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14일 금요일

오디오 재생음의 미학과 미신 사이

한산신문에 연재 중인 칼럼입니다.


제가 인터넷으로만 알고 지내는 ‘온라인 이웃’ 가운데 음악감상실을 운영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원래 직업은 대학교수이고 음악감상실은 취미이자 부업으로 하시는 듯하더군요. 오디오에 관한 지식이 풍부하신 모양이고, 그 감상실에는 매우 훌륭한 오디오가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분이 최근에 어떤 분께 요청을 받고 오디오 구매에 관한 상담과 구매 대행까지 하기로 했다가 막판에 거래를 취소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고객’의 가족이 마침 음향학 전공자였다는데, 그분이 ’이웃님’을 사기꾼 취급하면서 왜 값비싼 오디오 케이블을 추천했느냐, 케이블에 따른 음질 차이를 이론적으로 설명하라, 등으로 따지더랍니다.

아마도 그 음향학 전공자가 이해한 ’음질’은 오디오 신호의 신호대잡음비나 디지털 오디오 데이터의 해상도 등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 개념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음악 좋아하는 일반인이 흔히 생각하는 ’음질’은 소리에 대한, 더 정확히는 음색에 대한 심미적인 판단을 뜻하고, 따라서 수치로 나타낼 수 없는 주관적인 개념이지요. 전혀 다른 개념에 같은 이름이 붙어 있으니 오해와 불신의 원인이 됩니다.

저는 스트라디바리우스 비올라를 한 대 갖고 있습니다. 물론 ’짝퉁’이지요. 이 비올라와 진품 스트라디바리우스 비올라는 아마도 다른 소리를 낼 겁니다. 어떤 소리가 더 좋은지에 대한 판단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고, 어쩌면 두 가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심미적 판단력을 기르려면 경험과 훈련이 필요하고, 결국 문제는 이웃님의 심미적 판단력을 신뢰할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음질이 주관적인 개념이다 보니 오디오 마니아 사이에 실제로 미신이 횡행하기도 하고, 사기꾼을 만나 피해를 보기도 쉽습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오디오와 관련해 제가 직접 음질 차이를 경험했거나, 효과가 있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돈이 들지 않거나, 돈이 들더라도 음질 차이가 크게 난다고 알려진 팁 위주로 몇 가지 소개할까 합니다.

첫째, 대형 스피커가 아닌 ‘북셸프’(bookself) 스피커라 부르는 흔한 가정용 스피커에는 반드시 오디오용 스피커 스탠드를 사용하세요. 좋은 스탠드는 스피커의 진동을 잘 잡아낼 수 있는 스탠드이고, 그래서 물리적으로 안정된 구조로 되어 있으며 스파이크(spike)가 달려 있습니다. 문제는 ’고작 받침대’의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다는 것인데, 스피커 스탠드가 오디오의 액세서리가 아닌 중요한 구성요소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둘째, 스피커를 벽과 너무 가까이 붙이지 말고, 스피커 주위에 소리의 전달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없도록 하고, 스피커와 스피커 사이를 충분히 띄워 주세요. 더 자세한 내용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가장 좋은 것은 전문가가 공간과 가구 배치 등을 확인하고 스피커의 최적 위치를 판단하는 것이지만,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는 것 정도는 전문가가 아니라도 할 수 있지요.

셋째, 오디오에 연결된 전원의 접지(grounding) 상태를 확인하세요. 전기 관련 기초 지식이 필요한데, 이 글에서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겠습니다. 저는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를 결정할 때 멀티미터로 두 가지를 확인했습니다. ① 벽 전원의 접지단이 살아있는가 ② 230V 정도로 여유 있는 전압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가.

넷째, 오디오와 다른 가전제품은 되도록 서로 다른 벽 전원을 사용하시고, 앰프의 전원 케이블은 가능하면 멀티플러그를 거치지 말고 벽 전원에 바로 꽃으세요.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마트에서 파는 멀티플러그 말고 전기용품 도매점에서 판매하는 것을 사용하세요. 광대역 전기신호를 감당할 수 있게끔 설계된 것이면 더욱 좋습니다. 오디오용 멀티플러그가 따로 판매되기도 하지만, 가격이 비싸서 적극적으로 추천하지는 못하겠네요.

이 글에서 소개하지 않은 것들은 돈이 들지 않거나 적게 드는 것부터 하나씩 직접 경험해 보고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소리에 관한 심미적 판단은 주관적이기도 하지만, 좋고 나쁘고는 상대적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상대적인 것은 기준이 필요하지요. ’좋은 소리’에 관한 탁월한 판단 기준이 가까이에 있습니다. 바로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좋은 연주자가 들려주는 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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