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 29일 월요일

Dubiel VS Forte: 주관적 진술과 객관적 분석


Dubiel, Joseph., "Analysis, Description, and What Really Happens."
MTO 6(3), 2000.

Forte, "Response"; Dubiel, "Reply";
Forte, "Reply again"


Dubiel의 주장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진술(description)"을 "분석(analysis)"의 영역에 편입시키는 것이 음악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목적에 들어맞는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Kerman의 주장을 연상시킨다.1) Kerman은 분석과 비평의 개념 구분에 대해 비판하면서 분석의 본령은 과학이 아닌 이데올로기임을 역설한다. 체계적인 모델에 기반한 ‘과학적’인 분석은 자칫 자기 논리에 빠져 분석이 대상으로 하는 작품 자체를 놓칠 수 있다는 점에서 Dubiel의 "description" 개념은 체계적 분석을 보완할 수 있다. 주관적 속성("description")과 객관 지향성("alalysis")의 상호보완관계는 또한 ‘해석학적 순환’의 개념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Dubiel의 주장은 일단 반갑다. 나는 그동안 분석이론들을 공부하면서 ‘구조’를 중시하는 태도에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견고한 구조를 가진 모델에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풀이 죽은 나머지 분석 자체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지는 못 했던 것 같다. Dubiel은 구조 중심적 사고를 견지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의 아이디어는 그것을 버릴 수 있게 하는 단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description"의 주관성은 태생적 한계가 분명하다. Kerman은 ‘음악 비평의 밑천에는 미학적 물음에의 구걸, 발달하지 못한 평론의 경구(警句), 즉흥적 판단 등이 있다’라고 했다. 여기서 ‘비평’을 "description"으로 바꿔도 좋을 것 같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결국 답은 해석학에서 얻어야 할 것 같다.

Dubiel에 대한 Forte의 비판은 좀 생뚱맞다고 느껴진다. Dubiel에 대한 비판의 초점은 ‘과연 "description"을 "analysis"의 영역에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한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Forte는 자격 미달(?)의 요소가 분석의 영역을 넘보는 것이 너무도 못마땅했던 모양인지 급기야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는 상황을 염려하기에 이른 것이 아닌가 싶다. [1.6]에서의 주장은 특히 억지스럽고, [1.7]에서는 부정확한 ‘편집’ 인용마저 겹따옴표에 둘러싸여 있다.

Forte의 주장 가운데 한 가지 눈여겨 볼 부분은 음악 이론의 목적에 대한 것이다. 그는 Dubiel과는 달리 음악 이론(혹은 분석)이 작품을 ‘어떻게 들어야 하는가’를 설명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며, 이론은 ‘기본적으로 교육적인 것이 아니(not basically a didactic endeavor)’라고 한다. 그의 논리를 확장하면 음악 이론/분석은 때로는 지각적 경험을 무시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에 동조할 수 없지만 이는 나름대로 존중받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것은 Dubiel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논리가 될 수 있다.




1) Kerman, Joseph. "How We Got Into Analysis, and How to Get Out." Critical Inquiry VII (1980):311-33.



- 2004년 11월 25일 씀.


- 2005년
8월 29일 덧붙임:

Dubiel은 젊은 학자이고 Forte는 미국을 대표하는 대가다.
새파란 젊은이가 노장에게 겁없이 대드는 모습이 대단하지만, 역시 '짬밥'은 그냥
먹는 게 아니라서 Dubiel이 Forte를 논리로 이기지는 못한 듯 싶다. 내가 Forte의
주장이 생뚱맞다고 한 것은 최초의 텍스트만 가지고 내린 판단인데, 사실은 Forte가
Dubiel의 글에서 행간을 제대로 읽은 것 같다. Forte는 Dubiel로 하여금 감추고 있던
'본색'을 논쟁 끝에 드러내게 만들었으니까. (이상은 수업시간에 논의했던 내용이다.
솔직히 말하면 급하게(반쯤 졸면서) 읽고 쓰느라 두 학자가 수 차례 주고 받은
글을 모두 읽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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