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현악사중주 3번 D장조 Op. 18-3
베토벤이 처음으로 완성한 현악사중주곡이다. 작곡시기는 1798년에서 1800년 사이로, 베토벤 작품세계 중 초기에서 중기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해당한다. 작곡가는 이미 이때부터 고전주의 음악양식에 상당한 파격을 보여주었는데, 이 작품에서 베토벤다운 대담함은 특히 1악장 짜임새에서 두드러진다.
이를테면 A장조로 제시되는 '제2 주제'는 여전히 제1 주제 영역에 속하면서 제1 주제를 마무리하는 역할에 그치고, 일반적인 소나타 형식에서 제2 주제가 해야 할 역할은 C장조로 제시되는 제3 주제가 맡는다. 발전부에서는 제1 주제와 경과구 음형만으로 음악을 이끌어 나가며, 제2 주제와 제3 주제는 모두 힘을 잃는다.
2악장은 간소화된 소나타 형식이고, 3악장은 세도막 형식이며 내용적으로 스케르초에 가깝다. 4악장은 소나타 형식이지만, 꾸준히 되풀이되는 비트(beat)가 주제간 대비를 흐리게 만들며 처음부터 끝까지 신나게 달리는 짜임새이다.
야나체크: 현악사중주 1번 '크로이처 소나타'
"고통받고 망가져 가는 가엾은 한 여성을 떠올렸습니다. 러시아 작가 톨스토이가 ‹크로이체르 소나타›에서 묘사한 그 사람처럼요."
야나체크는 38살이나 어린 유부녀 카밀라 스퇴슬로바(Kamila Stösslová)와 편지를 700통 넘게 주고받았다. 현악사중주 1번을 작곡하던 시기에 야나체크는 카밀라를 짝사랑하고 있었고, 몇 해 지나 관계가 조금 진전되던 때에 현악사중주 2번 '비밀편지'를 작곡했으나 얼마 못 가서 사망했다.
톨스토이 ‹크로이체르 소나타›는 아내가 어떤 바이올리니스트 남자와 함께 베토벤 ‹크로이처 소나타›를 연주하는 것을 보고 질투에 사로잡힌 끝에 아내를 살해하는 남자를 그린 소설이다. 야나체크는 이 작품을 읽고 영감을 받아 현악사중주 1번을 작곡했다.
야나체크 ‹크로이처 소나타›에는 사회 통념상 인정받기 힘든 사랑에 고통받았던 작곡가의 고뇌가 처절하게 흐른다. 인간의 욕망과 갈등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톨스토이의 문제작 못지않은 날것 그대로의 감정이 충격적인 음향 속에서 헐떡인다. 그 심리 변화를 따라가는 것이 이 작품의 감상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슈만: 현악사중주 3번 A장조 Op. 41-3
슈만 A장조 현악사중주는 낭만주의 시대의 서정이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1악장은 소나타 형식, 2악장은 변주곡 형식, 3악장은 간소화된 소나타 형식, 4악장은 론도 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형식 논리만으로 따진다면 네 박씩 규칙적으로 떨어지는 프레이즈와 단순하고 심심한 구조와 같은 단점이 드러나기도 한다.
그래서 이 작품을 감상할 때에는 구조에 집중하기보다 정서의 흐름에 몸을 맡길 필요가 있다. 따사로운 햇살과 싱그러운 바람, 심장을 어루만지는 애수와 눈물이 스며든 한숨, 모습을 바꿔가며 부닥쳐 오는 불행과 그 속에서 소중하게 이어가는 웃음. 마치 이런 것들이 노래의 날갯짓을 타고 환상 속을 너울거리는 듯한 정서의 흐름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