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에 연재중인 글입니다.
원문: http://www.kyeongin.com/news/articleView.html?idxno=678831
오케스트라 악기 배치는 보통 지휘자가 결정합니다. 작곡가가 악보에 따로 지시하기도 하고요. 그러나 표준화된 원칙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음량이 큰 금관악기와 타악기가 뒤로 가고, 음량이 작은 현악기가 앞으로 나오죠. 좌우 배치는 보통 소프라노-알토-테너-베이스 순입니다. 무슨 소리냐고요? 이 얘기를 하려면 서양음악의 화성(harmony)에 대해 조금은 알아야 합니다.
서양음악은 본디 성악이 중심이었지요. 그래서 기악이 성악을 앞지른 뒤에도 성악에서 쓰던 이론과 용어를 기악에 그대로 쓰곤 합니다. 화성 이론에서는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 이렇게 네 가지 성부(聲部; voice)를 기본으로 합니다. 그리고 이런 4성부 체계가 오케스트라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현악기 가운데 소프라노 역할은 제1 바이올린입니다. 제2 바이올린이 알토, 비올라가 테너, 첼로가 베이스 역할입니다. 더블베이스가 왜 빠졌느냐고요? 더블베이스는 베이스 성부를 '더블링'(doubling)하는 악기입니다. 다시 말해서, 베이스 성부를 맡는 첼로보다 한 옥타브 아래에서 첼로와 같은 선율을 연주해요. 첼로와 더블베이스가 다른 선율을 연주할 때도 있다고요? 옛날에는 안 그랬다가 '독립'한 거예요. 더블베이스를 '독립'시킨 작곡가는 베토벤입니다.
목관악기는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이 각각 소프라노-알토-테너-베이스 성부를 맡습니다. 금관악기는 트럼펫, 호른, 트롬본, 베이스트롬본이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꼭 그렇지는 않아요. 악기마다 음색이 다 다르고 음역도 넓어서 역할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거든요. 피콜로, 베이스클라리넷, 콘트라바순 등 특별한 악기가 4성부 가운데 하나를 대신하거나 '더블링'할 수도 있고요.
이렇게 해서 왼쪽부터 소프라노-알토-테너-베이스 순으로 악기가 배치됩니다. 어? 꼭 그렇지는 않다고요? 맞습니다. 여기까지 오면 얘기가 조금 더 복잡해지는데요, 지면이 짧으니 다음 시간에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