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0일 (금) 저녁 7시 30분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건반의 변주 (Keyboard Variation)
CPE BACH_ Fantasie in C major for fortepiano H291 Wq61/6
MOZART_ Sonata for fortepiano in Bb major K333
멜빈 탄 Melvyn Tan (FortePiano)
LISZT_Mephisto Waltz No.1 S.514
김영호 Youngho Kim (Pf)
INTERMISSION
SUNGJI HONG_'Vernal Equinox' for oboe, violin, viola and cello
(Grand prize winner of the 1st SSF Composition Competition)
통영국제음악제(TIMF) 앙상블 Tongyeong International Music Festival (TIMF) Ensemble
김현수 Hyeon Su Kim (Cond), 임수미 Su Mi Lim (Ob), 정호진 Ho Jin Jeong (Vn), 강주이 Jui Kang (Va), 오주은 Joo Eun Oh (Vc)
SAINT-SAËNS_ Caprice-Valse 'Wedding Cake' for piano and strings op.76
김영호 Youngho Kim (Pf), 배익환 Ik-Hwan Bae (Vn), 김현아 Hyuna Kim (Vn), 김상진 Sang-Jin Kim (Va), 송영훈 Young Song (Vc), 이창형 Chang-Hyung Lee (Bass)
SMETANA_ Piano Trio in g minor Op.15
피어스 레인 Piers Lane (Pf), 엘리나 베헬레 Elina Vähälä (Vn), 조영창 Young-Chang Cho (Vc)
Vernal Equinox. '봄'을 뜻하는 라틴어 'vernalis'와 '균등한(equal) 밤(night)'을 뜻하는 라틴어 'aequinoctium'에서 온 말. 밤과 낮이 길이가 같아지는 주야평분점(Equinox) 가운데 봄에 오는 것을 말한다. 우리말로는 '춘분'(春分)이다. 우리말로 하면 말맛이 달라져서 시(詩)적인 느낌이 먼저 든다. 음악을 들어보니 작곡가 홍성지도 '춘분'이라는 말 느낌을 더 살린 듯하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괴로운 마음을 달래려고 이 곡을 썼다고 한다.
바이올린 등이 하모닉스 주법으로 페달 포인트(pedal point)를 길게 이어 연주하는 대목이 얼핏 말러 교향곡 1번 도입부와 비슷했지만, 곧이어 현악기를 마치 가야금이나 거문고 뜯듯 연주하는 소리가 더하니 차라리 윤이상이 생각났다. 그러나 윤이상 작품에 나타나는 이른바 '중심음 기법'(Hauptton-Technik)과도 조금 달랐다. 중심음이 딱히 '붓글씨를 닮은' 움직임을 보이지도 않았고, 중심음을 둘러싼 음들이 이루는 음향층은 차라리 자친토 셸시(Giacinto Scelsi)를 더 닮았다. 나중에 프로그램 책자를 얻어다 읽어 보니 작곡가 스스로 '중심음'이라는 말을 썼던데, 윤이상과 셸시 가운데 누구를 더 의식했을까?
오보에로 같은 음을 운지법을 바꿔가며 연주하는 이른바 '음색 비브라토'는 서울시향이 홍성지에게 위촉한 피아노 협주곡에서도 쓰인 바 있다. 서울시향 연주를 들으면서는 그저 특이한 연주법을 썼구나 싶었지만, 《Vernal Equinox》에서는 윤이상을 닮은 텍스쳐(texture) 때문인지 마치 대금이나 피리를 부는 듯하기도 했다. '음색 비브라토'가 아니더라도 때때로 그런 느낌이 들었다.
현악기 글리산도 음형이나 한 음에서 이리저리 가지를 뻗어 나가며 얽히는 소리가 마치 미야자키 하야오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에서처럼 꽃이 피고 풀이 쑥쑥 자라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동화적·마법적인 분위기에서 레드제플린 《Rain Song》이 떠오르기도 했다. 봄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