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8일 수요일

슈베르트 현악사중주 12번 c단조 D. 703 ‘Quartettsatz’ / 모차르트 현악사중 주 C장조 K. 465 ‘불협화음’ / 드뷔시 현악사중주 g단조 Op. 10

통영국제음악당 공연 프로그램북에 실릴 글입니다.


슈베르트: 현악사중주 12번 c단조 D. 703 ‘단악장’

1820년 작품으로 대략 이때부터 작곡가가 완숙기에 들었다고 평가받습니다. 슈베르트는 이 곡을 여러 악장으로 된 현악사중주의 1악장으로 구상했고, 이 곡에 이어 안단테 악장을 41마디까지 쓰다가 말았습니다. 그러나 '미완성 교향곡'이 그렇듯, 이 단악장만으로도 완결성이 있어서 독립된 악곡으로 자주 연주됩니다. 작곡가가 죽은 뒤인 1867년에 초연되었고, 브람스가 나서서 악보를 출판하면서 '현악사중주 12번'으로 명명되었습니다.

곡 처음에 나오는 빠르고 반음계적인 16분음 음형은 얼핏 도입부인 듯하지만, 이어지는 짜임새를 보면 사실 이것이 제1 주제입니다. '미완성 교향곡' 도입부와 비슷하고, 한편으로는 현악사중주 14번 '죽음과 소녀'에 나타나는 악마적인 쾌(快)와도 닮았지요. 경과구 없이 나오는 제2 주제는 어찌 들으면 뜬금없이 느껴지며, 재현부는 제2주제와 함께 엉뚱한 맥락에서 엉뚱한 조성으로 시작합니다. 소나타 형식으로 되어 있기는 해도 정형(定型)을 벗어나 있지요. 그래서 이 곡을 들을 때는 차라리 작곡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상상하시면 좋아요.

굳이 이론적인 얘기를 조금 하자면, 슈베르트 음악의 조성구조는 일반적인 소나타 형식과는 맞지 않을 때가 잦습니다. 이 곡은 원조성이 c단조, 제2주제는 A♭장조, 재현부는 B♭장조, 심층 구조상 '진짜 재현부'라 할 수 있는 곳은 E♭장조입니다. '5도권'(circle of fifths)이라 부르는 조바꿈 원리가 아닌 '3도권'(circle of thirds)으로 슈베르트 음악을 설명하는 학자도 있고, 이 곡에서는 2도와 7도 또한 구조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모차르트: 현악사중주 C장조 K. 465 ‘불협화음’

모차르트가 공손한 편지와 함께 하이든에게 헌정했던 '여섯 아들' 가운데 마지막 곡입니다. '불협화음'이라는 별명은 22마디에 이르는 도입부 내내 반음계적으로 이어지는 불협화음 때문에 붙은 것인데, 이것은 19세기 음악학자들이 오류라고 생각해 고치려고 했을 만큼 당시로써는 매우 파격적인 어법입니다. 다만, 이것은 18세기 양식의 틀 안에서 일탈적으로 나타나는 것인 만큼 19세기에 나타나는 반음계적 화성과는 맥락이 다르지요.

파격적인 도입부 못지않게 제시부 또한 흥미롭습니다. 앞선 불협화음과 대비되어 안락하게 느껴지지만, 시작은 여리고 조심스럽게 나오는 협화음입니다. 찬란하게 빛나며 앞선 불협화음을 한 방에 날려 버리는 화음이 아니에요. 같은 주제가 되풀이되면서 셈여림 기호가 포르테(세게)로 바뀌고, 앞서 나오지 않던 첼로가 가세합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선율이 한 옥타브 뛰어오르고, 제2 바이올린이 제1 바이올린보다 높은음으로 시작했다가 슬쩍 자리바꿈을 합니다.

상상력을 조금 보태 봅시다. 모차르트는 자신에게 익숙한 교통수단인 '마차'가 천천히 출발해 속력을 높이는 과정을 생각하면서 이 곡을 썼다고요. 음악이론가 송무경 선생은 이 곡의 심층 구조를 분석하면서, 제시부가 시작된 뒤에도 '구조적인 불협화'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다가 선율이 한 옥타브 뛰어오르는 그 대목에 이르러서야 완전한 해결에 이른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니까 속도가 충분히 붙어서 관성 위주로 달리는 안정된 느낌이 바로 이곳에서 나오는 것이지요.

나머지는 그냥 모차르트답습니다. 때때로 대담한 표현도 있지만 파격까지는 아니에요. 2 · 3 · 4악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드뷔시: 현악사중주 g단조 Op. 10

"내가 추구하는 음악을 말하자면, 나는 그것이 영혼의 시적 충동과 몽환 세계의 자유분방함에 어우러질 만큼 유연하면서도 강약이 살아있는 음악이기를 바란다."

1886년, 드뷔시는 보들레르가 했던 말을 슬쩍 비틀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목신의 오후 전주곡》이나 《바다》 같은 작품과 더 잘 어울리는 말일지 모르지만, 조금 다른 맥락에서 드뷔시 현악사중주를 설명하는 말로도 적절하지 않나 싶어요. 표제가 없는 순음악으로서 독일-오스트리아 음악 전통과 프랑스 음악의 자유로움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치열함을 이 작품에서 엿볼 수 있거든요.

현악사중주 g단조는 1893년 작품으로 전통적인 현악사중주를 뼈대로 하고 있으면서도 세부적인 짜임새가 매우 자유롭습니다. 소나타 형식 구조가 모호하게 흐려져 있고, 'g단조'라고 써놓기는 했지만 사실은 교회선법과 5음음계 등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흐려진 조성 사이를 파격적인 화음들이 헤엄쳐 다닙니다. Op. 10이라고 쓴 것은 그냥 젊은 작곡가의 허세입니다. 드뷔시 작품 가운데 작품번호가 붙은 것은 이 곡뿐이지요.

이 작품에서 때로 아라비아 느낌이 나는 까닭은 프리지아 선법 때문입니다. 도리아, 믹소리디아, 에올리아 등 16세기 이전에 널리 쓰이던 다른 교회선법이 쓰이기도 했고, 그래서 묘하게 중세 느낌, 때로는 본 윌리엄스 느낌이 납니다. 5음음계는 동양적인 느낌을 주고, 강력한 불협화음과 함께할 때는 20세기 헤비메탈 느낌도 나지요. '5음음계'를 영어로 하면 록음악에서 말하는 펜타토닉 스케일(pentatonic scale) 바로 그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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