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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9일 목요일

'브라보'는 남자한테만 쓰는 말. 그러면 여자한테는?

『경인일보』에 연재중인 글입니다.
원문: http://www.kyeongin.com/news/articleView.html?idxno=671208

'브라보'(bravo). 말뜻은 대충 아시죠? 그런데 남/여, 단수/복수에 따라 말을 달리 써야 한다는 사실도 아시나요? 정답부터 말씀드리자면, 남자는 브라보, 여자는 혼자일 때 '브라바'(brava)라 하고 여럿일 때 '브라베'(brave)라 합니다. 남녀가 섞였으면 '브라비'(bravi)라고 해요.

이탈리아 말은 다 이런 식이에요. 협주곡에 대해 이론적으로 공부해 보신 분은 '투티'(tutti)라는 말 들어 보셨을 거예요. '다 함께' 연주하라는 뜻입니다. 여자만 있으면 '투테'라고 해야겠죠. 앗, 어디서 들어본 말인가요? 모차르트 오페라 《코지 판 투테》(Cosi fan tutte)! '여자는 다 그래'라는 뜻이죠.

뭘 이렇게 복잡하게 구분해 써야 해? 이런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사실은 제가 한때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오래전 어떤 렉처 콘서트(lecture concert)에서 여성 가수가 독일 가곡을 멋지게 불렀습니다. 저는 '브라바!'라고 할까 생각했다가, 괜히 잘난 척하는 듯해서 그냥 '브라보!'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성악 전공자인 듯한 몇몇 사람이 저를 쳐다보면서 살짝 비웃어요. 여보세요, 내가 모르고 그런 거 아니거든요! 아오, 진짠데!

그런데 오케스트라 공연에서는 남녀가 섞여 있어도 '브라비'라 하지 않고 '브라보'라고 할 때가 잦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특수한 관습 탓이에요.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여성이 오케스트라 단원이 될 수 없었거든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자였던 카라얀이 여성 클라리넷 연주자인 자비네 마이어를 단원으로 데려오면서 기존 단원들과 한바탕 크게 싸웠다거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1997년이 되어서야 여성 단원을 받아들였고 아직도 이따금 여성 차별로 구설에 오른다는 사실은 제법 유명하지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 브라보, 할 때 '라'를 길고 세게 소리 내고 나머지는 여리게 하면 좋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를 세게 발음하는 사람도 더러 있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잘못이에요. '브라바' 등도 마찬가지고요.

2012년 8월 2일 목요일

여린 음악 소리 망치는 객석의 별별 소리

『경인일보』에 연재중인 글입니다.
원문: http://www.kyeongin.com/news/articleView.html?idxno=669635

공연 중 감상에 방해되는 소리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전화벨 소리 얘기는 지난주에 했지요. 그만큼 고약하지는 않지만, 은근히 거슬리는 소리에 관해 얘기할까 합니다. 아참, 전화는 진동으로 해놓더라도 음악이 조용한 대목이라면, 그 진동 소리조차 주위 사람의 감상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전화는 반드시 꺼주세요.

그리고 기침 소리. 겨울에 가장 문제 되지요. 기관지에 이상이 있는 사람에게 사람이 많은 공연장은 그다지 좋은 공간이 아니기도 하겠고요. 그래도 놓치고 싶지 않은 공연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준비물은 손수건입니다. 손수건이 없다면 옷자락으로라도 입을 가리고 기침을 하면 그만큼 소리를 줄일 수 있습니다.

기침을 막는데 도움되는 사탕도 좋겠지만, 비닐봉지에 담긴 것은 곤란합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오히려 기침 소리보다 더 큰 민폐일 수 있어요. 무엇이든 비닐에 담긴 것은 되도록 공연장에 가지고 가지 않으면 좋습니다. 이 소리는 주파수 대역이 높아서 나이가 들면서 쉽게 둔감해질 수도 있지만, 소리의 색깔을 결정하는 중요한 음역에 속하기 때문에 그만큼 음악 감상에 방해되기도 합니다.

비닐봉지 소리만큼은 아니지만, 공연 소책자 등 종이를 넘기는 소리도 되도록 작게 해주시면 좋습니다. 숙제하러 온 학생이라면 필기하는 소리에도 조심해 주세요. 연필이나 샤프보다 심이 굵은 볼펜을 쓰면 그나마 낫고, 큰 공책보다 작은 수첩이 좋아요.

그런 작은 소리까지 조심해야 한다니, 너무 까다롭지 않아?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클래식 음악의 진짜 아름다움은 여린 소리에서 나올 때가 잦습니다. 그 소리를 객석 소음 탓에 놓쳐버린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요!

2012년 7월 27일 금요일

공연 중 좌절감을 주는 소리 '전화 왔숑!'

『경인일보』에 연재중인 글입니다.
원문: http://www.kyeongin.com/news/articleView.html?idxno=668102

2012년 1월 10일, 뉴욕 링컨센터 에이버리 피셔 홀.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말러 교향곡 9번을 연주하고 있었었습니다. 조용히 죽어가듯이 음악이 끝나갈 무렵, 갑자기 우렁찬 전화벨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 소리는 한참 동안 그치지 않았고, 지휘자 앨런 길버트는 이례적으로 연주를 중단했습니다. 그리고 객석에서 험악한 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나가!" "끌어내!"

이 사건은 국제적인 뉴스거리가 됐습니다. 알고 봤더니 전화기 주인은 뉴욕필 고정 팬이자 유료회원이었고, 공연장 예절을 모를 사람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하필 그날 전화기를 아이폰으로 바꾸었는데, 전화벨 소리를 꺼도 알람 소리는 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그래서 자신이 '범인'이라는 사실을 알아채는데 한참 걸렸다나요. 뉴욕필은 개인정보가 언론에 드러나지 않도록 배려했지만, 전화 주인은 창피해서 며칠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합니다.

비슷한 사건은 한국에서도 있었습니다. 2011년 3월 8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때였지요. 브루크너 교향곡 8번 3악장, 조용한 대목에서 전화벨 소리가 1분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지휘자 리카르도 샤이는 연주를 중단하지 않았지만, 그 뒤로 이 악단은 내한공연을 꺼린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사흘 뒤 일어난 일본 대지진 소식에 묻혀 버렸습니다.)

공연장 전화벨 소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전파 차단입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전기통신사업법에 어긋나지요. 전화 통화를 할 권리를 침해한다고요. 일본 등 몇몇 나라에서는 법이 달라서 많은 공연장에서 전파 차단을 시행한다고 합니다.

결국,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은 모든 관객이 전화를 끄는 것입니다. 공연 단체에 따라 안내방송의 주목도를 높이고자 때로 기발한 방법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관객을 가르치려 드느냐는 항의를 받기도 한다네요. 그래도 결론은 이것뿐입니다. 꺼진 전화 다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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