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상의 ‹축제 무곡›(Festlicher Tanz)은 제목이 시사하는 바와 달리 즐거운 축제 분위기도 아니고 흥겨운 춤곡도 아니다. 명상적인 분위기가 지배하는 이 곡에서 '춤'은 불교의 승무와 같은 깨달음을 위한 몸짓처럼 느껴진다.
이 시기의 윤이상은 음악으로 정신적 해탈을 추구하는 작품을 다수 남겼고, 특히 '라'(A) 음에 특별한 상징성을 부여하여 도(道)의 세계로 나아가는 과정을 'A'를 향해 상승하는 과정으로 표현하곤 했다. 그러나 ‹축제 무곡›에서는 주요음이 'A'와 'E♭' 사이에서 요동치고 순환할 뿐 'A' 음을 향한 목표지향성이 뚜렷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 예외적이다. 'A'와 'E♭'은 위아래 양쪽 방향이 동일한 증4도(감5도) 간격으로, 한 옥타브의 12음을 동그라미 위에 배열한다면 'A'와 'E♭'은 서로 반대편 극단에 위치한다. 달리 말하면, 'A'와 'E♭'은 거울쌍이다.
음악학자 볼프강 슈파러의 분석에 따르면, 이 곡에서 '춤'을 추는 주인공은 오보에이다. 그리고 플루트, 클라리넷, 바순, 호른이 오보에와 더불어 'A'와 'E♭' 사이를 요동치고 순환한다. 이 곡은 세 부분으로 되어 있으며, 비교적 정(靜)적인 중간 부분에서는 오보에가 주변으로 물러나고 그동안 호른과 클라리넷 등이 음악을 이끌어 간다. 오보에가 다시 주도적 역할로 돌아오면 개별 악기의 '몸짓'이 서로를 좀 더 닮아가며, 마지막에는 주요음이 'E♭'을 중심으로 요동치는 가운데 마치 말을 하다가 만 듯한 찜찜함을 남기며 음악이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