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발자취, 실마리 등을 뜻하는 독일어 ’Spur’는 때로는 어떤 악곡에서 반복되는 주제나 모티프를 뜻하기도 한다. 이것은 변화 없이 반복되거나 안정적이고 제한적인 변형만을 거치는 것이 아니라 역동적인 변형 과정을 거친다.
‹spur›는 베아트 푸러가 음악적 아이디어를 변형시키는 기법을 뜻하는 제목이라 할 수 있으며, 독일어에서 명사가 대문자로 시작하는 것과 달리 작곡가가 제목을 소문자로 시작하게끔 한 까닭 또한 감상자가 그것을 단순히 ’흔적’을 뜻하는 일반명사로 이해하지 않게끔 하려는 의도라고 짐작할 수 있다.
이 작품을 즐기기 위해 감상자에게 필요한 것은 작품에서 불분명한 음으로 반복되는 음악적 아이디어 또는 제스처가 어떤 흔적을 남기며 변형되는지에 집중하고, 그 발자취를 따라가며 변화하는 색채감과 개별 흔적들이 뒤섞이며 만드는 새로운 음향을 즐기는 일이라 할 수 있다. 푸러는 이 작품에 관해 “같은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순환하지만, 그 아이디어가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나타난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Beat Furrer: spur für klavier und streichquartett (1998)
Spur, a German term meaning trace, track, or clue, also connotes a motif or theme recurring throughout a musical composition. Rather than repeating without change or undergoing stable variations, it undergoes dynamic variations and transformations.
‹spur› can be interpreted as a designation for the technique of transforming musical ideas by Beat Furrer. The decision by the author to begin the title with a lowercase letter, which deviates from the German convention of capitalizing nouns, may be intended to prevent it from being perceived merely as a common noun meaning “trace.”
What the listener needs to enjoy this work is to focus on how the recurring musical idea or gesture, characterized by ambiguous notes, leaves a trace and transforms. They can also enjoy the changing timbre as they follow these traces, as well as the sonic texture produced when multiple traces are interlaced. Furrer explained, “It centers around the same idea, but one can observe it taking a completely new dir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