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나님 홈페이지 게시판 가입했더니 글쓰기를 하려면 양식에 따라 자기소개 비슷한 걸 해야 하더군요. 이거 쓰다 보니 참 시간 오래 걸리더라고요. 그래서 아까워서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1〉 간단한 자기 소개. (다니는 학교나 직장, 나이 따위는 안 쓰셔도 됩니다. 그냥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리고 싶은 정도만 알려주세요.)
http://wagnerian.textcube.com/profile〈2〉 좋아하는 이미지나 동영상 중 아무 거나 한 장 골라 저에게 보여주세요. 그림 올리는 방법은 FAQ를 참고하시고요. 네이버나 싸이에 있는 사진은 올리지 마세요. 링크를 막으니까요. 다 쓴 다음에 'HTML사용'을 체크하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 독일 바이로이트 축전극장 옆 언덕. © 김원철. "이곳에서 시간은 공간으로 바뀐다." (zum Raum wird hier die Zeit.) 자세한 사진 설명 참고: http://wagnerian.textcube.com/436
〈3〉 영화나 책에서 캐릭터 열 명을 골라 그 인물에 대한 간단한 평가를 작성해주세요.
바그너가 쓴 오페라 대본에서 열 명 뽑았습니다. 대본이니까 책 맞죠? ^^; 바그너 오페라 대본은 독일 문학사에서도 제법 비중이 크다고 합니다.
① 브륀힐데(Brünnhilde) : 《니벨룽의 반지》 주인공. 바그너 작품 가운데 가장 멋진 캐릭터. "빛나는 사랑, 웃는 죽음" (leuchtende Liebe, lachender Tod!)이 명대사.
② 지크프리트(Siegfried) : 브륀힐데 남편. 일단은 영웅이라는 설정인데 어딘가 좀 '단무지'스러운;; 캐릭터. 브륀힐데가 아깝다. 명대사는 "겁쟁이, 난 어떻게 된 걸까? 이것이 공포인가?" (Wie ist mir Feigem? Ist dies das Fürchten?)
③ 이졸데(Isolde) : 《트리스탄과 이졸데》 주인공. 마녀 딸이라는 설정이나 내가 보기에는 당대 지식인 여성 캐릭터. 전혜린의 바그너 버전(?). 명대사는:
In dem wogenden Schwall, |
파도치는 물결 속에, |
④ 파르지팔(Parsifal) : 《파르지팔》 주인공. 원탁의 기사 '퍼시벌'이 원형. 무식해서 실패한 지크프리트보다 진보된 영웅 상으로 순수한 무식함(?)으로 쾌락을 극복하고 '돈오'(頓悟) 경지에 이른다. 명대사는 "하! 바로 이 키스였구나!" (Ha! Dieser Kuss!)
⑤ 로엔그린(Lohengrin) : 《로엔그린》 주인공. 파르지팔보다 진보한 영웅 상으로 바그너 작품에서 가장 완전무결한 캐릭터. 인간다운 약점이 없는 것이 단점이나 완전무결성 자체가 매력. 명대사는 "저는 로엔그린입니다." (Ich bin Lohengrin genannt.)
⑥ 구르네만츠(Gurnemanz) : 《파르지팔》 조연으로 사실은 주인공에 가깝다. 신에 가까운 파르지팔과는 달리 실질적인 고민을 거의 혼자 떠맡은 듯한 캐릭터. 명대사는 "이곳에서 시간은 공간으로 바뀐다." (zum Raum wird hier die Zeit.)
⑦ 쿤드리(Kundry) : 《파르지팔》 조연. 릴리쓰(Lilith)의 바그너 버전. 명대사는 미친뇬 웃음소리 "아하하하~"
⑧ 볼프람 폰 에셴바흐(Wolfram von Eschenbach) : 《탄호이저》 조연. 실존 인물로 1200년 서사시 『파르치팔』(Parzival)을 발표했다. 템플기사단원이었다는 설이 있으며 바그너는 그것을 의식했다고 추측됨. 이 사실을 알면 《탄호이저》에서 훨씬 더 비중 있는 인물. 명대사는 "오 그대 나의 고귀한 저녁별" (O du mein holder Abendstern).
⑨ 한스 작스(Hans Sachs) :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거》 (사실상) 주인공. 실존했던 마이스터징거였으며 작품 속에서는 새로운 예술에 열린 마음을 보이는 캐릭터. 명대사는 "나를 대신 비웃고 마이스터 예술은 존중해 주시게!" (Verachtet mir die Meister nicht, und ehrt mir ihre Kunst!)
⑩ 발터 폰 슈톨칭(Walther von Stolzing) :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거》 주인공. 새로운 예술을 표상하는 캐릭터. 특이한 주제로 논문 쓰다 보니 이 캐릭터에 더욱 공감. (한스 작스가 되어주신 지도 교수님께 감사를. ㅠ.ㅠ) 명대사는 "축복이 가득한 아침 햇살에 시인은 단꿈에서 깨어나네!" (Huldreichster Tag, dem ich aus Dichters Traum erwacht!)
〈4〉 영화나 책에서 인상적인 문장이나 대사를 열 개 골라 쓰시고 그에 대한 간단한 의견을 작성해주세요.
벌써 위에 대사 열 개를 꼽아 놨으니 의견만 쓰면 되겠군요. ^^;
① 《지크프리트》 마지막 대사로 사랑을 선택한 행동이 죽음을 불러올 것을 예상하고도 웃으면서 죽으리라 다짐하는 대사. 멋지지 않습니까.
② 공포불감증(?) 환자인 지크프리트가 잠자는 숲 속의 브륀힐데를 발견하고 공황 상태에 빠져 내뱉는 대사. 무릇 동정남에게 여성은 공포일 수밖에 없다.
③ 쇼펜하우어 철학을 바그너식으로 바꾸어놓은 대사. 여기서 죽음과 섹스와 열반은 동의어다.
④ 쿤드리한테 키스를 받고 갑자기 고통을 느끼며 찾아온 '돈오'(頓悟)의 순간이자 "자비심으로 깨우치리라 순수한 바보여." (Durch Mitleid wissend, der reine Tor.)라는 예언이 실현되는 순간. 자세한 내용은 요기를 참고: http://wagnerian.textcube.com/95 김원철 의견은 '첫 경험은 고통이군하!' (응?)
⑤ 율법에 따라 정체를 숨겨오다가 마침내 자신이 성배 기사 로엔그린임을 밝히는 대사. 대본만 보면 별 것 없고 음악을 들어야 제맛을 알 수 있음.
⑥ 수수께끼 같은 대사이나 정황상 축지법(?)을 암시하는 듯함. 성배 기사는 템플 기사단과 관계 깊으며 바그너가 프리메이슨에 가입하려다 거절당하기도 했음을 알고 들으면 뭔가 있는 듯한 대사.
⑦ 클링조르의 마법으로 이지를 잃고 웃는 장면. 밤에 불 꺼놓고 음악과 함께 들으면 소름 끼침.
⑧ 대사 자체는 별 것 없고 노래를 들어야 함. 바그너 싫어하는 사람도 듣기 좋다고 할 만큼 달콤한 선율.
⑨ 새로운 예술을 인정하되 전통 또한 긍정해야 한다는 바그너 예술관을 대변하는 대사.
⑩ 발터가 부르는 노래, 마이스터징거 음악 형식(Bar form)인 Gesang―Gesang―Abgesang 가운데 Abgesang 대목으로 대사 자체는 별 것 없고 노래를 들어야 함.
〈5〉 앞으로 개봉될 영화들 중 꼭 보고 싶은 작품들 열 편을 골라 쓰시고 그 이유를 말씀해주세요.
솔직히 영화는 잘 모르는…;; 앞으로 개봉될 영화 대신에 이미 개봉했으나 아직 안 본 영화 가운데 열 편을 꼽을게요.
① 《아바타》 ― 3D로 봐야 제대로 본 거라는데 극장까지 가기는 귀찮은…;; 그래도 기회가 되면 꼭 3D로다가. ㅡ,.ㅡa
② 《스타트렉: 더 비기닝》 ― TV 드라마를 너무 재밌게 보고 있는데 등장인물을 보니 TNG 시리즈를 다 본 다음에 보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아직 안 보고 있습니다. 이것 때문에 DS9 시리즈를 보다 말고 TNG를 먼저 보기 시작했습니다. 쫌만 더 달리면 끝난다능.
③ 《스타트렉: First Contact》 ― TNG 시리즈를 뗀 다음 이걸 먼저 보고 《더 비기닝》을 보려고요. 스타트렉 초짜 마니아의 나름대로 체계적인 계획. ㅡ,.ㅡa
④ 《전우치》 ― 《아바타》 크리를 맞고도 흥행이 심상치 않다기에 뭔가 싶어서 함 봐야겠다 싶네요.
⑤ 《더 문》 ― 잘 만든 SF 영화라기에 기회가 되면 꼭 봐야겠다 싶어요.
⑥ 《2012》 ― 딴지일보 영화평을 보니 뭔가 그럴싸하더군요.
⑦ 《카페 느와르》 ― 요것도 딴지일보 보니 왠지 함 봐 줘야 할 듯한…;;
⑧ 《탈주》 ― 요것도 딴지일보 보고. ㅡ,.ㅡa
⑨ 《불신지옥》 ― 이건 여기저기서 하도 떠들어서 함 봐 줘야 할 듯한데 아직… ㅡ,.ㅡa
⑩ 《엔젤 하트》(알란 파커 감독) ― 이것도 딴지일보 보고 나중에 함 봐야지 하면서 기사 갈무리해둠.
〈6〉 좋아하는 영화 속 한 장면을 원고지 2장 이상 이상으로 묘사해주세요.
스탠리 큐브릭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 밤새 잠을 설치고 두려워하던 원숭이들이 날이 밝자 맹수한테 쫓긴다. 마침 옆에 있던 모놀리스(monolith)가 '뷔뷔뷔뷔~' 하니 원숭이 한 마리가 뭔가 깨달았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는 커다란 뼈다귀 하나를 주워서 휘두르며 다른 원숭이와 힘을 합쳐 맹수를 물리친다. '깨달음'을 얻은 원숭이는 흉성을 터트려 뼈다귀를 마구 내려친다. 이때 화면이 느려지며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교향시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도입부가 흐른다. 으뜸화음이 확장된 강력한 음 클러스터(tone cluster)가 햇살처럼 쏟아지고 심벌즈 따위가 찬란한 소리를 낸다. 이때 원숭이는 뼈다귀를 하늘 높이 던진다. 화면이 그 뼈다귀를 따라가면서 음악이 끝나고 화면이 어두워진다. 갑자기 우주 공간이 펼쳐지고 우주선이 날아온다. 우주선은 원숭이가 던진 바로 그 뼈다귀를 닮았다. 21세기 인류가 그 우주선에 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