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11일 금요일

멘델스존 Op. 113 & 114, 슈만 Op. 94, Op. 73, Op. 56, 브루흐 Op. 83

통영국제음악재단 공연 프로그램북에 실릴 글입니다.


멘델스존: 협주적 소품 2번 Op. 114 & 1번 Op. 113

멘델스존과 친했던 연주자 베어만 부자(父子)는 멘델스존에게 담프누델(Dampfnudel)과 람슈트루델(Rahmstrudel)을 요리해 줄 테니 자신들에게 작품을 써달라고 했습니다. 멘델스존은 두 사람이 집에 도착하자마자 요리사 모자를 씌우고 앞치마를 입혀서 주방으로 보냈지요. 그리고 자신은 피아노 앞에 앉아서 음악으로 '요리'를 했다네요.

멘델스존이 그렇게 쓴 곡이 협주적 소품 1번입니다. 원래 제목은 프러시아-오스트리아 전투를 빗댄 '프라하 전투'였고, 부제는 '담프누델 또는 람슈트루델을 위한 합주적 이중주'였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요즘 하는 말로 '요리 배틀'이었던 것이지요! 이 곡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던 두 사람은 멘델스존에게 한 곡 더 써달라고 부탁했고, 협주적 소품 2번이 그렇게 해서 탄생했습니다.

'협주적 소품'이란, 독일어 Konzertstück(콘체르트슈튀크)를 옮긴 말입니다. 콘체르트슈튀크는 협주곡(콘체르토) 풍 단악장 곡으로, 독주곡일 수도 있고 반주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작은 협주곡을 뜻하는 콘체르티노(concertino)와 구분하지 않고 쓰이기도 하지요. 멘델스존 협주적 소품은 두 곡 모두 3악장으로 되어 있고, 대신에 한 악장이 2~3분 정도로 짧습니다.

슈만: 3개의 로망스 Op. 94 & 3개의 환상소품 Op. 73

'로망스'와 '환상소품'은 제목이 시사하듯 낭만적 · 애상적 감성으로 가득한 작품입니다. 제목은 악곡의 형식과는 관련 없고, 발라드나 무언가처럼 노래하는 듯한 곡이지요. 모든 곡(악장)이 단순한 세도막 형식으로 되어 있고 곡 분위기도 비슷합니다. '로망스'는 본디 오보에 곡이었고, '환상소품'은 클라리넷 곡이지만, 슈만의 실내악은 보통 악기를 바꿔서 연주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악기 특성에 따라 아주 조금씩만 달라지는 정도이지요.

이번 공연 프로그램은 여섯 작품이 대칭을 이루고, 전반부 3곡과 후반부 3곡이 마치 소나타 사이클을 이루는 개별 악장처럼 위치한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로망스'와 '환상소품'은 그렇게 보면 소나타 사이클의 아다지오 악장에 해당합니다. 두 곡 모두 분위기가 딱 그렇지요!

브루흐: 소품 Op. 83 & 슈만: 카논 형식 연습곡 Op. 56

목관악기 소리는 이름처럼 나무를 닮은 점이 신기합니다. 그 가운데 클라리넷 계통 악기로 합주하면, 마치 마법의 세계에서 식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신비로운 느낌이 들곤 하지요. 브루흐의 소품 Op. 83과 슈만의 카논 형식 연습곡 Op. 56은 담백하고 탱글탱글한 '식물성 사운드'가 특히 매력적입니다. 슈만 곡은 본디 현악기 곡이었는데도 마치 처음부터 클라리넷 곡이었던 듯해요.

슈만 Op. 56은 작곡가가 대위법을 공부하면서 대위법의 가장 간단한 형태인 '카논' 즉 돌림노래를 실험해 본 작품입니다. 그 가운데 첫 곡은 마치 바흐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제1번 전주곡처럼 들리기도 하고, 때로는 '토카타와 푸가'와 닮은꼴이기도 하지요. 둘째 곡부터는 좀 더 슈만다운 음악 어법이 나타지만 바흐 음악 양식이 여전히 섞여 있고, 피아노는 마치 오르간 페달을 밟아 연주하는 저음처럼 들립니다.

브루흐 Op. 83은 낭만주의 음악 어법에 충실하다는 점이 슈만 곡과 다르지만, 저마다 성격이 다른 곡이 모여 묘한 통일성을 보인다는 점이 닮은꼴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연주될 제2번, 제6번, 제7번을 모아놓으면 마치 작은 협주곡처럼 느껴진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제7곡은 압축된 소나타 형식으로 되어 있기도 하지요.

이번 공연에서는 '로망스'와 '환상소품'을 제외한 작품에서 '바셋호른'(Basset horn)이라는 악기가 클라리넷과 기막히게 어울립니다. 바셋호른은 클라리넷 계통 악기로 18세기에 쓰였습니다. 악기다마 다르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클라리넷보다 좀 더 길고 굽은 모양을 하고 있지요. 소리는 클라리넷과 비슷한데, 음색이 조금 어둡지만 높은음이 부드럽고 달콤하게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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