭ 장조를 내비치며 '가짜 제2주제' 역할을 하지만, 피아노가 이끄는 진짜 제2주제는 D♭장조가 아니라 딴이름한소리를 뒤집은 c♯단조로 나온다.

세도막형식으로 된 2악장은 이 곡에서 유일한 장조 악장으로, 서정적인 분위기가 1악장의 비극적이고 투쟁적인 색채와 대비된다. 단순한 구조에 비해 선율, 리듬, 화성이 단순하지 않으며 치밀하게 조직된 텍스처가 세련된 느낌을 준다. 스케르초와 트리오 짜임새로 된 3악장은 화성진행과 텍스처 등에서 베토벤과 슈베르트의 영향이 동시에 느껴지는데, 베토벤다움이 슈베르트다움을, 빛을 향해 나아가는 목표지향성이 악마적 냉소를 중화시키는 것이 특징적이다.

론도 형식으로 된 4악장은 대체로 규칙적인 비트(beat)와 더불어 암울한 공기 속을 꾸준히 달려 나가는 짜임새이다.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것을 제외하면 4악장에서 장조 영역은 없으며, 그렇게 비극으로 정해진 결말이 한 걸음씩 분명한 발걸음으로 다가온다. 이따금 드러나는 희망이 반복되는 비탄과 냉소 속에서 질식하는 과정은 때로는 담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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