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에 연재중인 글입니다.
원문: http://www.kyeongin.com/news/articleView.html?idxno=696220
※ 바로잡습니다: 지난 시간에 '빛과 소리는 모두 전자기에너지'라고 썼으나 소리는 전자기에너지가 아니라고 합니다. 지적해 주신 애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음악가들 사이에서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은 드물지 않아요. 특히 우리나라에는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더 많아서 학자들이 그 이유를 밝히려고 연구하기도 하더군요. 또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음악학교 교육제도가 절대음감이 없는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음악 전공자들이 보는 시험 가운데 '청음'이라는 게 있어요. 짧은 음악을 들려주면 악보에 그대로 옮겨 쓰는 '받아쓰기' 시험이죠. 그런데 절대음감이 없으면 첫 음이 무슨 음이었는지부터 고민해야 합니다. 기준 음을 먼저 들려주는 학교도 있지만, 안 그런 학교도 있거든요. 진짜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절대음감이 있으면 그냥 받아 쓰면 되니까, 음악이 끝나고 채 5분도 안 되어서 학생들이 우르르 답안지를 제출하고 나가버려요. 뒤에 남은 사람이 받을 스트레스를 알 만하죠?
절대음감이 곧 음악적 재능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또 일부 방송 등에서 선정적으로 주장하는 것처럼 절대음감이 천재의 증거가 된다는 생각은 미신에 불과합니다. 색을 구분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훌륭한 화가가 되란 법은 없잖아요? 다만, 아무래도 절대음감이 있으면 음악 하는데 여러모로 유리한 것은 사실입니다.
절대음감이 있으면 음을 상대적으로 생각하지 못해서 조옮김 하기를 어려워한다고 해요. 그런데 사실은 절대음감이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보다 그래도 조옮김을 잘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하는 실험적 증거도 있습니다. 학술적인 검증이 좀 더 필요한 연구 결과이기는 하지만, 제 생각에 일리 있는 얘기입니다. 이 연구가 학술대회에서 발표되었을 때, 어느 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지요. "이제까지 절대음감이 있어서 유리한 것도 있고 불리한 것도 있다, 결국 세상은 공평하다는 것이 정설이었는데, 이 연구에 따르면 세상은 사실 불공평하다…" (일동 폭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