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에 연재중인 글입니다.
원문: http://www.kyeongin.com/news/articleView.html?idxno=668102
2012년 1월 10일, 뉴욕 링컨센터 에이버리 피셔 홀.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말러 교향곡 9번을 연주하고 있었었습니다. 조용히 죽어가듯이 음악이 끝나갈 무렵, 갑자기 우렁찬 전화벨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 소리는 한참 동안 그치지 않았고, 지휘자 앨런 길버트는 이례적으로 연주를 중단했습니다. 그리고 객석에서 험악한 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나가!" "끌어내!"
이 사건은 국제적인 뉴스거리가 됐습니다. 알고 봤더니 전화기 주인은 뉴욕필 고정 팬이자 유료회원이었고, 공연장 예절을 모를 사람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하필 그날 전화기를 아이폰으로 바꾸었는데, 전화벨 소리를 꺼도 알람 소리는 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그래서 자신이 '범인'이라는 사실을 알아채는데 한참 걸렸다나요. 뉴욕필은 개인정보가 언론에 드러나지 않도록 배려했지만, 전화 주인은 창피해서 며칠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합니다.
비슷한 사건은 한국에서도 있었습니다. 2011년 3월 8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때였지요. 브루크너 교향곡 8번 3악장, 조용한 대목에서 전화벨 소리가 1분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지휘자 리카르도 샤이는 연주를 중단하지 않았지만, 그 뒤로 이 악단은 내한공연을 꺼린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사흘 뒤 일어난 일본 대지진 소식에 묻혀 버렸습니다.)
공연장 전화벨 소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전파 차단입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전기통신사업법에 어긋나지요. 전화 통화를 할 권리를 침해한다고요. 일본 등 몇몇 나라에서는 법이 달라서 많은 공연장에서 전파 차단을 시행한다고 합니다.
결국,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은 모든 관객이 전화를 끄는 것입니다. 공연 단체에 따라 안내방송의 주목도를 높이고자 때로 기발한 방법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관객을 가르치려 드느냐는 항의를 받기도 한다네요. 그래도 결론은 이것뿐입니다. 꺼진 전화 다시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