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에 연재중인 글입니다.
원문: http://www.kyeongin.com/news/articleView.html?idxno=669635
공연 중 감상에 방해되는 소리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전화벨 소리 얘기는 지난주에 했지요. 그만큼 고약하지는 않지만, 은근히 거슬리는 소리에 관해 얘기할까 합니다. 아참, 전화는 진동으로 해놓더라도 음악이 조용한 대목이라면, 그 진동 소리조차 주위 사람의 감상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전화는 반드시 꺼주세요.
그리고 기침 소리. 겨울에 가장 문제 되지요. 기관지에 이상이 있는 사람에게 사람이 많은 공연장은 그다지 좋은 공간이 아니기도 하겠고요. 그래도 놓치고 싶지 않은 공연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준비물은 손수건입니다. 손수건이 없다면 옷자락으로라도 입을 가리고 기침을 하면 그만큼 소리를 줄일 수 있습니다.
기침을 막는데 도움되는 사탕도 좋겠지만, 비닐봉지에 담긴 것은 곤란합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오히려 기침 소리보다 더 큰 민폐일 수 있어요. 무엇이든 비닐에 담긴 것은 되도록 공연장에 가지고 가지 않으면 좋습니다. 이 소리는 주파수 대역이 높아서 나이가 들면서 쉽게 둔감해질 수도 있지만, 소리의 색깔을 결정하는 중요한 음역에 속하기 때문에 그만큼 음악 감상에 방해되기도 합니다.
비닐봉지 소리만큼은 아니지만, 공연 소책자 등 종이를 넘기는 소리도 되도록 작게 해주시면 좋습니다. 숙제하러 온 학생이라면 필기하는 소리에도 조심해 주세요. 연필이나 샤프보다 심이 굵은 볼펜을 쓰면 그나마 낫고, 큰 공책보다 작은 수첩이 좋아요.
그런 작은 소리까지 조심해야 한다니, 너무 까다롭지 않아?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클래식 음악의 진짜 아름다움은 여린 소리에서 나올 때가 잦습니다. 그 소리를 객석 소음 탓에 놓쳐버린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