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7일 목요일

오케스트라 악기 배치에 관하여 ③

『경인일보』에 연재중인 글입니다.
원문: http://www.kyeongin.com/news/articleView.html?idxno=681834

오케스트라 악기 배치의 세 번째 원칙은 중요한 악기를 지휘자 가까이 둔다는 것입니다. 현악기는 연주자 둘이서 보면대 하나를 보는 식으로 두 줄로 앉게 되는데, 지휘자와 가깝고 객석과도 가까운 바깥쪽 연주자가 안쪽 연주자보다 서열이 높습니다. 군대식으로 말하자면 사수-부사수 관계와 비슷합니다. 이를테면 안쪽 연주자가 악보를 도맡아 넘기죠. 보면대 위치가 지휘자와 얼마나 가까우냐에 따라서도 서열이 갈려요.

관악기도 지휘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 수석 연주자가 앉습니다. 목관악기 연주자가 많아서 한 줄로 앉지 못하면 플루트와 오보에가 앞줄, 클라리넷과 바순이 뒷줄이 됩니다. 이때 특수 악기인 E♭ 클라리넷, 베이스클라리넷, 콘트라바순, 오보에 계통 악기인 잉글리시호른 등은 수석 연주자보다 먼 곳에 앉지요. 이를테면 잉글리시호른 연주자는 오보에 수석 연주자보다 오른쪽에 앉습니다.

금관악기는 음량이 워낙 큰 만큼 작품 성격에 따라 배치가 크게 달라질 수도 있지만, 보통은 왼쪽부터 호른-트럼펫-트롬본-베이스트롬본-튜바 순이 됩니다. 오케스트라 전체 소리를 압도하곤 하는 트럼펫이 가운데쯤에 앉죠. 타악기는 음색에 큰 영향을 끼치는 악기인 만큼 작품 성격에 따라 제각각인데, 가장 자주 쓰이는 타악기인 팀파니가 가운데 앉을 때가 잦습니다.

이런 배치 때문에 가장 손해를 보는 사람은 바순 연주자입니다. 바로 머리 뒤에서 트럼펫이 '빠앙―' 소리를 낼 때가 잦거든요! 운이 좋아서 트럼펫을 피하면, 머리 뒤에는 보통 트롬본이 만만치 않은 소리를 냅니다! 그래서 바순 연주자는 귀를 보호할 수 있는 특수 의자를 사용하기도 한다네요.

여러 가지 악기 이름을 들먹이려니 지면이라는 매체 한계가 아쉽네요. 악기를 보여주면서 소리도 들려 드리면 좋을 텐데 말이죠. 다음 시간에는 교향곡, 협주곡, 소나타 등 악곡의 형식 또는 장르를 일컫는 말들에 대해 알아보기로 할게요.

글 찾기

글 갈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