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29일 금요일

디지털 오디오 논쟁에서 곧잘 헷갈리는 개념 ①데이터에러 ②지터 ③EMI·RF

디지털 오디오 논쟁에서는 언제나 이 세 가지를 구분하지 않고 뭉뚱그려 말하니 논쟁이 겉도는 듯합니다. 요즘에는 뻥이사님 덕분에 EMI·RF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더 그런 듯해요.

③ EMI·RF

이 얘기부터 짧게 해치우죠. 이건 노이즈 소스가 디지털 기기일 뿐 디지털 정보처리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넘들이 음질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말은 앰프 등 아날로그 영역에 어떤 식으로든 전달되기 때문이겠고요. EMI·RF가 지터를 유발한다고 주장한 사람도 있는 모양이던데, 그게 가능한 일인지 저는 지식이 짧아서 모르겠습니다만, 제 짐작으로는 택도 없는 소립니다. (나중에 보탬: 누가 관련 엔지니어한테 물어봤더니 EMI·RF 때문에 지터가 생길 수도 있다고 하더랍니다.)

① 데이터 에러

에러 안 납니다. 안 나요. 얘기 끝.

③ 지터(Jitter)

'지터=데이터 에러'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고 저도 한때 그렇게 잘못 알기도 했지만, 사실이 아니랍니다. 지터가 데이터에러로 이어지는 건 CDT 수준에서나 가능한 일이고, 광디스크를 매개로 하지 않는 데이터 전송에서는 에러 안 납니다. S/PDIF 전송도 마찬가지. 에러가 나는지 안 나는지는 비싸지 않은 특수장비로 어렵지 않게 검증할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http://board.wassada.com/iboard.asp?code=hifi&mode=view&num=41112&page=1&view=t&qtype=&qtext=

그러면 데이터는 완벽한데 왜 지터 때문에 음질이 나빠질까요? 먼저 전자공학도라고 밝히신 '대동단결님' 댓글을 인용하겠습니다.

대동단결 2008/11/19 20:16 답글수정삭제

지터가 소리에 영향을 주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터는 시간축에 대한 지터 뿐만 아니라, 전송해야 할 신호 대역의 주파수 이외에 다른 주파수가 끼어드는 정도도 지터라고 정의하고 쓰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지터 노이즈라고 하나요?)

근데 문제는, 오디오 D-A 컨버터가 얼핏 보기에는 아주 복잡한 프로세스 과정을 거쳐서 클럭킹된 디지털 오디오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하는 장치처럼 보이지만, 오버샘플링 인터폴레이션 필터와 같은 부분을 전부 제외하고 핵심 부분인 D-A 변환 부분만 뜯어보면 단순한 R-2R 래치와 같은 아주 기본적인 로직소자의 집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R-2R 래치를 비트 수만큼 조합한 경우는 멀티비트 컨버전에 쓰이는 방식이고, MASH 방식이나 DSD 신호의 처리에 쓰이는 1-bit도 로직소자의 복잡도만 줄었을 뿐이지 아주 기본적인 로직으로 이루어진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그 로직 소자들을 다시한번 뜯어보면 결국 트랜지스터 (TTL이나 ECL의 경우, CMOS라면 FET겠죠?)와 개별소자로 구성된 증폭기입니다. 전문적인 전자 엔지니어라면 74HC04같은 흔하디 흔한 로직에서부터 복잡한 VLSI에 이르기 까지 결국에는 개별소자와 증폭기의 결합이라는 사실을 부정하시지는 않으리라 봅니다.

철두철미하게 0과 1의 경계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이는 디지털 로직도 내부적으로는 오디오 앰프와 크게 다를바 없는 증폭기란 말입니다.
물론 신호 규약별로 정해진 규격만 지켜준다면 논리소자는 개발자가 의도한대로 정확히 동작을 하겠죠. 하지만 D-A 변환이라면 이야기는 상당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입력되는 디지털 신호에 낀 노이즈 및 지터가 출력되는 아날로그 신호에 고스란히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클럭 혹은 데이터 라인과 함께 입력되는 지터와 노이즈는 수많은 증폭기(로직 소자)를 거치면서 줄어들 수도 있지만, 그대로 전해져 신호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태반일 것입니다.

비록 입력 디지털 신호의 주파수가 보통 수MHz 이상의 중.고주파인 만큼 지터 노이즈도 그만큼 고주파 대역이라 D-A 컨버터 이후 LPF를 거치고 나면 그만큼 가청 영역에서는 소리에 영향이 없는 것 아니냐는 반문을 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LPF도 임계 주파수 이후의 대역을 완전히 싹둑 자르는 게 아니고 감쇄를 시키는 만큼 그 영향을 원천배제하지는 못한다고 봅니다.

대동단결 2008/11/19 20:32 답글수정삭제

이런 디지털 오디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가장 많은 분들이 잊으시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디지털 신호도 0(low)와 1(high)라는 신호 "형태" 면에서 디지털이지, 결국은 전기적인 아날로그 신호라는 점입니다. 지터가 낀 신호와 그렇지 않은 신호는 디지털 로직 입장에서 볼 때는 같을 지 몰라도, D-A 컨버터를 거쳐 나온 소리라는 아날로그 신호로 봤을 때는 전혀 같지 않습니다. (비록 그 차이가 어느정도 난다는 걸 떠나서 말이죠)

거듭 강조하지만, D-A 컨버터라는게 I2S같은 디지털 오디오 신호를 받아서 내부에서 무슨 휘리릭 뿅!하는 마법을 부려 아날로그 신호를 생성해 내는게 아니라, 일종의 증폭기인 디지털 로직을 거쳐서 아날로그 신호가 나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지터의 단위는 ps입니다. 즉 피코의 단위를 가진다는 뜻인데 (물론 아주 안좋은 USB 컨트롤러를 통해 뽑아낸 디지털 오디오 I2S 신호의 경우 수백 ns까지 지터가 많이 끼기도 합니다 ^^) 그만큼 분명 인간이 느끼기는 쉽지 않겠죠. 하지만 개인적으로도 트랜스포트 간의 차이는 ABX 테스트로도 느껴 보았고, 수많은 검청기가 그 사실을 정리해 주고 있습니다.

오디오 아날로그 앰프도 수많은 실용론자/무용론자들이 어지간한 앰프는 NFB가 걸리기 때문에 차이가 없다 / 소리차가 있지만 의미없다 라고 말하고 있는 실정입니다만 이것도 하나의 관점일 뿐이지 실제로는 차이가 납니다.

모든 관점을 버리고 자연 순리로만 생각해 보세요. 사용한 부품과 회로 구성이 다른데 같은 소리가 난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겁니다. 비유가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진짜랑 똑같은 짝퉁이 없는 것과 비슷한 거라 봅니다. 아무리 비슷하게 보이려 해도 결국 다른 점이 드러나는데, 하물며 서로 전혀 다른 내장을 가지고 있는게 같다는건 자연 순리에도 어긋나지요.

전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연구생입니다만 (물론 오디오도 자작 많이 하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의외로 많은 엔지니어들이 갖고 있는 관점이, 뭔가 차이가 있으면 왜 차이가 나는 지 연구하고 검증해 보기보다는 자기가 가진 이론상에서는 차이가 없다며 그걸 일축해 버린다는 점입니다. 위에 어떤 분이 인뗄 연구원의 열에 아홉은 그런 대답을 할꺼라는 말씀을 했는데, 전 그 아홉의 엔지니어보다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며, 왜 그런 지 밝히고 싶다 라고 답하는 엔지니어를 더 존경합니다. 그래야지 그 엔지니어가 더 발전할 수 있거든요.

(물론 저도 아직 배우는 입장인 만큼 틀린 점이 많을 수 있습니다. 그런 점은 서로 의견을 맞대가면서 보다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댓글 출처: http://wagnerian.textcube.com/335#comment509886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는 분은 제가 나름대로 이해한 바를 짧게 정리한 글을 읽어보세요: http://wagnerian.textcube.com/354

나중에 붙임. 뭔가 신기한 댓글을 발견했는데 무슨 소린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퍼옴:

멀티앰프 10-02-01 12:32 답변

제가 실제 경험한 황당한 경우 하나 여기에 공유하고자 합니다.

제가 DSP에서 PWM 프로세싱을 구현하고 실험을 하고 있었는데, 사용하는 보드의 S/PDIF 입력이 좀 후져서 그런지 아날로그 출력 성능이 만족스럽지 않아서, 입력을 온보드 XTAL을 쓰는 쪽으로 바꿔보았더니 THD와 노이즈플로어가 10dB이상 왔다갔다 하더군요. 좀 더 극단적인 예로는 지터때문에 노이즈 플로어가 20dB이상 올라가는 경우도 발견했습니다.
전에 레코딩하시는 분들과 지터에 관한 토론을 한 적이 있는데(www.audioguy.co.kr) 거기서 새로 깨달은 것은 noise-shaping을 하는 PWM/PDM(델타-시그마) DAC과 그게 없는 R-2R DAC은 지터에 대한 반응이 상당히 다르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이런 실제 오디오 환경들이 이론보다 지터의 차이가 더 잘들리게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출처: http://www.referenceclub.co.kr/bbs/board.php?bo_table=freeboard&wr_id=2264

▶ '블라인드 테스트'(blind test) 떡밥

'이론 같은 거 나는 모르겠고 내가 귀로 들어보니 차이가 나더라.'
'블라인드 테스트 해 봤냐? 안 해봤으면 말을 말어.'

얘기가 이렇게 빠지면 드디어 진흙탕 싸움이 되지요. 제가 언제나 하는 얘기지만, 어느 한 쪽이 옳다는 학술적으로 신뢰할 만한 증거는 없습니다. 권위 있는 지각심리학 학술지에 논문 한 편 실리면 끝나는 얘긴데, 아무도 안 하지요. 이거 실험하려면 돈만 많이 들지 학술적으로 매력 있는 주제는 아니거든요. 오디오사에서는 이런 쪽에 연구비를 지원해 봐야 얻을 것 없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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