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 영국 악보 출판사 협회가 공짜 악보 사이트 IMSLP 도메인을 합법적으로 테러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 일에 대해 "영국 출판사들이 디지털 시대 외부 충격에 대처할 의지도 능력도 없음이 이번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이들은 구글, 애플, 아마존 등이 악보 출판에 관심을 둘 때 몰락하리라 논평한 바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세요:
☞ 2011년 4월 클래식 음악계 주요 뉴스
그런데 그나마 생각이 좀 있는 출판사도 있었네요. 클래식 음악계에서 손꼽아 주는 영국계 악보 출판사인 부지 앤드 호크스(Boosey & Hawkes)는 현대음악을 포함하는 악보 상당수를 홈페이지에 공짜로 공개했습니다. 회원 가입하고 로그인해야 악보를 볼 수 있습니다. 주민등록번호는 안 알려줘도 됩니다. ^^
http://www.boosey.com/cr/perusals/default.asp
© Boosey & Hawkes
위 그림은 페이지 초기 화면 가운데 일부를 갈무리한 것입니다. 얼핏 보면 저 10개 악보가 전부라고 착각하기 딱 좋습니다. 왼쪽 패널 등으로 작곡가 항목을 찾았을 때 온라인 악보 메뉴를 찾기도 쉽지 않습니다. 명백한 디자인 오류입니다.
© Boosey & Hawkes
진은숙 항목을 찾았습니다. "View Scores" 버튼에 마우스를 갖다 대면 위 그림처럼 메뉴가 펼쳐집니다.
© Boosey & Hawkes
진은숙 악보는 일부분이라도 복제하면 불법이라는 경고가 찜찜해서 존 애덤스 《시티 누아르》 악보 첫 장을 갈무리했습니다. (제가 알기로 인용 목적이 분명한 부분 복제는 공정 이용(Fair Use) 원칙에 따라 합법입니다. 검색해 보니 국내법상으로는 '자유이용'(free use)이 더 적합한 말이라네요.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 저작권 설명 참고)
© Boosey & Hawkes
부분 확대해 봤습니다. 악보가 깨끗하게 잘 나오네요.
그런데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 플래시 기반이라서 아이패드 등으로는 안 될 듯합니다. (아이패드가 없어서 확인해 보지 않았습니다.)
- 온라인으로만 볼 수 있어서 악보 넘길 때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음악을 들으며 악보를 보기에는 곤란할 듯합니다.
- 한쪽씩 보기가 안 됩니다. 모니터 피벗(pivot) 기능으로 화면을 돌려서 한쪽씩 보면 한 화면에 보기 좋을 텐데 말이죠.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공짜니까요. 보다가 불편하다 싶으면 돈 주고 사면 됩니다.
그런데 공짜 악보 페이지와 구매 페이지가 동떨어져 있습니다. 공짜로 보다가 불편해서 사서 보려는데, '구매' 버튼이 안 보여요. 치명적입니다.
유료 다운로드 서비스도 있으나 상품이 다양하지 않습니다. 무료로 불편하게 볼 수는 있는데 유료로 다운로드할 수는 없다니, 이상하지 않습니까? 인터넷 기반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낮다는 증거입니다.
아마존에서는 어떻게 해놨는지 아십니까?
☞ 아마존(Amazon) 유저 인터페이스 분석 (조성문 오라클 시니어 프로덕트 매니저(Senior Product Manager))
이제 시작 단계이니 개선할 여유는 있습니다. 개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먼저 깨달아야 하겠지만요. 아마존 등에게 잡아먹히기 전에 혁신에 성공할는지 두고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