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3일 금요일

버나드 쇼 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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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에 나온 버나드 쇼의 글을 읽고 황당해서 반박 글 써봅니다. 글에서 음악에 대한 무식이 좔좔 흐르는데 이 사람이 음악 평론가 노릇을 했다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입니다. 제발 음악 전공자 출신은 아니기를 두 손 모아 빕니다. 음악 전공자라면 세상사가 다 허무해질 것 같습니다.

저는 원문을 읽지 않았습니다. 조서연님께서 발췌 번역해주신 것이 전부라는 전제하에 글 씁니다.

1. '음악' 얘기래놓고 정작 음악 얘기는 하나도 없네요.

음악의 '무늬'라도 찾자면 라이트모티프 얘기가 나오는데, 플롯의 어느 부분에 어느 모티프가 나온 것이 유치하다는 식의 얘기이고, 거기서 중요한 것은 모티프의 '이름'이므로 결국은 플롯 얘기지 음악 얘기가 아닙니다. 버나드 쇼는 음악 대신 라이트모티프만 듣는 것인지? 그렇다면 굳이 오케스트라가 힘들여 연주할 필요도 없고 가수가 힘들여 노래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연극 중에 피아노로 라이트모티프를 들려주면 그만이니까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단선율 멜로디면 그만이고 화성을 붙일 필요도 없겠습니다.



2. 음악이 뛰어나지 않다고 말하면서 근거는 하나도 없고, 나중에는 도로 뛰어나다고 했다가 말 뒤집고 합니다.

"음악적 표현으로서도 뛰어나기는커녕 가까이 미치지도 못한다."

이랬다가,

"작곡기법은 탁월하며, 화성법과 관현악법은 완성 단계에 이르러 자유자재로 구사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곡기법은 탁월하다고 말 뒤집습니다. 작곡기법이 탁월한데 음악이 뛰어나지 않은 이유는 뭘까요? 음악이 뛰어나게끔 하는 기법이 바로 작곡기법인데 무슨 헛소린지? 테크닉이 좋아도 음악에 감동이 없다는 식의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 테크닉만 뛰어나다는 음악은 알고 보면 테크닉이 엉터리이거나 아니면 정말 뛰어난데 듣는 사람이 막귀라서 그렇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흔히 작곡 기법 허접하다는 브루크너 같은 사람도 악식론적으로 허접한 것이지 화성법은 대가 중의 대가이고 대위법도 만만치 않아요. 브루크너 작곡기법 탁월합니다.

게다가 작곡기법이 뛰어나다는 말도 과연 본인 생각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음악학자들이 입 모아 칭찬하니 감히 딴지를 못 건 것은 아닌지?

"<발퀴레>에서 동일 모티브가 감동을 준 것과는 대조적으로 가슴에 와 닿는 것은 1소절도 없고, <지그프리트>의 생명감과 유머에 외부에서 보태지는 눈부심만이 귀를 때린다."

진짜 원인이 여기에 나오는군요. 본인이 감동을 못 느꼈답니다. 버나드씨, 그러니까 당신이 막귀인 거야.

이후에도 음악에 대한 모든 험담은 주장만 있고 근거는 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사람이 라이트모티프 이름 짓기 이외의 음악 분석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것 같지도 않습니다.



3. 주장과 논거 사이의 거리가 안드로메다입니다.

"그러나 자신을 희생으로 삼으려는 브룬힐데의 고양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이 악상을 재현해야할 만큼 극적인 logic은 어디에도 없다. 물론 억지로 갖다 붙이려면 할 수도 있다. 지그린데도 브룬힐데도 모두 지그프리트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는 충동에 가득 차 있다는 점에서는. 하지만 이것 역시 억지 춘향이다."

주장1: 장면과 악상 사이의 극적인 논리가 없다. --> 논리를 찾는 데 실패한 것이니 여기서 끝. 내가 그 논리 찾아줄 수도 있으나 지엽적이고 '음악' 얘기도 아니므로 생략.

주장2: 지그린데도 브룬힐데도 모두 지그프리트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는 충동에 가득 차 있다. --> 근거는 제시하지 않음. 내가 반론을 펼 수도 있으나 역시 지엽적이므로 생략.

주장3: (지클린데와 브륀힐데의 희생충동이 장면과 악상 사이의 논리라 해도) 그건 억지 춘향이다.

"왜냐하면, 예를 들어 알베리히나 보탄은 둘 다 야심에 들떠있으며, 그 야심의 대상은 동일한 반지란 이유를 갖다 붙이면, 발할라의 모티브를 알베리히에게 붙여도 괜찮다는 식이 되고 말 것이니까."

논거: 보탄이나 알베리히나 그놈이 그놈이기 때문이다.

종합해보면, 보탄이나 알베리히나 다 나쁜 놈이므로 '희생충동' 논리가 억지 춘향이다???

그러니까 지클린데와 브륀힐데는 악당의 딸이므로 희생할 자격이 없다는 얘긴데, 딸이 아버지의 죄를 짊어지면 안 되는 이유가 뭔지 몰라서 한참 더 생각해 봤습니다. 반박할 말은 많지만 원문을 읽지 않고 함부로 말할 부분은 아닌 것 같네요.



4. 버나드 쇼는 결국 바그너의 후기 양식이 불만인 것 같습니다. 그게 플롯 때문인지 음악 때문인지 주장의 속 배경이 분명치 않은데, 만약 음악 때문이라면 <트리스탄>과 <파르지팔>까지도 모두 깎아내려야 일관성이 있습니다. (더불어 탄호이저 파리 판도 깎아내려야 합니다.) 그런데 <파르지팔>은 칭찬했네요. 결국 음악은 아무 문제 없고 플롯이 나쁜 것인데 근거 없이 음악까지 덤터기로 험담을 늘어놓았던 것이라 결론 내릴 수 있겠습니다. 그게 아니면 <파르지팔>도 까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맞아 죽을까 봐(?) 말 바꾸기를 했다고 이해할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플롯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고 버나드 쇼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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