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에 연재중인 글입니다.
원문: http://www.kyeongin.com/news/articleView.html?idxno=697711
절대음감을 얻는 데에는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가 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그러니까 두 가지 이상의 언어를 습득(acquisition)하는 일처럼―여기서 '습득'이란 심리학·언어학 용어로 연령과 무관한 '학습'과 구분됨―사춘기 이전 교육이 중요하다는 뜻이죠. 어쩌면 우리나라에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이 많은 까닭이 바로 한국적인 교육열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많이들 아시겠지만, 음이름에 따른 음높이는 시대마다 달랐지요. 높은 소리일수록 화사한 느낌이 나니까, 음악가들이 갈수록 높은 음으로 조율하려고 했거든요. 그래서 440헤르츠를 기준음 '라'로 정해서 더는 높게 조율하지 못하게 국제 표준으로 못 박았고요. 그런데 당시 음악을 당시 악기와 조율법과 기타 관습으로 연주하려는 경향이 나타나니까, 현대 표준음에 맞춰진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들이 그런 음악을 듣다가 현기증이나 두통, 구토 등의 증세를 호소할 만큼 괴로워하더래요.
여기서 한 가지 비밀을 알려드릴게요. 많은 연주자가 사실은 기준음 440헤르츠보다 티 나지 않게 살짝 높게 조율합니다. 2~3헤르츠 정도 높아요. 그리고 절대음감이 여기에 맞춰져 있죠. 제가 언젠가 비올라를 배운 일이 있는데요, 악기를 440헤르츠에 맞춰서 조율해 갔더니 현이 조금만 풀려도 선생님께서 곧바로 새로 조율을 해주시는데, 새로 조율한 음이 아무래도 표준보다 살짝 높은 것 같더라고요. 가만 보니까 440헤르츠에 맞췄을 때에도 선생님께서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조금 불편해하는 눈치예요. 아마도 절대음감 때문이었을 듯합니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 우리가 음악에서 조(key)를 따질 때 보통 C장조(다장조)를 기준으로 하잖아요? 그런데 관악기 연주자는 악기 특성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클라리넷은 B♭조 클라리넷이 가장 흔하거든요. 또 여차 하면 악보를 보고 곧바로 조옮김을 해서 연주해야 할 때도 잦아요. 그런데 클라리넷 연주자가 절대음감을 얻으면 어떻게 될까요? 높은 확률로 'B♭조 절대음감'이 됩니다! 그러니까 실제보다 온음 높게 생각하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