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9일 일요일

음악 기초 이론 공부하기

고클래식에 누가 쓴 글에 답하며 쓴 글을 여기에도 담아 둡니다.
원문: http://to.goclassic.co.kr/qanda/321360


음악 기초 이론을 제대로 배울 생각까지 하셨다면, 그에 맞는 정론을 알려 드립니다. 어렸을 때부터 배우지 못한 사람에게 가장 알맞다고 제가 생각하는 방법입니다.

① 일단 닥치고 피아노를 배웁니다. 환경이 따라 준다면 오르간을 배우셔도 됩니다.
② 서투르게나마 화음을 짚을 수 있는 수준이 되면 화성 이론을 배웁니다. 독학하지 마시고 개인 지도를 받으세요.
③ 두 가지를 병행하면서 이론과 실제를 일치시켜 나가려고 노력하세요.

무협지에 비유하자면, ①은 체력 단련과 내공 수련, ②는 초식 수련, ③은 대련입니다. 정확하지 않은 비유이니 너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는 마시고요. 그러니까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는 뜻입니다.

※ 여기서 주의할 점:

피아노 선생님이나 화성 이론 선생님이나, 이론적인 배경이 탄탄한 선생님을 만나기는 몹시 어렵습니다. 이분들은 아마도 어려서부터 몸으로 부딪히면서 음악을 배운 사람이거든요. 비유하자면, 교육학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영어 원어민이 한국인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상황과 닮았습니다.

그러니까 이분들은 아마 기초 설명을 얼렁뚱땅 해준 다음에 '문제 풀이'를 시킬 겁니다. 수학 선생님 중에 닥치고 문제를 풀다 보면 알게 된다고 믿는 분들 있지요? 바로 그런 식입니다. 나이가 어리다면 이런 방법이 좋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머리가 굵은 사람에게는 이론적인 설명 한 마디가 문제 풀이 10번보다 나을 수도 있습니다.

이론 전공 박사급 인력을 선생님으로 모실 수 있다면 이런 문제가 없겠지만, 또 음대 이론전공 학부 수업을 들으면 이런 분들을 만날 수는 있겠지만, 이분들에게 개인 지도를 받기는 쉽지 않겠죠. 대안으로 이론적인 설명이 잘 되어 있는 책을 보세요. 백병동 선생님이 쓴 책이 이론적인 설명이 좋은 편이라고 알려졌고, 개인지도 선생님도 이 책을 교재로 쓸 가능성이 높지만, 다른 책도 얼마든지 있으니까 큰 서점에 가서 살펴보세요. 책마다 설명이 조금씩 다를 텐데, 그 바탕에 있는 원리를 깨달으면 됩니다.

※ 여기서 또 함정:

이론을 어렴풋이 이해하고 나면 그 이론을 머리로만 이해하고 넘어가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습니다. 제가 처음에 말씀드린 ③을 잊지 마세요. 어떤 화성 진행 원리를 배웠다면, 그것을 피아노로 연주했을 때 어떤 소리가 나는지 귀로 익혀야 합니다. 문제 풀이를 했으면, 모범답안을 피아노로 연주하면서 귀로 익혀야 하고요. (제가 이 과정을 소홀히 해서 오늘날 요 모양 요 꼴이라는 비밀은 절대로 알려 드릴 수 없… OTL)

대충 이쯤 오면 나머지는 혼자서 공부해도 됩니다. 음대 학부 수업을 들어도 되고요. 16세기 대위법과 18세기 대위법을 배우면 좋고, 악식론(musical form)은 반드시 공부하셔야 합니다. 『들으며 배우는 음악 분석』 같은 책이 기초 악식론에 가까운 책입니다. 음악사 책은 화성 이론을 배우기 시작할 때쯤부터 공부하셔도 됩니다. 대충 여기까지가 기초 이론이고, 더 공부하려면 끝도 없습니다.

※ 마지막으로 다시 강조하는 것: 먼저 쓴 글에서 했던 얘기지만, 분석은 나누는 일에서 비롯합니다. 그리고 이론은 나누는 일을 돕는 도구 같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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