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vinsky Histoire du Soldat_egon.txt
오랜만에 글 올립니다 12월 24일 스트라빈스키 병사이야기 공연 안내 ^^
번호 : 8760 글쓴이 : Egon
조회 : 1 스크랩 : 0 날짜 : 2006.12.14 13:15
안녕하세요? 너무 오랜만이라... 죄송하기도 하네요
맨날 눈팅만하다가 공연하나 소개 하려고 글을 씁니다.
너그러이 용서 해 주시길 바랍니다. ^^
이고르 스트라빈스키(곡) ,페르디난트 라뮤즈(극) "병사이야기"
12월 24일 예술의 전당 리싸이틀 홀 3시 8시 2회 공연
입장료: 전석 3만원
서울 신포니에타 20회 정기연주회로 구성되었습니다.
국내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곡으로 발레와 낭송,음악,연극,미술이 망라된 작은 총체극 입니다.
곡과 극 해석에 있어서 만만치 않은 어려움이 있지만 전 공연팀이 하나가 되어 완성했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의 천편일률적인 호두까기에 지치신 분들이라면 정말이지 추천하고 싶습니다.
스트라빈스키와 라뮤즈의 번득이는 현대성을 부각 하였고, 관객 모두가 생각하고, 참여하는 공연으로 준비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지휘/음악감독: 김영준(바이올리니스트, 서울 신포니에타 총감독겸 지휘자)
연출 : 노청연,여무영(서울 시립극단원 겸 서울예술대학 연극과 교수)
조연출:허성민(서울예술대학 연극과)
드라마트루기 : 에곤 (접니다 ^^)
무대미술,의상,소품 : 안광조(연출가,무대미술가), 백지희(화가)
안무 : 안미경(한국 댄스 스포츠 챔피언)
나레이터 : 유지연(연극배우)
악마 : 여무영
병사 : 김관진(연국배우, 극단 '유'소속)
공주(발레) : 강하라 (서울예술대학 재학중)
바이올린:전후국. 콘트라베이스: 오지숙, 클라리넷: 신현각, 바순: 최봉락
트럼펫: 조창환, 트럼본: 박홍배, 타악기: 김주덕(KBS교향악단,서울 신포니에타 단원)
팜플렛에 실릴 시놉시스와 음악,줄거리, 공연의의를 같이 올립니다.
관심가져 주시면 영광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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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nopsis
니체의 ‘권력에의 의지’가 출판되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카를 야스퍼스의 정신분석이론이 사람들의 생각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었다. 젊은 폴 엘뤼아르와 쟝 콕토는 앙드레 브르통과 루이 아라공의 초현실주의를 주목하고 있었다. 피카소와 브라크의 입체파가 움찔거리고, 클림트의 뒤를 이어 쉴레가 물의를 일으키는 그림을 그렸고, 샤갈이 막 파리에 도착하여 시인 아폴리네르를 만났다. 베데킨트가 ‘죽음의 무도’를 썼고, 게오르크 뷔히너의 ‘보이체크’가 뒤늦게 초연되고 있었으며, 브레히트가 단편들을 써가며 그의 미래의 걸작을 위한 걸음마를 하고 있었다. 말러는 그의 미완성 교향곡을 남기고 죽었고, 고인이 된 바그너의 음악과 완숙기의 드뷔시의 음악이 전 유럽을 뒤흔들고 있었다. 흥행사 디아길레프와 안무가 겸 무용수 니진스키의 발레단이 공연한 스트라빈스키의 발레음악이 당시 파리에서 시끄러운 논쟁거리가 되고 있었다.
탕! 보스니아의 사라예보에서 한방의 총성이 울리고 오스트리아의 황태자가 암살 당한다. 전유럽의 모든 시선은 악마의 전조와 같은 전쟁의 기운에 주목하였고, 가난한 작곡가 스트라빈스키와 작가 라뮤즈 그리고 지휘자 앙세르메는 기동이 편리한 소규모 유랑극단에 주목한다.
한방의 총성으로 시작된 20세기 초의 1차 세계대전은 인류 전체에 재앙을 가지고 왔지만, 디아길레프 발레단 해산 이후 큰 무대와 무용수들, 배우들, 오케스트라를 구성 할 수 없었던 스트라빈스키에게 유랑극단을 위한 작은 총체극을 착안하게 한다.
간소하고 현대적이며 아기자기한 구성, 우화적인 내용, 에피소드식으로 삽입된 발레와 낭송 그리고 음악….. 위의 시대적 환경에 의해 궁여지책으로 탄생한 작은 총체극…이것이 지금 사는 우리에게 아직까지 사랑받고 무궁무진한 상징과 해석을 불러일으키는 스트라빈스키의 Histoire du Soldat - “병사이야기”이다.
화려하고 다양했지만 혼란스러운 시대에 만들어진 이 작품의 특징과 의의를 크게 3가지로 분류해서 알아보자.
첫째는 바그너의 악극 이후 거대화가 되던 통합예술에 대한 제동이다.
낭만주의 이후 음악, 오페라, 연극(drama)등 전 예술 분야에 걸쳐 거대화가 일어났는데,이는 여러 장르를 이론적으로 통합하고 작품으로 구현한 바그너에서 그 정점을 이루게 된다. 이러한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추세는 1차 세계대전으로 그 외형상의 크기를 줄이지 않을 수 없게 되는데, 그 선두에 이 스트라빈스키의 ‘병사이야기’가 있는 것이다. 이후 오페라나 음악극은 새로운 형태를 모색하게 되고, 여러 형태로 변형되어 한 주류를 이루게 된다. 쿠르트 바일의 ‘서푼짜리 오페라’(희곡: 베르톨트 브레히트)나,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의 ‘피터와 늑대’가 그러한 예라 할 수 있다. 연극 역시 마찬가지로 이미 번지고 있던 자유연극 사상은 더욱 발전하게 된다. 낡은 형식과 관행의 전적인 부정과 전복에서 출발하여 내용과 형식의 부재, 무대 미술의 상징화, 간소화가 급속도로 일어나면서 현대극으로 성큼 다가서게 된다.
둘째는 단순화 되고 기동성을 고려하는 축약의 과정 중에 남겨진 여백이다.
이 여백은 연출자,지휘자, 그리고 관객에게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둔 샘이다.
작곡가 자신의 말을 인용해 보자.
“이 이야기는 니콜라스 1세 치하의, 강제 징병이 있었던 참혹한 시기의 설화에 의한 것이었다….(중략)…소재의 성질은 러시아 특유의 것이었으나, 이들의 노래는 전인류에게 호소력을 지닐 정도로 모든 인류에게 공통된 점과 감정을 묘사하고 있으며, 또한 우의를 펼치고 있다. 라뮤즈와 나의 마음을 사로 잡은 것은, 악마에게 사로잡혀야 하는 숙명을 지닌 병사의 비극적인 이야기의 본질적으로 인간적인 상황이었던 것이다.”
현대적으로 해석된 우화는 다양한 사회와 계층에서 폭넓은 해석을 낳는다. 이러한 단순
우화에 여백까지 남겨 놓았으니, 얼핏 보면 ‘어설픈 연극에 괴기한 음악, 배우 출연료와
무대미술 비용을 줄이기 위한 걸로 보이는 낭송용 나레이터, 생뚱맞은 발레가 포함된 산만한 공연’이라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라뮤즈와 스트라빈스키는 미리 그리고 몰래 나레이션(해설,낭송)-배우(연기,무용)-오케스트라(음악)사이의 보이지 않는 끈을 이어 놓았다. 이것은 톱니바퀴처럼 치밀하고 심장처럼 유기적인데, 이것을 포착한다면 그 끈에 살을 붙여 하나의 공연으로 만드는 것은 연출, 지휘자, 무대미술가, 또는 관객의 몫인 것이다.
셋째는 시대를 앞서가는 파격적인 음악이다.
곡은 바이올린과 콘트라베이스, 클라리넷과 바순, 트럼펫과 트럼본 그리고 타악기 단 7명의 주자로 연주된다. 이는 시대적인 요구나 역사적인 배경일 수도 있겠지만, 스트라빈스키의 얄미울 정도로 번득이는 재치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현,금관,목관에서 가장 필수적이고 음역이 넓은 고음과 저음 한 악기씩을 뽑아낸 것이다. 다양한 종류의 타악기는 6악기의 부족한 다채로움을 더해주고 곡의 맛깔스러움을 더해준다. 이 유래 없는 7인조 구성은 연극의 내용과 의미를 꽤 뚫는 작곡가의 의도가 다분히 포함되어 있으며, 또한 실내악적인 아기자기함과 대편성 오케스트라의 웅장함까지 표현할 수 있는 스트라빈스키만의 최소 단위인 것이다.
내용에 있어서 곡은 처음 듣는 이에게는 무수한 Irregular time(변박자)와 Syncopaton(당김음)으로 불안하고 어색한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극의 특성상 반복되고 변형되어 가는 가운데 점점 그 긴장과 이완의 매력에 빠져 들게 의도 되어 있다.
또 하나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당시의 ‘새로운 음악의 도입’이다.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은 공주의 발레장면에서이다. 탱고-왈츠-래그타임(재즈의 초기형태)으로 이루어진 이 7분짜리 발레곡은 이 부분만 따로 분리해서 들어도 20세기 초의 음악계의 조류를 모두 파악할 수 있는 명곡이다.
Music & Story
Music
1부
1. Marche du soldat (병사의 행진곡)
2. Petit airs au bord du ruisseau (시냇가의 작은 아리아)
3. Pastorale (파스토랄, 목가)
2부
4. Marche royale (왕국 행진곡)
5. Petit concerto (작은 콘서트)
6. Trois dances (공주의 3가지 춤)
Tango (탱고)
Valse (왈츠)
Ragtime (래그타임)
7. Danse du diable (악마의 춤)
8. Petit choral (작은 코랄)
9. Couplets du diable (악마의 노래)
10. Grand choral (큰 코랄)
11. Marche triomphale du diable (악마 승리의 행진곡)
Story
1부
병사가 휴가를 받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병사의 행진곡) 고향에서의 즐거운 일을 생각하며 바이올린을 켠다. (시냇가의 작은 아리아) 이때 악마가 나타나서 병사의 바이올린을 자신의 마법의 책과 바꾸자고 제안한다. 그 유혹에 넘어간 병사는 악마와 3일을 보내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병사의 행진곡) 하지만, 실제 시간은 3년이 흐른 것이었다. 어머니도,약혼녀도 그를 알아 보지 못한다. 그는 크게 후회한다. (파스토랄) 이후 병사는 마법의 책을 이용해 큰 부자가 되지만 예전을 그리워하며 공허한 삶을 산다. (시냇가의 작은 아리아) 이때 악마가 변장을 하고 나타나 그의 옛 바이올린을 들이민다. 하지만 이미 변해버린 병사가 키는 바이올린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 악마는 바이올린과 함께 사라지고 크게 절망한 그는 마법의 책을 찢어 버리고 방랑의 길을 떠난다. (시냇가의 작은 아리아)
2부
방랑하던 병사는(병사의 행진곡), 병들어 잠든 공주를 고치면 결혼 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한 왕국으로 향한다. (왕국 행진곡) 여기서 병사는 같은 목적으로 온 악마와 만나게 된다. 카드놀이로 악마를 물리친 병사는 그의 바이올린을 되찾고 승리의 기쁨을 연주한다. (작은 콘서트) 그리고 나서 공주의 병을 고치기 위해 공주 앞에서 연주한다. (공주의 3가지 춤- 탱고, 왈츠, 래그타임) 이때 악마가 다시 나타나 바이올린을 빼앗으려 하지만 병사가 물리친다. (악마의 춤) 공주는 병석에서 일어나 병사와 포옹한다. (작은 코랄) 악마는 병사에게 국경을 넘으면 다시 자신에게 영혼을 내주어야 할 것이라는 저주를 남기고 사라진다. (악마의 노래) 병사와 공주는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고향으로 가고픈 병사의 마음은 여전하다. (큰 코랄) 결국 둘은 국경을 넘게 되고, 병사는 다시 나타난 악마에게 힘없이 끌려간다. (악마 승리의 행진곡)
2006.12.24. ‘병사이야기’를 올리며
연출, 음악감독, 배우, 무대미술, 안무, 무용수, 연주자, 낭송용 나레이터 등 모든 예술의 각 장르가 혼합된 이 소규모 총체극에서 하나의 방향을 잡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병사이야기를 2006년 12월 24일에 올리기로 할 때 가장 강조해야 할 점은 하나이다.
관객 그리고 연출, 음악감독, 미술감독 등이 왜 2006년 12월 24일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 홀에 모여있는지에 대한 ‘질문의 던짐’이다. 관객이 생각 할 수 있고 적극적으로 참여 할 수 있는 공연이어야 한다. ‘티켓만 사서 공연장에 오면 모든 걸 먹여주마’ 라는 식의 현재 우리나라의 거대 오페라, 뮤지컬 시장에 대한 또 다른 ‘질문의 던짐’이자 반항이다. 이제 수동적인 관객과 주입식으로 제시하는 공연은 정말이지 아닌 것 같다.
관객분들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생각해 주십시요. 이 병사이야기라는 총체극의 음악과 줄거리, 춤과 낭송 그리고 무대 미술에 살을 붙여 주십시요. 연출, 연기, 음악, 무대, 춤, 낭송등 각 요소에 비어있는 자리가 보이실 겁니다. 그 자리가 바로 관객석 입니다. 무엇을 채워서 어떻게 해석 할 지 같이 생각해 봅시다. 단순히 러시아 동화라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종잇장에 벨 것 같이 날카로운 현대극이라 생각해도 됩니다. 물론 음악만 들으셔도 됩니다. 병사는 현대 사회의 우리이고, 악마는 우리를 가두는 사회라고 생각하셔도 좋구요. 나레이터가 진짜 악마이고 병사는 북한에 고향을 둔 사람, 악마는 미국 자본주의라는 사회적 해석도 가능합니다. 관객 여러분의 공연입니다. 연출, 음악감독, 미술감독, 안무, 배우들, 댄서, 나레이터, 연주자들이 열어 놓은 공간으로 들어 오셔서 같이 이 공연을 이끌어 주십시요. 바로 그 자리가 우리가 마련한 크리스마스 선물입니다.
나레이션에 의해 줄거리가 진행되는 이 드라마는 쳐지지 않는 속도감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속도감과 긴장감이 없으면 관객의 몰입은 이완되어 버린다. 그 순간에 이 공연은 마치 연말이나 설에 나오는 맛이 없는 과자와 사탕이 종류별로 가득 찬 ‘종합선물세트 3호’가 되어 버리기 쉽상이다.
연출과 음악, 음악과 대사, 무대미술장치와 연기 등의 유기적인 결합이 매우 중요하다. 각 요소의 조화와 서로 다른 장르에 대한 이해와 충돌 그리고 상충이 이번 공연의 핵심 과정이었다. 연출, 음악감독, 미술감독 등은 라뮤즈와 스트라빈스키가 의도 했던 것 처럼 관객을 위한 여러 통로를 마련해 두었다. 하지만 이런 과정 중에서 의미전달의 미흡함을 보충하기 위한 여러 장치도 필요했다. 1부는 연극중심이고 감정의 기복이 클 뿐더러 장면전환이 빠르다. 이 부분에서는 나레이터의 스토리 텔링과 배우들의 연기를 부각 시키고, 2부는 음악중심으로 가면서도, 결말부위에 몰아치는 극적인 요소가 묻히지 않도록 해야했다. 아울러 무대 미술과 무용은 전체 극과 음악에 함께 흡수 될 수 있도록 세심한 작업을 기울였다.
마지막으로 술 마시고 웃고 떠들며 한 해를 보내버리는 정신 없는 연말 분위기 속에서, 각 장르의 프로들이 모여 만든 이 작은 총체극이 크리스마스 이브의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작은 선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단 한 명의 관객이라도 이 생각 할 수 있는 공연에 감흥을 받았다면, 그것은 이 공연을 준비한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뜻 깊은 크리스마스 선물일 것이다.
- 드라마트루기(Dramaturgie) : 임형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