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에 연재중인 글입니다.
원문: http://www.kyeongin.com/news/articleView.html?idxno=682846
악곡의 형식에 관해 얘기하려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개념이 있습니다. 주제(theme)와 변주(variation)입니다.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의 테마'라느니 하면서 짤막하게 나오는 음악이 있지요? 이때 '테마'라는 외래어를 이 글에서는 '주제'라고 부를게요. 악곡을 글과 견준다면, 주제는 문장 하나 또는 구절 하나에 해당합니다.
주제와 비슷한 말로 동기(motif)가 있는데, 동기는 글과 견준다면 단어 하나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단어 하나가 문장 하나가 될 수도 있고("사랑해!"), 거꾸로 문장 하나가 단어 하나의 역할을 할 때도 있지요(the rush-into-the-books event). 그래서 주제와 동기를 구분하는 일은 애매합니다. 여기서는 두 가지를 대충 비슷한 뜻으로 쓸게요.
애국가 1절을 넷으로 나누고 첫머리 가사만 늘어놓아 보세요. 동해 물과 / 하느님이 / 무궁화 / 대한 사람. 왜 이렇게 되는지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겠죠? 주제 단위로 나누면 바로 이렇게 됩니다.
그런데 가사에 붙은 리듬을 잘 보세요. '동해 물과'를 빼면 나머지 셋이 같지요. 제 생각이지만, 작곡가는 처음에 넷 모두 같은 리듬을 썼다가 나중에 바꿨을 거예요. 애국가가 없고 가사만 있던 시절에 사람들이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 랭 사인〉 선율을 따서 불렀다고 하잖아요? 작곡가는 이것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가사가 '동해 물'이 아닌 '동 해물'처럼 들리는 단점을 무릅쓰고 리듬을 고쳤겠죠.
'동해 물과~'와 '하느님이~'는 선율도 다르고 리듬도 다르지만, 그래도 닮았죠. 주제 하나를 슬쩍 고쳐서 그렇습니다. 선율, 리듬, 화성 등 주제를 이루는 요소 일부를 고치는 일을 '변주'라고 합니다. 어느 부분을 얼마만큼 고치느냐에 따라 귀로 듣고 쉽게 알아챌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변주 기법을 악곡 형식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이 변주곡입니다.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베토벤 《디아벨리 변주곡》, 브람스 《하이든 주제에 의한 변주곡》 등 널리 알려진 변주곡을 들으면서 어디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생각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