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9일 수요일

'구름'(cloud) 위의 음악, 그리고 공연 예술의 미래

통영국제음악당에서 발간하는 잡지 『Grand Wing』에 실으려고 쓴 글인데, 여기에 미리 올려 봅니다.


제가 쓰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로 '카르미뇰라'를 검색하면, 카르미뇰라의 비발디 '사계' 음반과 소니 전집 음반을 포함해 47가지 음반이 나옵니다. 피아니스트 '에리크 르 사주'를 검색하면 45가지 음반이, '반더러 트리오'는 41가지, '샹젤리제 오케스트라'는 71가지, '줄리아드 스트링 콰르텟'을 검색하면 79가지 음반이 나옵니다. 닐스 묑케마이어, 주세페 안달로로 등 최근에 음악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연주자들의 음반도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올 4월부터 6월 사이에 통영국제음악당에서 공연하는 연주자들입니다. 그러니까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골라 들으며 통영국제음악당 공연을 '예습'할 수 있지요.

제 방에는 CD플레이어 대신 음악 감상용 구형 노트북이 오디오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CD 플레이어를 중고로 팔아버리고 대신 DAC(디지털-아날로그 컨버터)를 샀던 것이 10년이 넘었지요. 재생 목록을 컴퓨터로 매우 손쉽게 편집할 수 있고, 듣고 싶은 음원은 검색만 하면 뚝딱 나옵니다. 스마트폰을 리모컨으로 쓰고요. 제가 'PC 통신'이라 불리던 터미널 서비스로 MP3 파일을 받아 들어보고 충격을 받은 지 약 20년 만에 이렇게 편리해졌네요.

컴퓨터로 음악을 듣게 되면서, 저는 하드디스크에 복제되지 않은 음반은 그냥 없는 음반 취급하게 되었습니다. 이른바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면서는 클라우드에 업로드되지 않은 음원을 없는 음원 취급하게 되더군요. 스트리밍 서비스를 사용하게 되면서, 이제는 제가 쓰는 스트리밍 서비스에 없는 음원을 없는 음원 취급할 때가 잦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그만큼 압도적으로 편리하기 때문이지요.

이와 관련해 미국의 한 업계 전문가는 앞날을 이렇게 예측했습니다.

  1.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세가 될 것은 확실하다.
  2. 앞으로 업계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는 영상 업계가 어찌하고 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미국에서는 '넷플릭스'라는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자체 콘텐츠를 공격적으로 제작 · 발표하면서 사실상 기존의 방송국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3. 녹음을 음반 단위로 하는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
  4. '당장 안 들을 거면서 일단 사재기'하는 애호가들의 행태가 무의미해진다.
  5. 품이 덜 들어간 실황 음원도 스트리밍 서비스로는 가치 있다.
  6. 다운로드 음원과 스트리밍 음원 출시일에 차별을 두는 전략도 있다.
  7. 메타데이터(meta-data)가 중요하다.
  8. 소셜미디어를 어찌 활용하느냐가 마케팅에 중요한 변수가 된다.

IT 전문가들은 머지않은 미래에 가상현실 기술이 대중화될 것으로 예측하지요. 기술이 발전할수록 현실과 가상현실을 구분하기 어려워질 테고, 공연장에서나 맛볼 수 있는 현장감마저도 언젠가는 가상현실로 구현할 수 있게 될지 모릅니다. 베를린 필하모닉홀과 무지크페라인잘과 라스칼라 오페라 극장에서 하는 공연 실황이 가상현실 형태로 실황 중계된다면 어떨까요? 좌석 수마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할 이유가 없으니 한 공연에 수백만 명이 모이지 말란 법이 없습니다. 공연예술 업계와 음반 업계 모두 기술 발전에 촉각을 곤두세울 일입니다.

'당장 안 들을 거면서 일단 사재기'하는 얘기에 문득 생각난 것이 있습니다. 제 지인이 고전시가 '정읍사'를 패러디한 것인데, 서울 압구정동(행정구역상으로는 신사동)에 있는 유명한 음반 매장을 '떡집'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은쟁반 노피곰 도다샤
어긔야 鷗亭압구정 비취오시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떡집 녀러신고요
어긔야 지른 데 또 지를셰라
어긔야 어강됴리
산거부터 드르시라
어긔야 내 모아논 푼 바닥날셰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뒤뚱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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