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12일 수요일

베토벤: 현악사중주 1번 F장조 Op. 18-1, 16번 F장조 Op. 135, 8번 e단조 Op. 59-2 "라주몹스키"

현악사중주 1번 F장조 Op. 18-1


베토벤의 첫 번째 현악사중주 연작인 Op. 18 가운데 첫째 곡인 F장조 현악사중주는 작곡 시기로는 Op. 18-3 D장조에 이은 두 번째 곡으로, 베토벤은 Op. 18 연작 6곡을 마무리한 뒤에 1번~3번을 상당 부분 수정했다. 베토벤 초기 양식을 대표하는 이 작품은 주제 선율에서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영향이 뚜렷하지만, 그것을 이끌어 가는 방식은 하이든-모차르트에서 좀 더 나아간 독자성을 보인다.

소나타 형식으로 된 1악장은 제시부 코다에 앞서 제1주제와 제2주제가 점점 짧은 호흡으로 되풀이됨으로써 '예비발전부' 역할을 하는 점이 특이하다. 발전부에 제2주제가 나오지 않는 점은 이 작품의 다른 악장에서도 나타나는 특징이다.

2악장은 오페라 아리아를 소나타 형식에 맞춘 듯한 짜임새이다. 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덤 장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전해지며, 베토벤의 스케치에는 '무덤에 들어감' '절망' '자살' 같은 말이 있다. 3악장은 스케르초와 트리오이고, 4악장은 론도-소나타 형식으로 발전부에 제2주제 대신 새로운 주제가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현악사중주 16번 F장조 Op. 135


베토벤은 현악사중주 16번 Op. 135를 완성하고 나서 현악사중주 13번 Op. 130의 마지막 악장을 새로 썼다. 그리고 더는 작곡을 하지 않았다. 베토벤의 마지막 현악사중주인 Op. 135는 파격적인 다른 후기 현악사중주와 견주면 오히려 고전적이고 단순명료한 짜임새가 특징이다.

1악장을 시작하는 주제는 텍스처가 엷고 가벼운 느낌이라 '베토벤의 제1주제'치고는 뜻밖이다. 그에 반해 이어지는 경과구가 일반적인 경과구를 넘어 중요한 역할로 발전하며 '제1주제군'을 이룬다. C장조로 된 제2주제는 부점리듬 위주인 것을 제외하면 제1주제와 크게 대조적이지 않고, 제1주제의 후반부 성격을 띄며 유쾌한 우아함을 완성해 코데타로 이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2악장은 스케르초와 트리오이며, 빠른 템포와 엇박자로 톡톡 튀면서 신나게 달리는 짜임새이다. 3악장은 형식적으로는 변주곡이지만 내용적으로 오페라 아리아 같은 악장으로, D플랫 장조로 밝게 억눌린 슬픔이 느리게 흐르다가 절규를 거처 처연한 눈물과 미소로 끝나는 짜임새이다.

4악장에는 "힘들게 내린 결단"(Der schwer gefaßte Entschluß)이라는 소제목이 붙어 있고, "Muß es sein?"(그래야만 하는가?)과 "Es muß sein!"(그래야만 한다!)이라는 문장이 악보 첫머리에 이정표처럼 붙어 있다. 느리고 고통스러운 '그래야만 하는가?' 음형이 도입부를 지배하고, 갑자기 경쾌한 '그래야만 한다!' 음형이 나타나 제1주제가 된다. 나머지는 대체로 깔끔한 소나타 형식이다.


현악사중주 8번 e단조 Op. 59-2 "라주몹스키"


베토벤의 중기 양식을 대표할 만한 이 작품은 '라주몹스키 사중주' 3연작 중 두 번째 작품으로, 비엔나 주재 러시아 대사였던 안드레이 라주몹스키 백작이 위촉했다. 소나타 형식으로 된 1악장은 발전부와 재현부를 묶어 반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재현부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어 발전부의 영역에 속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코다가 실질적인 재현부 역할을 한다.

2악장은 베토벤다운 애수가 소나타 형식에 녹아 있는 악장으로, 감정의 변화를 기준으로는 애수-비탄-애수-통곡-애수 짜임새이다. 제시부 코데타 음형이 발전부에서 '비탄'의 정서로 변하고, 코다에서 제1주제로 '통곡'한 다음 쓸쓸한 미소로 끝맺는다.

3악장은 단조로 된 스케르초와 장조로 된 트리오가 대비되는 구성이며, 트리오는 러시아 민요 '태양을 찬양해'에서 선율을 따왔다. 론도-소나타 형식으로 된 4악장은 마치 말을 타는 듯한 리듬으로 신나게 달리는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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