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11일 목요일

지휘자 로저 노링턴 인터뷰

통영국제음악재단 매거진 『Grand Wing』에 실린 인터뷰입니다.


Q. 지난 3년간 취리히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를 맡으셨습니다. 오늘날 이 앙상블의 위치는 어디쯤 있나요?

A. 연주력은 유럽 최고 수준입니다. 프레이징, 다이내믹, 정확성, 음색과 템포 등에서 대단한 음악성과 장인성을 보입니다.

Q. 이른바 '역사주의' 연주를 하는 지휘자로 세계적으로 손꼽히시는데요, 그게 어떤 의미인가요?

A. 역사주의 연주는 저에게 참 소중해요. 역사주의 연주란 시대악기를 사용한 연주와 그에 따른 모든 요건을 '현대' 환경에 되살리는 연주를 말합니다. 연주자 수와 배치, 활놀림, 프레이징, 템포와 아티큘레이션(articulation)까지 역사적 고증에 맞게 하는 것이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이른바 투명한 소리입니다. 이 말은 지속적인 비브라토를 쓰지 않는다는 뜻으로, 1920년대부터 지난 세기까지 해왔던 바와는 다르지요.

※ 편집자 주: 시대악기란 작곡가가 작품을 쓸 당시에 쓰이던 악기를 뜻하는 말이다. 역사주의 연주라는 표현은 초기에 '원전 연주' 또는 '정격 연주'라 불리던 연주 방법으로, '원전'(原典) 또는 '정격'(正格; authentic)이라는 말에 기존 주류 연주 방식이 틀렸음을 암시하는 독선적인 뜻이 있음을 경계해 오늘날에는 '역사주의 연주'라는 가치중립적 표현을 사용한다. 로저 노링턴이 사용한 원어 표현은 "Die historisch informierte Aufführungspraxis"(역사적인 사실에 근거한 연주)이다.

Q. 왜 비브라토가 문제인가요?

A. 모차르트의 아버지인 레오폴트 모차르트는 비브라토를 자주 쓰면 마치 몸에 열이 있는 것처럼 들린다고 썼어요. 이런 헐리우드스럽고 글래머러스한 소리로 현혹하는 일은, 역사적인 견지에서나 훌륭한 연주를 위해서나 피해야 합니다. 비브라토를 쓰지 않으면 소리가 투명해져서 마치 악기들 사이에 있는 것처럼 들리지요.

Q. 취리히 체임버 오케스트라 2014/2015 시즌 공연에는 어떤 곡들이 연주되나요?

A. 지난 시즌에는 스트라빈스키, 브리튼, 베르디·바그너 탄생 200주년 기념 음악회, C. P. E. 바흐, 글루크, 로카텔리, 라모와 하이든 등을 연주했습니다. 이번 시즌은 매우 '위험한' 도전인데요, 모차르트 작품만으로 시즌 프로그램을 짰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이지요. 제가 드레스덴이나 도쿄에서 모차르트를 연주했을 때만큼은 관객이 차지 않겠어요?

Q. 한 곡을 연주하기 전에 어떻게 준비하시나요?

A. 요즘은 악보만 읽어요(웃음). 제가 지휘자로서 모차르트를 공부한 게 60년이거든요. 구석구석을 다 공부했어요. 처음에는 모차르트의 음악 언어를 신성한 것처럼 대했는데, 지난 세기에 다들 이런 식으로 오류를 범했지요. 그러니까 무슨 교회음악처럼 엄숙하고 고풍스러운 소리가 났단 말이에요. 카라얀을 생각해 보라고요. '음악이 즐겁지 않으면 뭔가 잘못된 것이다'가 요즘 제 좌우명이에요. 모차르트도 아버지한테 이 말을 듣고 곡을 복잡하게 쓰지 않도록 주의했다고 하지요. 궁정에서는 향락이 먼저였거든요. 1780년에 아버지 모차르트가 편지에 쓴 말을 보면, 음악가만을 위해서 곡을 쓰지 말고 '막귀' 관객들도 생각해라, 말하자면 대중적이고 귀에 쏙 들어오는 곡을 쓰라고 했어요.

Q. 음악가와 지휘자로서 본인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A. 작곡가가 제 연주회에 와서 "좋아, 이게 내 음악이지!"라고 말해준다면 참 행복하겠지요. 재창조자로서 예술가는 말 두 마리를 동시에 몰면서 균형을 잡는 사람과 같습니다. 한 마리는 지성과 음악학, 다른 한 마리는 상상력과 감성과 열정이지요.

Q. 한가한 때에는 뭘 하시나요? 음악 할 때와 마찬가지로 균형을 잡나요?

A. 1년에 26주는 지휘자로 일하고 나머지 반은 자유시간으로 가족과 함께 시골에서 지냅니다. 이렇게 한 지 거의 20년이 됐어요. 휴식 삼아 산책을 하고 책을 읽거나 배를 탑니다. 또 말과 개를 돌보고 먹이를 주지요. 벌들이 잘 있는지 확인하면서 정원을 가꾸고요. 마지막으로 스무 살 먹은 아들과 함께 늙은 몸을 굴리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아요.

(페터 레바이 글 · 김원철 이혜련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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