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롤 시마노프스키는 20세기 폴란드 음악의 선구자로 버르토크와 같은 세대이다. 유럽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며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드뷔시, 스트라빈스키 등의 영향을 받았고, 폴란드가 제1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독립국이 된 이후 폴란드 민속 음악의 영향이 뚜렷한 작품을 썼다.
1927년 작품인 현악사중주 2번은 작곡가의 후기 음악 양식이 집대성된 걸작이다. 1악장은 소나타 형식과 비슷한 짜임새로 되어 있으며, 드뷔시 음악을 연상시키는 트레몰로와 어딘가 동유럽풍인 느린 선율로 시작해 뒤로 갈수록 다채로운 빛깔로 변해가는 것이 특징이다.
2악장은 론도 형식과 변주곡 형식이 결합해 있다. 민요풍 선율이 변주되는 사이로 소음에 가까운 불협화음이 원시적 리듬을 타고 끼어드는 모습이 여러모로 버르토크 음악과 닮은꼴이다.
3악장은 시마노프스키식 대위법의 진수를 보여주는 이중 푸가이다. 느리게 제시되는 두 가지 푸가 주제가 조금씩 속도를 더해가다가 마지막에는 아찔한 속도로 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