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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13일 목요일

절대음감에 관하여 ③

『경인일보』에 연재중인 글입니다.
원문: http://www.kyeongin.com/news/articleView.html?idxno=697711

절대음감을 얻는 데에는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가 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그러니까 두 가지 이상의 언어를 습득(acquisition)하는 일처럼―여기서 '습득'이란 심리학·언어학 용어로 연령과 무관한 '학습'과 구분됨―사춘기 이전 교육이 중요하다는 뜻이죠. 어쩌면 우리나라에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이 많은 까닭이 바로 한국적인 교육열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많이들 아시겠지만, 음이름에 따른 음높이는 시대마다 달랐지요. 높은 소리일수록 화사한 느낌이 나니까, 음악가들이 갈수록 높은 음으로 조율하려고 했거든요. 그래서 440헤르츠를 기준음 '라'로 정해서 더는 높게 조율하지 못하게 국제 표준으로 못 박았고요. 그런데 당시 음악을 당시 악기와 조율법과 기타 관습으로 연주하려는 경향이 나타나니까, 현대 표준음에 맞춰진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들이 그런 음악을 듣다가 현기증이나 두통, 구토 등의 증세를 호소할 만큼 괴로워하더래요.

여기서 한 가지 비밀을 알려드릴게요. 많은 연주자가 사실은 기준음 440헤르츠보다 티 나지 않게 살짝 높게 조율합니다. 2~3헤르츠 정도 높아요. 그리고 절대음감이 여기에 맞춰져 있죠. 제가 언젠가 비올라를 배운 일이 있는데요, 악기를 440헤르츠에 맞춰서 조율해 갔더니 현이 조금만 풀려도 선생님께서 곧바로 새로 조율을 해주시는데, 새로 조율한 음이 아무래도 표준보다 살짝 높은 것 같더라고요. 가만 보니까 440헤르츠에 맞췄을 때에도 선생님께서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조금 불편해하는 눈치예요. 아마도 절대음감 때문이었을 듯합니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 우리가 음악에서 조(key)를 따질 때 보통 C장조(다장조)를 기준으로 하잖아요? 그런데 관악기 연주자는 악기 특성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클라리넷은 B♭조 클라리넷이 가장 흔하거든요. 또 여차 하면 악보를 보고 곧바로 조옮김을 해서 연주해야 할 때도 잦아요. 그런데 클라리넷 연주자가 절대음감을 얻으면 어떻게 될까요? 높은 확률로 'B♭조 절대음감'이 됩니다! 그러니까 실제보다 온음 높게 생각하는 것이죠.

2012년 12월 10일 월요일

절대음감에 관하여 ②

『경인일보』에 연재중인 글입니다.
원문: http://www.kyeongin.com/news/articleView.html?idxno=696220

※ 바로잡습니다: 지난 시간에 '빛과 소리는 모두 전자기에너지'라고 썼으나 소리는 전자기에너지가 아니라고 합니다. 지적해 주신 애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음악가들 사이에서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은 드물지 않아요. 특히 우리나라에는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더 많아서 학자들이 그 이유를 밝히려고 연구하기도 하더군요. 또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음악학교 교육제도가 절대음감이 없는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음악 전공자들이 보는 시험 가운데 '청음'이라는 게 있어요. 짧은 음악을 들려주면 악보에 그대로 옮겨 쓰는 '받아쓰기' 시험이죠. 그런데 절대음감이 없으면 첫 음이 무슨 음이었는지부터 고민해야 합니다. 기준 음을 먼저 들려주는 학교도 있지만, 안 그런 학교도 있거든요. 진짜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절대음감이 있으면 그냥 받아 쓰면 되니까, 음악이 끝나고 채 5분도 안 되어서 학생들이 우르르 답안지를 제출하고 나가버려요. 뒤에 남은 사람이 받을 스트레스를 알 만하죠?

절대음감이 곧 음악적 재능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또 일부 방송 등에서 선정적으로 주장하는 것처럼 절대음감이 천재의 증거가 된다는 생각은 미신에 불과합니다. 색을 구분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훌륭한 화가가 되란 법은 없잖아요? 다만, 아무래도 절대음감이 있으면 음악 하는데 여러모로 유리한 것은 사실입니다.

절대음감이 있으면 음을 상대적으로 생각하지 못해서 조옮김 하기를 어려워한다고 해요. 그런데 사실은 절대음감이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보다 그래도 조옮김을 잘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하는 실험적 증거도 있습니다. 학술적인 검증이 좀 더 필요한 연구 결과이기는 하지만, 제 생각에 일리 있는 얘기입니다. 이 연구가 학술대회에서 발표되었을 때, 어느 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지요. "이제까지 절대음감이 있어서 유리한 것도 있고 불리한 것도 있다, 결국 세상은 공평하다는 것이 정설이었는데, 이 연구에 따르면 세상은 사실 불공평하다…" (일동 폭소)

2012년 11월 29일 목요일

절대음감에 관하여 ①

『경인일보』에 연재중인 글입니다.
원문: http://www.kyeongin.com/news/articleView.html?idxno=694702

절대음감.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천재임을 드러내고자 곧잘 써먹는 설정이지요. 이를테면 피아노 건반을 대충 주먹으로 쾅! 내려친 다음 소리 난 음을 모두 알아맞히라면? 이걸 어렵지 않게 해내는 사람은 아마도 절대음감을 가졌을 겁니다.

이런 사람은 사실 화음을 눌렀을 때보다 불협화음을 눌렀을 때 소리 난 음 맞히기를 더 쉽게 해요. 화음을 들으면 음들이 서로 어울려 버리기 때문에 마치 색맹/색약 검사할 때 쓰는 '이시하라 팔레트'처럼 헷갈릴 때가 있지만, 불협화음은 음 하나하나가 두드러지거든요.

음높이는 상대적이지요. 그런데 빨간색을 보고 '빨강'이라는 색이름을 떠올리듯이, 어떤 음을 듣고 음이름을 곧바로 떠올릴 수 있는 사람도 있어요. 이런 능력을 절대음감이라고 합니다. 어찌 생각하면 그다지 신기할 것도 없는 일입니다. 물리학적으로 따지자면, 빛과 소리는 주파수가 다를 뿐 전자기에너지라는 점에서는 같거든요.

※ 나중에 붙임: 소리는 전자기 에너지 아니라는군요. 제가 봤던 책에 빛과 소리가 모두 "electro-magnetic energy"라고 쓰여 있었는데, 헛소리임이 밝혀졌습니다. -_-;;

절대음감은 영어로 'absolute pitch'라고 부릅니다. '절대음고'가 학술적으로 더 정확한 말이죠. 인지과학자들은 절대음고가 기억의 일종이라고 합니다. 절대음고가 있는 사람은 음계음을 상대적으로 생각하기 어려워하기 때문에 기준음이 '도'가 아닌 이상 두 음을 듣고 음정(interval) 맞히는 일을 어려워한대요.

음이름이든 색이름이든 '이름'이라는 '언어'와 엮여 있죠. 이를테면 글자의 색깔을 알아맞히는 일을 할 때, '파랑'이라는 글자가 하필 빨간색으로 쓰여 있다면 몹시 헷갈리겠죠? "파랑. 아니, 빨강!" 언어 정보 처리 과정에서 혼선이 일어났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기지요. 절대음감이 있으면 음계음을 들었을 때 비슷한 일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이를테면 음악을 들으면서 영어 단어를 외거나 노래 가사에 집중하는 일을 어려워합니다. 음이름이 머릿속에 자꾸만 떠올라 버리거든요!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이 음악가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다음 시간에 자세히 알아볼게요.

2006년 2월 28일 화요일

절대음감(absolute pitch)에 관한 몇 가지 상식

- SiteLink #1 : http://www.goclassic.co.kr/club/board/viewbody.html?code=qanda&page=1&group=8874&number=292280&keyfielda=comment&keya=%C0%FD%B4%EB%C0%BD%B0%A8&keyfieldb=comment&keyb=&andor=and

절대음감
글쓴이 김원철 (wagnerian) 날짜 2005년 4월 7일 19시 34분 추천 3 조회 357

1. 학술적으로는 '절대음감'보다는 '절대음고(absolute pitch)'가 적절한 용어입니다.

2. 피아노 건반을 아무렇게나 여러 개 눌렀을 때, 절대음고를 가진 사람들은 오히려 화음을 눌렀을 때보다 쉽게 알아맞힌다고 합니다. 음 하나하나가 서로 어울리지 못해서 귀를 괴롭히니까요.

3. 절대음고는 언어 습득과 마찬가지로 임계연령(critical period)을 놓치면 얻기 힘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불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힘듭니다만.) 한국에서는 교육열이 높아서인지 요즘 음악전공자 가운데 절반 정도가 절대음고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경험상으로는 대부분인 것 같더군요.)

4. 절대음고를 가지고 있으면 음악 전공자에게 많은 부분에서 편리하지만, 몇몇 부분에서는 오히려 장애가 되기도 합니다. (나중에 붙임. 절대음감자가 상대음감자보다 조옮김을 잘 못한다고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실험 증거가 최근에 나왔음.)

5. 무엇보다 절대음고의 유무가 음악적 재능이나 심지어 천재성의 잣대라는 식의 생각은 미신이며, 음악대학에서 음감 테스트만으로 학생을 선발하지도 않습니다.

6. 신문에 기사가 났다는 분은 독일에서 지휘자로 활동하고 계신 구자범씨로 판단되는군요. 구자범씨는 어릴 때 피아노 교습을 받았다고 하고, 원래 철학 전공이었지만 음악적 재능이 뛰어났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절대음고 얘기는 그냥 언론의 센세이셔널리즘으로 보이는군요. 사실 보통 사람에게는 신기하게 생각되기 때문에 '호기심 천국' 류의 TV 프로그램에 흥미 위주로 종종 나오는 주제이지요. (구자범씨는 작년 8월 오페라 갈라 콘서트에서 코심을 지휘했었습니다만, 준비가 미흡해서인지 소문에 비해 실력 발휘를 못 하셨다고 느꼈습니다. 이번 교향악 축제 때 코심을 맡아 브루크너 7번을 하실 거라는 소문이 있어서 내심 기대했었는데, 막상 발표된 것을 보니 정재동 선생님이시네요. ^^)

7. 생각나는 대로 간단하게 적었습니다만,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다음을 참고하세요: 이석원 저 [음악심리학] 서울: 심설당 (2002).

한국음악지각인지학회
http://www.ksmpc.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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