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26일 토요일

엘다 장기로프 재즈 트리오, 어제 공연


©Tongyeong International Music Foundation

"63Hz에서 70Hz 사이를 3㏈ 낮춰 주세요."

엘다 장기로프는 기술적인 요구사항을 이렇게 구체적으로 말했습니다. 심지어 피아노 키 88개 각각이 만들어내는 물리적인 주파수 대역을 모두 기억하는 듯하더군요.

물론, 엘다는 어디까지나 음악가이지 음향 엔지니어는 아닙니다. 통영국제음악당 음향감독님은 엘다가 요구하는 대로 몇 번 해주다가, 문제의 원인을 이해한 뒤로는 요구사항을 모두 무시하고 감독님 스타일로 싹 바꿔버렸는데, 엘다가 바로 그걸로 만족하더라고요.

엘다가 연주하는 피아노는 영상에서 보는 그대로였습니다. 빠르고 정확하고, 부드럽고 안정적이었습니다. 페렌츠 네메스가 아찔한 빠르기로 연주하는 드럼 소리와 어찌 그리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는지!

▲ 페렌츠 네메스 ©Tongyeong International Music Foundation

▲ 엘다 장기로프, 리허설 때 드럼도 연주합니다. 실력이 수준급!
©Tongyeong International Music Foundation

그리고 공연 때 어눌한 한국어로 인사할 때까지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중간에 빵터지는 한 마디.

"씨디레 판매합네다."

엘다 동무, 북에서 오셨시요? 인민의 재즈를 보여주시라요!

CD도 좀 사시라요!

바로 아래 소개한 ☞ 엘다 장기로프 인터뷰를 읽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엘다의 공연은 창작의 중간과정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곡을 쓰고 나면 공연을 하면서 다듬어 나가다가 나중에서야 음반을 내는 식이지요.

그래서인지 엘다는 공연 전에 사전 정보를 거의 주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재즈가 즉흥적인 음악이라도 그렇지, 이렇게 무계획적이어서는 안 된다며 조명감독님이 툴툴거리시더군요. 준비는 그냥 대충 해놓고 공연 때 즉흥적으로 해결하시라고 했더니, 장인정신에 관해 진지한 말씀을…^^

그랬는데, 어제 공연 때 조명은 사진으로는 1할밖에 표현이 안 될 만큼 환상적이었습니다.


©Tongyeong International Music Found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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