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8일 일요일

첼로를 위한 노래

『한산신문』에 연재중인 칼럼입니다.


통영국제음악당에서는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 글이 실릴 때면 결선을 앞두고 있겠지요. 글을 다듬고 있는 11월 3일은 윤이상 선생 기일입니다. 지난 1차 본선에서는 참가자들이 윤이상 첼로 에튀드 중 '파를란도'와 '부를레스크'를 비롯해 리게티, 펜데레츠키, 힌데미트, 코다이, 브리튼, 뒤티외 등 현대곡 위주로 연주했습니다. 그리고 2차 본선을 위해 윤이상 작품 가운데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노래' 등을 연습하고 있습니다.

윤이상 선생은 작곡가이자 첼리스트이기도 했지요. 그래서 첼로 부문으로 열리는 올해 콩쿠르가 더욱 뜻깊습니다. 올봄에 있었던 통영국제음악제에서는 2009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했던 첼리스트 크리스틴 라우가 독주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그날 크리스틴 라우가 연주했던 윤이상 《에스파체 I》이 생각나네요. 공연 직후에 이수자 여사께서 연주자를 끌어안고 극찬을 하던 기억도 나고요.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결선이 끝나고 한 주가 지나면, 첼리스트 율리안 슈테켈이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공연합니다. 율리안 슈테켈은 지난 2010년 뮌헨에서 열린 ARD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여러 상을 휩쓸면서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연주자이지요. 로저 노링턴, 크리스티안 테츨라프, 라르스 포크트, 에벤 콰르텟 등 세계 정상급 음악가들과 협연하며 명성을 쌓고 있기도 합니다.

율리안 슈테켈이 연주할 곡 가운데 이번 콩쿠르 과제 곡이 하나 있습니다. 프로코피예프 첼로 소나타이지요. 마침 공연 안내 책자에 들어갈 작품 해설을 쓰고 있어서 이 곡이 좀 더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이 작품은 서슬 퍼렇던 스탈린 정권에서 프로코피예프가 '형식주의자'라는 딱지가 붙어 시달림을 받던 가운데 쓴 곡입니다.

"인류 – 얼마나 당당하게 들리는 말인가!"

러시아 대문호 막심 고리키가 쓴 희곡 『밑바닥에서』에 나오는 말입니다. 고리키는 밑바닥 인생 '사틴'의 입을 빌려 사람보다 귀중한 것은 없다는 메시지를 던졌고, 프로코피예프는 첼로 소나타 악보 앞머리에 이 말을 인용했지요. 인간의 존엄성을 음악으로 말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윤이상 작품세계와도 통하는 바가 있습니다.

권력에 저항하는 예술이라면, 통영 전통 예술인 '오광대'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윤이상 선생이 한 말을 조금 인용할게요. "그런데 나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통영에는 야외극을 공연하는 곳이 있었고, 오광대 놀이로 유명했습니다. 오광대 놀이는 일종의 음악극인데 극의 내용은 대부분이 계급 대립 그러니까 양반과 하층 계급, 농민, 어민, 상인, 마름, 여기에 순사까지 포함된 대립이었습니다." (윤이상 ‧ 루이제 린저, 『상처 입은 용』. 랜덤하우스코리아.)

11월 8일 일요일 오후 3시에는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입상자 연주회가 열립니다. 1위 입상자는 미하엘 잔덜링이 지휘하는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와 협주곡을 연주하고, 2위 입상자는 피아노 반주가 있는 곡, 다른 입상자는 독주곡 등을 연주할 예정이지요. 누가 입상하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윤이상 곡이나 프로코피예프 소나타를 연주할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11월 26일 목요일에는 최근 유럽에서 이름처럼 '돌풍'(Rafale)을 일으키고 있는 스위스 출신 피아노 트리오인 '라팔 트리오'(Trio Rafale)가 통영국제음악당에서 공연합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드뷔시 피아노 트리오, 슈베르트 피아노 트리오 2번과 더불어 윤이상의 1972년 작품인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를 위한 3중주를 연주할 예정입니다. 올 11월은 여러모로 윤이상 음악이 통영에 자주 울려 퍼지는 한 달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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