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13일 목요일

리게티 실내협주곡

통영국제음악당 공연 프로그램북에 실릴 글입니다.


리게티는 선율 · 리듬 · 화성 등에 곁딸린 요소로 여겨지던 음색과 음향 등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으로 1960년대 초에 스타 작곡가가 되었다. 음악학자 이희경의 분석에 따르면 1980년대 이후 리게티는 중앙아프리카 음악과 14세기 말 다성음악(아르스 숩틸료아), 존 낸캐로우의 음악 등에 영향받아 리듬적으로 매우 자유로운 음악을 쓰게 되는데, 《실내협주곡》은 이러한 리게티 후기 음악 양식이 형성되기에 앞서 음을 조직하는 방법의 변화를 꾀하던 시기를 대표하는 걸작이다.

1악장은 리게티가 그때까지 발전시켜온 음악 어법의 연장선에 있다. 단순한 패턴으로 빠르게 반복되는 음들의 '덩어리'(cluster)가 음향적 '형상'을 만들어 내고, 덩어리를 이루는 음들이 엄격한 규칙에 따라 변화하면서 분광한다. 2악장에서는 음 덩어리가 분광하는 양상이 달라진다. 음들이 길게 늘어지면서 '호모포닉한' 느낌을 주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두드러지는 '선율'이 나타난다. 중반 이후에는 마치 절규하는 듯한 선율이 갑자기 튀어나온다.

3악장에서는 모든 악기가 마치 타악기처럼 때리거나 튕기는 음들을 각자 다른 빠르기로 쏟아내고, 음들의 '두드림'이 모여 독특한 음향적 쾌감을 전달한다. 이것은 현악사중주 2번 3악장 등에서 시도한 기법을 앙상블 규모로 확장한 것이라 할 수 있다. 4악장에서는 빠르게 움직이는 '선율'들이 촘촘하게 얽혀 끊임없이 이어진다. 음 덩어리를 지배하는 규칙은 1악장에서 3악장으로 갈수록 느슨해지는 경향을 보이며, 4악장에서 마침내 선율들로 이루어진 새로운 '형상'으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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