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10일 월요일

진은숙 바이올린 협주곡 2번 '정적(靜寂)의 파편' 세계초연 리뷰 번역 (Seen and He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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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벨리우스와 버르토크도 훌륭했지만, 이번 런던 심포니 공연은 진은숙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2022년 1월 7일 콜린 클라크

레오니다스 카바코스 (바이올린),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 사이먼 래틀 경 (지휘). 바비칸 홀, 런던, 2022년 1월 7일


사이먼 래틀 경이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있다 ⓒ Mark Allan

진은숙: 바이올린 협주곡 2번 ‘정적(靜寂)의 파편’
시벨리우스: 교향곡 7번
버르토크: 놀라운 만다린 모음곡

내가 가장 최근에 들은 진은숙 음악은 지난해 9월 초, BBC 프롬스의 마지막에 있었던 공연으로 마크 엘더 경이 지휘하고 할레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그녀의 2020년 작품 ’수비토 콘 포르차’였다. 그녀의 음악은 예외 없이 참신하고, 감상자에게나 연주자에게나 만만치 않다. 그녀의 신작 세계초연에 참석하는 일은 진정 특별한 혜택이라 할 수 있으며, 이번에 초연된 바이올린 협주곡 2번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번 신작의 창작의 계기가 된 것은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였다. 진은숙은 카바코스에 관해 “음악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독특한 사람이며, 바이올린 협주곡이라는 장르에 다시 한번 도전할 영감을 내게 주었다.”라고 말했다. 진은숙은 또한 카바코스 연주의 “불타는 강렬함”을 극찬했다.

바이올린 협주곡 1번과 2번 사이에는 20여 년의 세월이 있다. 협주곡 1번은 4개 악장으로 되어 있지만, 이번 신작은 25분짜리 단악장으로 되어 있다. 진은숙의 바이올린 협주곡 2번은 정적(靜寂) 속에서 나타난다(물론 많은 현대곡이 그렇다). 또 이 작품의 음 소재는 제스처를 닮았고, 그야말로 ‘파편’을 닮았다. 그래서 작품의 부제가 ’정적(靜寂)의 파편’(Scherben der Stille)이다. 다섯 음으로 된 모티프를 세포로 해서 음악 언어가 구축되어 나가면, 마치 한 풍경을 여러 각도에서 탐험하는 듯한 느낌이 된다. 어쩌면 작품의 마지막에 도입부로 돌아가는 것 또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도입부는 빠르고 유리 같은 하모닉스 음형과 더 길게 지속하는 음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은 때때로 반복되는 제스처이며, 그 시작에는 더 큰 에너지가 잠재해 있는 듯하고, 길게 지속하는 음은 결국 외부로 확장되다가 정지한다. 그러나 작품의 마지막에 돌아온 도입부에서는 같은 제스처가 평화로움을 담아낸다. 그 사이에 많은 일이 일어났고, 그 난이도는 무시무시하다(바이올린 협주곡 두 곡의 공통점이다). 그래서 돌아온 음형은 처음과 같을 수 없다.

진은숙은 흔히 ‘낭만적’이라고 이해될 만한 표현을 주저하지 않았다. 이 작품에는 정말로 긴 솔로 바이올린 선율이 나오는데, 그것은 과거의 전통에서 온 소재에 더 현대적인 화음을 입힌 듯하다. 이것은 어찌 들으면 바이올린 협주곡 1번 2악장에서 솔로 바이올린이 가장 높은 음역에서 ’끝도 없는’ 선율을 이어가는 것을 닮았다. 카바코스의 연주는 한순간도 탁월함을 잃지 않았다. 소리가 달콤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고, 진은숙 음악에 의심할 여지 없이 어울리는 금속성을 담은 소리였다. 금관이 이끄는 춤곡풍 섹션은 솔로 바이올린과 대비되어 또 다른 차원으로 나아가며, 이것이 나중에는 금관과 건반타악기의 어우러짐으로 변화한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솔로 바이올린 음형의 탁월함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 음형의 상상력으로도 드러나는 진은숙의 작곡 기법에 그저 압도당하게 된다. 그녀가 흔히 쓰는 기법으로, 극단적인 고음과 저음으로 음역대를 구성한 다음 그 사이를 강렬한 음악으로 채우는 것이 무엇보다 마음에 든다. 솔로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 현악기 솔로가 어우러지게 한 기법 또한 소리의 팔레트에 색채를 더했다. 이 곡은 반복해서 들을수록 그 위상이 높아질 것이 틀림없는 경이로운 작품이다. 진은숙은 첫 번째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저 유명한 그로마이어 상을 받았다. 이 작품이 비슷한 반열에 올라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다.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사이먼 래틀 경, 진은숙, 레오니다스 카바코스 ⓒ Mark Allan

(시벨리우스 및 버르토크 작품에 관한 두 문단 생략)

이 공연은 메디치TV를 구독해 감상할 수 있으며, 1월 18일 BBC Radio 3에서 방송할 예정입니다.

콜린 클라크 (김원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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