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7월 25일 월요일

연출 유감

흥미있는 연출을 하면 감상에 재미를 더하기는 하겠습니다만, 한편으로는 연출자와
지휘자 사이의 협력 또는 갈등관계가 참 골치 아프겠지요. 제 생각에는 지휘자가
연출자에게 끌려가는 측면이 무시 못할 정도로 큰 것 같습니다. 몬살바트 성을 아프리카
원시부족 마을로 꾸미든 불교 사원으로 꾸미든 영생교 비밀 집회장으로 꾸미든 전체적인
틀이야 연출자 마음이겠지만, 세부적인 움직임 등이 음악의 흐름까지도 지배해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연출자에게 더 큰 피해(!)를 당하는 것은 지휘자보다는
가수 쪽인 것 같습니다. 자신의 음악적 해석의 타당성을 조리 있게 말할 수 있는
가수가 드물 것이고, 또 가수의 프레이징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 있는 '거장' 지휘자도
요즘에는 흔치 않을 것이니 눈치 볼 것 많은 신인 가수일수록 그저 연출자에게 끌려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메타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1막 도입부에서
젊은 선원은 노래를 하는 동안 이졸데와 브랑게네에게 음료수 '서빙'을 하고 있습니다.
가수가 걸어다니면서 노래해야 하는 탓에 발성이 종종 불안하게 흔들리고 목소리가
전체적으로 들떠 있어서 특유의 페이드인(fade-in) 효과를 전혀 살리지 못합니다.
뿐만 아니라, 사견으로 작품의 핵심이 되는 리듬이 담긴 모티프가 나오는 부분도
리듬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Frisch weht der Wind
상쾌한
바람이
der Heimat zu 고향
쪽으로 부네.
mein irisch Kind 아일랜드의
내 님아
wo weilest du? 어디서
나를 기다려주는지?
(독한 대역: 허정윤)

이상
'그 바닥' 사정을 잘 몰라 적당히 추측해 가면서 간단히 얘기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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