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22일 월요일

기계도 구분하지 못하는 음질 차이를 사람이 듣고 구분할 수 있는가?

기계도 구분하지 못하는 음질 차이를 사람이 듣고 구분할 수 있는가?

이 물음에 '없다!'라고 자신 있게 주장하는 사람이 더러 있다. 때때로 각종 수치와 그래프가 마구 덤비니 모르는 사람은 속아 넘어가기 딱 좋기도 하다. 그러나 '기계도 구분 못하는데' 어쩌고 하는 소리는 과학·공학의 탈을 쓴 미신이다. 관련 전공자가 오히려 더 빠지기 쉬운 미신이라 더욱 고약한 미신이다. 그 까닭은 한 가지만 물어보면 알 수 있다.

기계로 음색을 어떻게 측정할 건데?

당신이 과학을 대충이라도 배웠다면 이 대목에서 대오각성해야 한다. 그래도 모르겠으면 하나 더 묻겠다. '음색' 정의가 뭔데? '소리의 색깔'같은 말만 바꾼 대답을 하려거든 그냥 '믿쑵니다'만 외치고 과학 얘기는 꺼내지 마라.

음향학을 어깨 넘어라도 배웠으면 음색을 결정하는 변수를 읊어댈 수도 있겠다. 그러면 그 변수만 잘 측정하고 통제할 수 있으면 기계가 사람보다 낫겠네?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당신이 음향학을 헛배웠다는 증거다. 다시 묻겠다. 음색 정의가 뭔데?

기계가 못하면 사람도 못한다는 신앙은 마치 컴퓨터가 사람 두뇌보다 우수하다는 신앙과도 같다. 계산이야 말할 것도 없이 컴퓨터가 훨씬 잘하지. 그런데 로봇이 정명훈보다 지휘를 잘하나? 컴퓨터가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는 얘기 들어 봤나? 왜 구글 번역기는 아직도 그 모양인가?

인간이 과학적으로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기계도 할 수 없다. 기계를 만드는 사람이 그것을 구현할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누군가 그러더라. 과학은 의심하는 것이라고. 당신은 의심하기를 잊고 함부로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는가?

마지막으로 참고할 만한 글 하나:

☞ 오디오쟁이에게 뽐뿌질하는 현대음악 ― 리게티 《아트모스페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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