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11일 목요일

오디오 테스트할 때 듣는 음악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 시작할 때 호른에 이어서 피아노 독주가 나오는데, 두 번째 음이 무려 0옥타브 B플렛입니다. 29헤르츠고요. 소리를 대충 뭉개놓은 연주 말고 깨끗하게 녹음한 연주를 틀면 저음 재생이 제대로 안 되는 시스템에서는 음량이 쏙 들어가고 음색도 그 음에서만 바뀌지요.

슈베르트의 피아노 5중주 '송어' 4악장에서 콘트라베이스가 주선율을 연주하는 부분을 듣습니다. 아티큘레이션과 연주자의 표정까지 눈에 보이면 하이엔드, 음계가 또렷하게 지각되고 아티큘레이션이 일부 느껴지면 개념있는 시스템, 음계가 또렷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면 나쁜 시스템. 콘트라베이스인지 첼로인지 구분이 안 되면 막장.

요 두 가지는 이하일님이라는 절대고수님 겁니다. 오됴쟁이는 아니지만 오됴 쪽으로도 꽤 고수이신 듯하나 하이엔드는 잘 안 쓰시더군요.

나중에 붙임.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 도입부에서 음계가 내려가다가 바닥을 쿵 찍고 다시 올라가는데 이때 바닥을 찍는 음이 0옥타브 A 음입니다. 피아노 건반 맨 왼쪽에 있는 넘이지요.

시벨리우스 렘민캐이넨 전설 Op.22 Kamu/헬싱키방송교향악단/DG. 요즘 듣고 있는 음악이라 써봤습니다. 두 번째 트랙 '투오넬라의 렘민캐이넨' 8분 20초쯤에 바이올린 선율에 스네어드럼이 여리게 나옵니다. 이 스네어드럼 소리가 잘 안 들리면 해상력이 모자라거나 고음 재생이 제대로 안 되는 시스템, 너무 소란스럽고 바이올린 주선율을 해치면 케이블에 문제가 있거나 극성이 잘못되었거나 등등. 10분 35초쯤에 팀파니인지 큰북인지 헷갈리는 소리가 매우 여리게 나옵니다. 이 소리 안 들리면 막장, 소리가 들리기만 하면 보통, 초저음이 가슴의 고동으로 바뀌면서 울컥해지면 좋은 시스템. 하이엔드로 들어보지는 못했습니다. 이 녹음이 1976년 녹음인데 다른 연주는 아직 못 들어봤습니다.

베베른 Op.10에서 사운드 스테이지가 좌우로만 펼쳐지면 나쁜 시스템, 주선율이 3차원으로 왔다갔다하면 좋은 시스템. 김원철은 오디오로 이런 소리를 들어본 적 없고 연주회장에서만 들어봤음. 그때 썼던 연주회 리뷰 가운데 인용: "또 나는 음반으로는 느낄 수 없던 신비로운 공간감을 느낄 수 있었는데, 마치 요정이 빛을 뿌리면서 무대 위를 날아다니는 듯했다. 이런 식의 3차원적 공간감은 정상적인 가정용 2채널 오디오로는 재생이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되며, 나중에 고가의 오디오를 감상할 기회가 생기면 이 작품을 꼭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밖에 삘로 듣는 음악은 바렌보임과 숄티의 바그너 녹음, 샤이의 말러 녹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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