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23일 목요일

[펌] 영작문 학습 이렇게 하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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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currentenglish.com/cgi-bin/CrazyWWWBoard.cgi?mode=read&num=65&db=theory&backdepth=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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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작문 학습 이렇게 하자 1

1. 한국인과 영작문

한국인 영어 학습자들이 가장 골치 아프게 생각하는 것은
말하기와 더불어 쓰기의 문제이다. 특히 영어로 글쓰기는 그
어려움이 매우 크다. 특히 한국의 입시 교육 체제 속에서 나쁜
영향을 직접 받은 영어교육에서 영작문의 피해는 말도 못 할
지경이다. 영작문을 가르쳐야 할 대학 교수들이나 일선의
중고등학교 교사들도 도무지 자신이 없는 영역이 바로
영작문이기 때문이다. 특히 영작문 능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독해 중심의 영어 시험은 영작문 능력의 절멸 상태로 치닫게
만들었다.

그러나 최근에 유학, 이메일, 인터넷 정보 교환, 무역, 국제회의
등을 통해 영어권이나 다른 국가들과의 국제적인 접촉이
많아지면서 기록을 남기거나 정확한 정보 교환을 강화하기 위한
영어로 글쓰기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인터넷
시대가 만개하면서 인스턴트 메시징의 출현은 영어로 글쓰기의
필요성을 더욱 중요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있다.

그런 중요성을 감안하여 한국인들이 영어로 글을 쓰는 습관을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가꾸며, 또한 전문적인 영작문 능력은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지 살펴 보기로 한다.

2. 어린이와 영작문

어린 시절에 영어로 글쓰기를 하는 습관은 어려운 것 같지만
습관만 잘 들이면 쉽다. 글쓰기의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쓰게
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초등생이나 중학생에게
컴퓨터에 영어로 뭔가를 쓰도록 하는 것은 영작문이 아닌 영어로
글쓰기를 통한 표현의 시작이자 문제 발견의 시작일 수 있다.

단어를 2천 단어 정도 알게 되면 이미 영어로 글쓰기가 가능한
시점이다. 중학교 2학년 정도면 이미 글을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영어교육이 제대로 된 나라라면 물론 그래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영어 학습의 현실은 실제로는 단어만 외웠지 그
단어를 쓸 수 있는 활용 능력은 전혀 딴판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 개념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이다.

3. 영문법을 단단하게

그렇기 때문에 어휘가 갖추어져 있으나 어휘에 대한 활용 능력이
부족하거나 거의 존재하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guided writing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론 이것은 마음대로 아무 것이나 써대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guided writing은 일종의 틀을 가르치는
훈련이다. 기본 영어 문형에 대한 문법 지식이 있는 학생들에게
turn on이라는 동사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틀을 꾸며 주는
것과 같다. 학생들은 이러한 문장의 의미 문맥을 통해 동사나
동사구를 적용시키는 훈련을 하게 된다. 물론 이러한 문법과
어휘가 결합된 활용 훈련은 English Grammar in Use 같은 책에서
많이 보이는 방법이다. 이러한 훈련은 당장은 문법이나 어휘에
대한 이해는 있으나 직접적인 활용 능력은 부족한 이들에게
유용한 방법이다. 특히 어휘는 알고 있으나 그 어휘를 사용할
줄은 모르는 학습자들에게는 매우 좋은 훈련이다.

영작문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어휘와 문법을 모르면 할 수 없는
영역인지라 English Grammar in Use(EGIU) 시리즈 같은 책을 통해
영작문의 기초가 되는 동사 등의 어휘와 문법의 활용 능력을
체계적으로 쌓아나가는 것이 크게 중요하다. 그야말로 건축을
시작하기 전에 시멘트와 벽돌을 만들고 공사 현장에 가져다가
쌓아 놓은 과정이나 마찬가지이니 말이다. guided writing은
그래서 어린 시절에 하는 게 좋다. 어린 시절은 기억력이 출중한
시기라 이런 기초 '부품'의 제조와 사용을 익혀 뇌와 몸에
익숙하게 만드는 데 더욱 큰 효과를 발휘한다. 중학생일 때
어휘의 활용 능력을 익힌 사람과 대학생일 때 익힌 사람의
차이는 기본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그 세월 만큼 지식이 몸에
굳어지는 정도가 차이를 보일 것이니 말이다.

4. 영작문 교재의 전문성

guided writing에 좋은 효과를 보이는 책은 문법 지식을
아무렇게나 남발하고 나열하는 엉터리 책들은 피해야 한다. 이런
책을 쓰는 이들은 저자 자신들부터 영어가 장애 증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체계적으로 전체 구도를 그리면서 일정한 틀을
형성하는 것은 보통 실력을 가진 이들은 하기 힘든 일이다.
ELT의 전문가들이 쓴 책은 전체의 구성에 있어서 그 질적 차이가
확연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영작문을 하지 못 하는 이들은
특히 문법에 대한 활용 능력이 혼란상을 보이고 문법이라는
정보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처지의
학습자들이 틀이 없는 엉터리 책에 빠지면 회복 불가능한 '유전
형질'을 이어받게 되는 비극을 맞는다.

생각해 보라. 그 많은 문법 지식을 학습자의 입장에서 구성하고
분석하고 엮어서 학습자의 학습 과정을 통해 전체적인 판을 짤
수 있는 큰 틀을 구상하고 쓴다는 것이 과연 쉬운 일인가?
그래서 영미의 ELT 저서나 학습서 중에서 갈수록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저자들이 나오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이다.
방법론 연구나 저작 활동 자체가 매우 정교해지고 그 깊이가
날로 더하니 이 분야 저 분야 다 건드는 게 매우 힘들어지고
경쟁도 치열하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이들도 문법, 작문, 발음
등에 전문적인 연구, 저작 활동을 하지 점점 이것 저것 문어발
확장을 못 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이미 영국에는
인터넷으로IATEFL 등의 Special Interest Group에는 이러한 전문
분야의 세분화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English Grammar in Use는 여러 수준에 맞춰 몇 가지 책으로
편집되어 나오고 있으니 영어 학습자들은 이 중의 한 권을 선택해서
문법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실제로 문장에 적용시키는 훈련을
하는 기회를 갖기 바란다. 이런 기본적인 훈련이 없이 글을 쓰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영작문을 하기 이전에 학습자의 문법 기반을 다지는 차원에서
이런 책을 보는 것인데, 여기 저기 뒤섞이고 흩어져 있는
파편화된 자신의 문법 지식을 정리하는 효과만 있는 게 아니다.
한국어 문법 용어를 통해 영문법을 들여다 보는 경험과는 다른
영미인 문법학자가 전문적인 지식으로 들여다 보는 그러나 중급
이하 학습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설명을 통해 영어권 내에서
영어를 어떻게 배우고 특히 문법을 어떻게 이해하고 바라 보는지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5. '독해용' 영문법의 문제

한국인 영어 학습자들의 학교 영어 수업에 대한 절망 중 한
가지는 일본어에서 얻은 한자용어 자체가 걸림돌이 된 경우도
많다. 심지어는 한국에서 나온, 일본의 문법책을 짜깁기하거나
베낀 이들의 책을 보면 과연 자신도 알고 쓴 것인지 이해가 안
가는 부분들도 적지 않다. 나는 문법책을 쓴 그들이 실제로는
영어를 잘 말하고 사용하는지에 대해서도 무척 회의적이다.

한국의 영작문 실패는 이렇게 시험용, 독해용으로 쓴 한국산
문법책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자신들도 영어를 하지 못 하는
이들이 한결 더 못 하는 이들을 장악해 가지고 놀기 위해 쓴
애매모호한 내용 투성이의 문법책을 보고 어떤 이가 영어의
느낌을 얻을 수 있겠는가.

6. 영작문과 사전

영문법 책의 문제 외에 다른 큰 문제는 사전이다. 영어 사전의
생산 지식(productive knowledge)의 결함의 문제는 내가 누누히
썼다. 다른 또 한 가지 문제는 이러한 교재와 더불어 산 영어의
현실을 몸소 보여 줄 수 있는 교수, 교사의 부재이다. 한 마디로
가르치는 이부터 영어가 불안한데 누구에게 자신 있는 정확한
영어의 본보기 역할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영작문에만 한정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영작문에 엄청난
지식을 쏟아 놓을 수 있는 교수조차도 부족한 현실에서 이상론만
펴기에는 현실이 너무 엄혹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인적
결핍을 좋은 교재로라도 대신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영작문의
기초를 닦는 문법책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7. 영문법을 '읽는' 방법

문법책에 대해서 요즘 생각하는 게 있다. 전에도 썼듯이
문법책을 읽는 두 가지 형태가 있다고 했다. 한 가지는 처음부터
순서대로 다 읽어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무 곳이나 읽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첨가해 말하고 싶은 것은
그것도 학습자의 수준에 연관된 것이라는 것이다. 문법 지식이
크게 부족한 초보자는 여기 저기 소가 풀 뜯어먹듯이 읽으면서
돌아다니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이다. 기초가 쌓이지 않았기
때문에 잘못 하면 머리 속에 정리되지 않은 이런 저런 지식이
헝클어질 수도 있다.

반대로 중급 이상의 문법 지식이 있는 사람은 문법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간다는 것은 중언부언하는 격이라 지루할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는 것에 대해 일부 모자란 부분을
보충하고 알고 있는 것은 확장, 강화하는 차원에서 Practical
English Usage
(PEU)같은 책을 여기 저기 읽어 보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물론 그런 수준인데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
보겠다고 하면 안 말린다.

문법이 불안한 사람은 역시 English Grammar in Use 같은 책을
보면서 체계적으로 이해를 하고 적용을 하면서 익히는 게 낫다.
이 두 경우의 차이는 건축 설계도는커녕 감독도 없는데
미장이에게 모래, 자갈, 시멘트, 벽돌 등을 주고 집을 지으라고
하는 것과, 설계도를 가지고 모래, 벽돌을 구하는 것의 차이와
같다. 이곳 저곳 읽어 보았자 전체로 연결할 수 있는 설계도가
있느냐 없느냐가 이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 데 결정적
요소인 것이다.

8. 영문법은 중요한 것부터

English Grammar in Use는 되도록 일찍 시작하라고 한 것을 절대
잊지 말기 바란다. 중학교부터 이 책 시리즈를 Basic부터 하나
하나 확장하듯이 보면 나중에 영어 회화를 한다고 무슨 '필수(?)
1만개 영어 표현집'을 달달 외운다고 달달 귀신이 되는 정신나간
짓은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머리 속에 설계도나 건축 구조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불안한 마음에 벽돌만 가득 사재기하는 꼴
당한단 말이다. 그런 이들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한
현실이다만.

영작문을 보면 '잘하는' 이들도 매우 기초적인 문법이 틀리는
것을 자주 보는데 이는 문법 지식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말뿐이 아니라 영작문에도 중요해서 말하지만, 문법도 알아 두어
봤자 평생 겨우 몇 번이나 볼 문장 구조에 대한 것이 있는가
하면 하루에도 여러 번씩 보이는 그러한 구조가 있다. 일단
정보가 넘치면 우선 순위를 정하는 게 정보화 사회에서의 생존의
지름길이다. 정리를 하지 못 하는 이들은 절대 살아남지 못 하는
시대이다. 뭐라고 무책임하게들 떠들지만 1년만 지나면 그
낭비의 결과가 바로 보인다.

영문법에도 이러한 중요한 문법이 있다. English Grammar in
Use
의 Basic, Essential 판 같은 경우가 이런 효용성의 법칙을
잘 실천하려고 쓴 책이다. 어휘도 마찬가지이지만 문법 지식도
반드시 알아야 할 것에 대한 정의도 다른 게 한국어 문법책과
영미 문법책의 극명한 차이이다. 특히 영미의 ELT 연구자들이 쓴
문법 책 속에서 이러한 차이를 읽을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문법 지식도 활용 빈도가 높은 것을 확실하게
알아야 영작문에 도움이 된다. 항상 사용해야 하는 조동사나
관사 a(n)의 사용법을 쉬운 것으로 착각해 그만큼 자주 틀려서
점수가 깍이는 것은, 알 필요도 없는 문법을 사용하다가 틀려서
하나 깍이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효용성의 차이란 말이다.
얼핏 쉬운 것 같아 보여도 실제로는 자신도 위태위태하게
사용하는 애매한 지식을 확실하게 붙들어 놓는 조치부터 취하지
않고 다른 구경거리 났다고 냅다 달려가는 식이니 영어가 맨날
'삼풍백화점' 꼴이란 말이다.

9. 영문 일기 쓰기

영작문 학습의 기초 훈련의 일환으로 영문 일기를 쓰는 것은
초등학생부터 가능한 일이다. 학부모들이 영문 일기를 초등학생
자녀에게 가르치려고 할 때는 거창한 영어 쓰기의 개념을
생각하기 때문에 어렵게 생각하지만 중학 영어 정도의 문법만 잘
알고 있어도 적지 않은 문장을 만들 수 있다. 문제는 중학 영어
교과서의 내용을 이해한다고 해도 그것을 자신이 생산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펜만 주고 써 내라고
하면 그 문장을 만들지 못 하는 것은 구조에 대한 개념이 없고
각 어휘의 생산이라는 유기적인 조직 훈련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말을 이렇게 하니 어려운 것 같지만 영작문 학습을 목적으로 한,
그 수준의 문법 지식을 이용한 문장 구성은 연구 하기 나름에
달린 것이다. 이러한 영어 생산의 훈련은 거의 하지 않았던 게
이전의 중등학교 영어 학습의 내용인데, 지금은 영작문 숙제
가지고 찾아오는 학생들을 보면 과연 그렇게 많은 또는 어려운
문장을 실제로 영작을 하기를 기대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뭘
모르고 날뛰는 것인지 감이 안 잡힌다. 실제로 영작문 수업은
어떻게 하면서 그런 숙제를 내 준다는 것인지 한 번 만나서 패
주고 싶다만 시간이 없으니...

10. 영작 학습 메커니즘 만들기

중학교 과정에서 이러한 생산 지식에 대한 인식을 가능케 하는
메커니즘을 창안해 넣는 것은 ELT 연구자들의 몫이다. 학생들이
작심하고 외워야 할 지식으로 여기지 않고 약형드랩처럼
암기하지 않고 지나가듯이 해도 나중에는 모두 쌓여서
자연스럽게 청취나 영어의 구조를 익히게 만들어 주는 게 ELT
연구자들의 몫이다.

내가 요즘 중등학교 영어교과서를 볼 기회가 없었으나 최근에
'영어'에 관한 글을 하나 쓰면서 부분적으로 살펴 보았더니
그렇게 머리를 쓴 흔적은 없다. 앞으로 기회가 있으면 중등학교
영어 교과서 전부를 구해서 생산적 지식의 메커니즘을 만들 수
있는 이들이 만든 교과서인지 분석해 보아야겠다.

영작문뿐 아니라 영어학습의 다른 영역에도 해당되는
이야기이지만 영어청취도 그렇고 영어회화도 그렇다. 모두
방법론과 학습 메커니즘을 찾아내고 만들어 내는 것은 ELT
연구자의 책 읽기, 연구 등의 많은 노력을 거쳐야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이론 연구나 방법론 개발 자체가 힘든 게
현실이기 때문에 사이비들은 snake oil을 가지고 1, 2년
장사하고는 튄다. 그러나 한 연구자의 지식, 연구, 경험,
노력으로 잘 만들어진 방법론과 그것을 통해 이루어진 학습
메커니즘은 수많은 이들의 학습에 엄청난 도움을 준다. 생각해
보라. 말이 쉽지. 20년 동안 해도 해도 안 되는 영어청취인데
약형드랩이나 드랩 (일 주일에 한 개!) 6개월, 아니 길어야 1년
만에 그 빠른 미국영어뿐만 아니라 영국영어까지 알아듣게
만드는 게 어디 장난인가? 물론 나는 그렇게 된다는 것을 다
알고 만든 것이다.

11. ELT 전문성은 노력

전문적인 연구는 무슨 '천지개벽'이 아니다. 그만큼 실제로
연구와 경험과 노력과 지식 축적, 시간이 필요했다. 하나 하나
연구에 바탕한 방법론이라 잡소리가 없는 것이다. 제대로 된
연구자라면 자신이 머리 굴려 쓴 잘못 된 이론이나 방법론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학습을 시도해서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게
된다면 그건 정말 '범죄적인' 행위라는 생각이 있어야 한다.
그런 생각이 없고서야 남을 생고생시키는 그런 엽기적인
사고방식으로 살 수는 없는 것이다.

영작문 학습에도 회화 학습에도 정확하고 과학적인 방법론의
개발은 엄청나게 중요하다. 수많은 한국인들이 영어 때문에
잠재적인 '영어 저능 범죄자' 취급까지 받는 것은 인권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으니 영어 선생들 사형시키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만. 농담이 아니다. 수천만 명의 한국인들의 시간과
노력과 의지를 꺾고 있는 약장수들의 꼬락서니를 보라. 백 번
양보해서 그렇게 해서라도 영어를 살려 주면 내가 아무 소리
않겠다만 이것은 몇 개월 주기로 사기를 치는 거의
날강도들이니.

영어교육학을 한다는 교수들도 마찬가지이다. 방법론 개발 좀
해라. 독해, 청취, 영작, 회화, 어휘 모두 다 우선 순위
정하기의 문제이고 방법론이나 학습 메커니즘은 연구를 하면
나온다. 그런데 ELT 방법론이나 학습 메커니즘은 매우 현실적인
어프로치를 필요로 한다. 청취만 해도 나처럼 연구자 자신이
직접 무수한 패치업을 하지 않으면 결코 만들어낼 수 없는 게
그러한 메커니즘이다. 방법론까지는 지식만으로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학습 메커니즘은 현실적인 과정의 참여에 대한 노력이
없이는 이론의 검증 기회가 없으니 오류가 늘어난다. 물론
연구자 자신의 매우 높은 지식이 없이는 연구를 뒷받침하기도
힘들다만.

12. 영작문과 회화의 불가분성

전에 내가 쓴 강의와 글에서 말하는 것과 쓰는 것은 기본적인
생산 과정은 같다고 했다. 이는 말 소리가 조음기관을 통해
입밖으로 나오기까지는 글을 쓰는 것과 생각이 같은 경로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말은 빨리 할 줄 몰라도 결국은 뇌가 빠른
속도로 생각을 만들고 처리하는 것의 차이지 뇌에서 생각을
공급하고 문장 구성을 제어하는 것은 말하기나 글쓰기이나
마찬가지이다.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머리 속에서는 말이
움직이는 게 보인다(!). 이 말은 말하기 교육과 글쓰기 교육은
연관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꾸로 두 가지의 균형을
잘 맞추면 1년은 회화 공부하고, 1년은 영작을 공부한다는
소리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물론 영작의 논리와 스타일이라든가 특정 부분을 강화하는
노력은 별도로 할 수 있다. 그러나 영작과 말하기는 결국 같이
가는 게 맞다는 것이다. 또 같은 지식을 양쪽에 똑같이 분배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시간과 노력을 아끼는(?) 원래의 언어 습득
과정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회화 따로 영작 따로 이러고
있는 이들은 자연스러운 방법이 아닌 애써 죽어라고 고생하고
있는 것이란 말이다.

13. 아는 영문법과 '사용하는' 영문법

문법을 공부할 때는 영작을 염두에 두거나 회화를 염두에 두고
하지는 않는다. 그냥 여기 저기 영어에 다 써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고쳐야 한다. 앞으로
문법은 독해용이 아닌, 영작과 회화를 위한 생산적 지식 배양을
위한 적극적인 습득을 해야 한다. 관사 a/an도 독해용에서나
필요한 단순한 의미나 어법이 아닌 (청취의 문맥 혼돈에서
보듯이) 문맥 속의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능력을 지향해야
한다. 이런 간단한 사전적 지식도 개별 가산/불가산명사 등에
연결하는 지식 확장의 경우로 발전하면 a/an 하나도 제대로 쓸
수 없는 현실 능력의 한계로 나타난다.

문법은 기본적으로 한 번에 알게 되는 경우는 없다. 기본적인
내용을 파악한 후 나중에 하나씩 더해가는 식이다. 그래서 내가
앞의 문법 학습 방법을 제안한 것이다. 먼저 기초 뼈대를 쌓고
나중에 PEU 같은 영어 어법 책으로 살을 붙이라는 것이다.
한국인 영어 학습자들은 '무슨 한국의 문법책 하나로 영어 다
아는 줄 알았더니 무슨 새로운 이야기가 이렇게 많나'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만큼 문법은 중요한 것을 먼저 알고 세세한
부분을 덧붙여야 고급 영작문 능력이 나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할 수 있다면 고등학교부터 에세이 교육을 받는 게 좋다.
에세이는 하는 만큼, 시간이 흐르는 만큼 늘기 때문에 제대로 된
훈련을 일찌감치 시작해야 영작 능력 향상을 기대할 수가 있다.
특히 주변에 영작 전문가가 있어서 학습의 방향을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 인터넷 이전의 시대에는 이게 힘들었다. 옆에
전문가가 없으면 그냥 없는 것이 현실이었으나 인터넷은 이제
그런 장벽도 없애 버렸다. 한국이든 세계 어디서든 인터넷으로
학습을 할 수 있고 영작도 마찬가지로 원하는 학습을 할 수가
있다. 그러한 인터넷에서 영작문 학습을 할 수 있는 중요한
메커니즘도 만들어지고 있다. 학습자들은 이러한 시대의 이점을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 그렇지 못 한다면 바보다.

14. 영작문에 도움이 되는 사전

영작문이나 회화를 제대로 하려면 슬랭집을 보고 외우면서 시간
낭비하지 말고 Longman Language Activator(LLA)나 축약판인
Longman Essential Activator(LEA)를 보기를 권한다. 이 책에
대한 분석은 별도로 쓰겠다. Longman Dictionary of
Contemporary English
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의미 중심의 문장
구성에 이 사전의 초점이 놓여 있다. LLA, LEA는 그 의미 중심의
표현 구성이라는 핵심을 꿰뚫고 있는 특별한 사전이다. 영작문을
하기 위한 의미 중심의 표현 공급처가 필요하다면 이 사전이 딱
제격이다.

이와 관련해서 사전 이야기를 조금 해야겠다. 사전이야
사전학자인 내가 가득 쓴 이야기라 모르고 묻는 이들은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ELT 영영사전에 대한 정보는 이미 상당한 양을
제공했으니 학습자들의 운명은 그 내용을 어떻게 소화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의 영어 학습자들은 그런 글들을 읽음으로써
자신의 비판적인 의지로 사전이나 책을 고르지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목숨을 무작정 내맡기는 우매한 짓은 다신 안 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난 번의 ELT 영영사전 종합 평가 결과 Longman
Dictionary of Contemporary English
가 '최우수 영영사전'으로
결과가 나왔다. 이제 영작문을 위한 중요한 무기인 ELT
영영사전의 선택이나 사용법은 사전 부문에서 관련 글을 읽고
마음을 다잡기 바란다.

15. 영작문과 thesaurus

영작문과 관련해 thesaurus에 대해서 이야기를 조금 해야겠다.
ESL 사용자가 아니라면 한국인 영어 학습자들이 thesaurus에서
크게 얻을 것은 없다. 동사는 thesaurus에는 그 어법이나 패턴
정보가 나오지 않으니 도움이 안 된다. 형용사 등도 동의어의
차이점 같은 어법 정보가 없으니 필요가 없다. thesaurus는
생각이 안 나는 단어를 의미 중심으로 찾는다든가 사전과 함께
사용하면서 의미 중심으로 어휘를 확장하는 도구로나 기능한다.

실제로 네이티브 스피커들도 글을 쓰다가 생각나지 않는 더
좋은 단어를 찾을 때 사용하는 게 thesaurus인 만큼 낮은 수준의
학습자들에게는 영작문에는 현실적 도움을 주지 못 한다. 이런
학습자들은 온갖 학습 정보를 담고 있는 ELT 영영사전의 내용을
먼저 숙지하는 게 급한 일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핵심 단어를
적절하게 사용하지도 못 하면서 어휘의 확장욕만 키우는 결과를
가져 올 수도 있다.

16. 고급 영작문을 위한 동의어 사전의 어법

어휘의 어법에 대한 정통한 지식을 얻으려면 thesaurus보다는
어의론적 차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들어 있는 전문 동의어
사전을 봐야 한다. 영어를 아무리 오래 사용한 이들이나
네이티브 스피커들도 정확한 어법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경우가
생기는데 이럴 때는 synonym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전이
필요하다. synonym 사전도 그냥 어휘를 죽 나열한 사전은
thesaurus와 별 차이가 없다.

글을 쓰다 보면 이 단어와 저 단어 사이의 차이가 애매하거나
사전에서는 얻기 힘든 정보 때문에 그 정확한 사용법이 궁금한
경우가 의외로 많이 생긴다. 특히 중요한 논지가 들어가는
글일수록 더욱 그렇다. 문제는 이런 설명이 들어 있는 전문
사전이 드물다는 것이다. 요즘 어휘 사이의 어법 차이를
삽입하는 ELT 사전들이 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대표적인 책으로는 Use the Right Word: A Modern Guide to
Synonyms
가 있다. 단순한 나열형 동의어 사전보다는 어법 설명이
충실한 usage 책이 도움이 된다. The New Fowler's Modern
English Usage
는 예를 들어 Israeli / Israelite, niceness /
nicety의 차이가 무엇인지 간명하게 알려 준다. 영어 어법의
권위로 알려진 책이니 그 권위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는 단단한
도움을 준다. 그뿐만 아니라 교육받은 네이티브 스피커들도
헷갈리는 영어에 대한 유권해석을 내리는 책이니 그 도움의
깊이는 읽어 본 사람만이 알지어다.

1998년에 나온 Bryan A. Garner의 최근 저서인 A Dictionary of
Modern American Usage
도 비슷한 류의 책인데 causal /
causative의 차이가 무엇인지 실례를 들어 정확하게 알려 준다.
Magna Carta/Magna Charta의 차이도 재미 있다. 이 책은 읽기만
해도 상당히 많은 어법 지식을 준다. 내가 인터넷의 등장
이전까지 회원이었던 Book of the Month Club에서 Main
Selection으로 뽑힌 적이 있다고 썼는데 뽑을 만 했다.

17. 어법은 고급 영어의 바탕

내가 이런 책들을 소개하는 이유는 한국인 영어 학습자들의
입장에서 영어로 글을 쓸 일이 없으면 usage에 대한 필요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수동적인 정보 습득 단계인 독해에는
어법에 대한 깊고 정교한 구분은 보통 필요하지 않다. 그렇지만
독해도 독해 나름이고 논쟁을 벌인다든가 중요한 해석을 하는
데 그런 상식적인 독해를 하면 백전백패요 구상유취격이다.

독해도 그런 '무서운' 일이 생길 수 있는데 하물며 적극적인
표현을 해야 하는 영작은 사람 잡을 일이 많이 생기니 어찌
어법에 대한 전문 도서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으리요. 영어를
전문으로 쓴다고 폼 잡고 다니려면 이런 정도의 참조도 없이
글을 멋대로 써대거나 유권해석까지 해대다가는 언젠가는 골로
가는 날이 생긴다. 인터넷 세상이라 전혀 만날 일 없던 이들도
이제는 분석 대상이 되는 세상이란 말이다.

18. 영문 책에서 정보 찾기와 경험

이렇게 영작을 하는 데 있어서 초보적인 단계부터 전문적인
문법과 어법 등의 지식을 제공하는 책은 반드시 하나 이상을
옆에 두고 수시로 참조해야 한다. 의문 사항이 있을 때 어떤
책에서 답을 찾아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디에 있는지 찾을
엄두도 못 내고 헤매는 사람들도 있다. 전자의 경우는 책을 자주
많이 보아서 책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잘 찾아낸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는 책을 많이 경험하지 못 했기 때문에 목록이나
색인을 보고도 원하는 지식 정보를 찾지 못 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은 감각인데 복합적인 성격을 띤다고 말할 수 있다. 즉 자신의
영어 능력, 책 보는 경험, 판단력 등이 합쳐져서 자신의 지식
검색 능력을 상승시키는 방향으로 계속 작용하는 것이다.

이 차이는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널려 있는 지식의 보고인
수많은 책들 속에서 원하는 지식을 찾을 수 있는 접근성의
문제는 책에 대한 객체 지향적인 문제일 뿐만 아니라 독자라는
주체적 검색 능력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어떤
의문점에 답을 구하고자 할 때 주위의 다른 사람은 그 원하는
정보를 찾아내는 법을 아는데 자신은 그렇지 못 하다면 정보화
시대에 심각한 수준의 지식 접근 능력을 지녔다는 것을 깨닫기
바란다. 인터넷 등 엄청난 정보가 여기 저기에 넘치는 시대에
가지고 있는 정보뿐만 아니라 널린 정보에 대한 접근 검색
능력도 '목불인견' 수준이라면 앞으로 생존이 의문시된다고 해야
하겠다.

이런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높은 학습자는 영작문 학습을
목적으로 문법/어법 책, 동의어에 관한 사전 등을 보면서도
어디에 있는지 찾아 헤매다가 제 풀에 지쳐 버리는 사람이
아니다. 이 학습자는 여기 저기 잘 이어서 정보의 심연 속으로
조직적으로 빠져들어가는 학습자이다. 이는 책을 대하는
모습에서 금방 드러난다. 책을 읽으면서도 책을 쓴 사람의
생각을 읽고 차례, 목록, 색인 등의 도움으로 그 책 속에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를 효율적으로 접근하는 사람인 것이다.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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