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이 탄식하고 있다.
차가운 빗방울이 꽃잎 속으로 떨어진다.
자신의 마지막을 향하여
여름은 조용히 몸서리친다.
황금빛으로 물든 잎 위에 또다른 잎이
높다란 아카시아 나무에서 떨어진다.
여름은 놀라고 지친 표정으로
한때 정원이었던 죽어가는 꿈을 향해 미소짓는다.
오랫동안 장미꽃 옆에 우두커니 머물러선 채로
여름은 휴식을 그리워한다.
여름은 지친 두 눈을
천천히 내려감는다.
― 헤르만 헤세, 「9월」 (장철환 옮김)
여름이 지나고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9월, 헤르만 헤세는 죽음을 노래했습니다. 독일의 9월은 한국보다 좀 더 춥고 쓸쓸하다지만, 9월 24일이면 한국에서도 제법 찬바람이 불어오고 낙엽이 지겠지요. 이런 날, 라흐마니노프와 차이콥스키를 들으며 애수에 잠겨 보면 어떨까요?
이번 《가을, 그리고 저녁》 연주회에서는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을 연주합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이 연주되는 이번 음악회는 가을을 맞아 애수에 잠길 수 있는 좋은 자리가 될 것입니다.
서곡으로 장식될 ‘클라우스 아르프(Klaus Arp) ― 《추억》(Mémoire)’ 역시 멜랑콜리한 가을 저녁의 정서에 어울리는 작품이며 현대곡이면서도 대중들에게 쉽게 어필될 수 있는 아름다운 곡입니다. 작곡자 ‘클라우스 아르프’는 구자범 지휘자의 스승이기도 하며 《추억》(Mémoire)은 국내초연으로서 몽환적인 분위기의 선율 속에서 화려한 플롯 솔로가 돋보이는 곡입니다.
"가을, 그리고 저녁"
- 2011년 9월 24일 토요일
-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
- 만 7세 이상 입장가
- 입장권: VIP 6만원 / R석 4만원 / S석 3만원 / A석 2만원 / B석 1만원
- 할인: 장애우, 국가유공자, 학생 50% / Art plus 골드회원 40% / Art plus 일반회원, i-Plus카드 30% / KB, BC, 신한, 현대, 삼성카드, 고양문화재단, 인터파크 유료회원 20% / ‘문화 데이트’ 신청은 경기필 사무실에 문의
프로그램
- 아르프, »Mémoire (추억)« für Flöte und Orchester
-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c단조 작품 18 (협연: 박종훈)
-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b단조 작품 74, 《비창》 »Pathétique«
아르프 ― »Mémoire (추억)« für Flöte und Orchester
클라우스 아르프(Klaus Arp)는 독일 작곡가 · 지휘자이며 구자범 지휘자의 스승이기도 하다. 이번 연주회에서 국내 초연되는 《추억》(Mémoire)은 감성적인 미니멀리즘 기법을 사용한 몽환적인 작품으로, 넘실거리는 오케스트라와 화려한 플루트 독주 선율이 돋보이는 곡이다. 김일지 플루트 수석이 독주 선율을 연주한다.
라흐마니노프 ― 피아노 협주곡 2번 c단조 작품 18
라흐마니노프 작품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곡이며, 이 가운데 2악장은 에릭 카멘(Eric Carmen)이 부른 〈All by Myself〉에 인용되는 등 대중음악에도 곧잘 쓰였다. 또한 권형진 감독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에서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이 곡을 연주하는 장면이 나오고, 일본 TV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 제6화에서는 주인공 치아키가 이 곡을 연주한다.
라흐마니노프는 교향곡 1번 초연 때 혹평을 받고 나서 우울증과 슬럼프에 시달리다가 완쾌한 뒤인 1900년부터 1901년 사이에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작곡했으며, 치료를 맡은 니콜라이 달(Nikolai Dahl) 박사에게 작품을 헌정했다.
이 곡은 애수 가득한 분위기와는 달리 연주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곡이며, 한 손으로 온음 9개 간격을 눌러야 하는 등 손이 작은 사람은 연주할 수 없는 곡으로 악명 높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피아니스트 박종훈이 협연을 맡는다.
차이콥스키 ― 교향곡 6번 b단조 작품 74, "비창"
차이콥스키가 마지막으로 작곡한 교향곡이며, 그가 사망하기 9일 앞선 1893년 10월 28일 초연되었다. 이 곡은 앞서 발표된 교향곡과 달리 절망과 체념, 죽음의 정서로 가득한 가운데 쓸쓸히 끝난다. 차이콥스키는 이 곡에 표제가 있다고 밝힌 바 있으나 실제로 알려진 것은 없으며, 음악학자 리처드 타루스킨(Richard Taruskin, b1945)은 이것을 "자살 유서와 같은 교향곡"("symphony as suicide note")이라 했다. (차이콥스키 공식 사인은 콜레라이다.)
이 곡에 '숨은 표제'의 의미와 관련해서는 세 가지 설이 있다. 첫째, 차이콥스키는 동성애 의혹이 있었고, 이것이 문제가 되자 명예로운 자살을 강요받았다는 정황증거가 있다. 이 곡은 동성애 의혹과 관련 있는 조카 블라디미르 다비도프에게 헌정되었다.
둘째, 차이콥스키가 죽기 세 해 앞서 여동생이 죽고, 후원자인 폰 메크 부인과 서신 교류와 경제적 지원이 끊겼다. 폰 메크 부인은 장남이 불치병에 걸린데다 부인 자신도 건강이 악화되어 프랑스로 요양을 났는데, 차이콥스키는 그러한 사정을 몰라 큰 상실감을 느꼈다.
셋째, 당시 러시아 사람들이 비참한 생활을 이어가던 사회상과 관련이 있다는 설이 있다. 차이콥스키는 "오늘날 우리가 겪는 이 비참한 시대에는 오직 예술만이 이 무겁고 숨막히는 현실에서 주의를 돌려줄 수 있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협연자 : 피아니스트 박종훈
이탈리아 산레모 클래식 국제 피아노 콩쿨에서 우승(2000년)하며 세계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한 박종훈은 이후 산레모 심포니와 협연한 갈라 콘서트, 첼리스트 비토리오 체칸티와 함께 한 베토벤 콘서트(로마)가 RAI 이탈리아 국영 방송국에 의해 이탈리아 전국 생방송되기도 하였다. 서울시향, KBS 교향악단을 비롯해서 국내 최고의 오케스트라와 정기적으로 협연 무대를 가져 왔으며 상 페테르부르그 심포니, 브루노 심포니, 슬로박 필하모닉, 아카데미아 필라르모니치 디 베로나 등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 하였다. 세계 50여 개의 도시에서 독주, 실내악 연주를 해 왔으며 뉴욕 타임즈의 버나드 홀란드는 그의 연주에 대해 "놀라운 개성, 우아한 음악성" 이라고 평한 바 있다.
2010년 10월 현재, 총 5장의 클래식 앨범과 9장의 재즈/크로스오버 앨범을 발표하였으며 많은 음반에 프로듀서로도 참여해왔다. 2008년 클래식&재즈 레이블 <루비스폴카>를 설립, 실력있는 국내/외 아티스트들의 음반과 공연을 기획/제작하고 있다. 2009년 한국인 연주자 최초로‘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 전곡 연주회’를 예술의전당에서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2010년에도 예술의전당 크로스오버 페스티벌(1월), 호암아트홀 박종훈의 러브레터(3월), 친절한 금희씨:모차르트에 빠지다(11월) 등 활발히 활동 중이다. 2009년 4월부터 1년간 KBS-1FM의 'FM가정음악'을 진행하였고 올 5월에는 아내인 피아니스트‘치하루 아이자와’와 함께 피아노 듀오
연세대 음대에서 이경숙, 줄리어드에서 세이모르 립킨, 이탈리아 이몰라 피아노 아카데미에서 거장 라자르 베르만을 사사하였다.
지휘자 : 구자범
연세대학교 철학과 졸업 후 동 대학원 철학과 재학 중 도독
독일 만하임 음대 대학원 지휘과 졸업
독일 하겐 시립 오페라 극장, 다름슈타트 국립 오페라 극장 지휘자
하노버 국립 오페라 극장 수석 지휘자
광주 시립교향악단 지휘자
현,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
― 티켓 예매 ―
고양아람누리
http://www.artgy.or.kr/PF/PF0201V.aspx?showid=0000003323
인터파크
http://ticket.interpark.com/Ticket/Goods/GoodsInfo.asp?MN=Y&GoodsCode=110100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