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협주곡 중에는 차라리 교향곡에 가까운 짜임새를 보이는 작품이 더러 있다. 브람스 협주곡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겠지만,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이야말로 그 효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전통적인 협주곡 형식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특히 1악장을 이루는 주제들이 그물처럼 긴밀하게 얽혀 있으며, 그 긴밀함은 베토벤의 다른 협주곡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그리고 1악장을 시작하는 팀파니의 네 음 음형이 악장 전체의 씨앗이 된다.
독주 바이올린은 교향악적 짜임새의 중심적 역할을 맡는다. 특히 3악장 코다에서 그동안 쌓인 음악적 긴장이 으뜸화음을 만나 폭발하는 대목(마디 329)이 압권인데, 베토벤은 D장조 으뜸화음을 길게 늘인 화성 진행(I-VI-I-ii-V-I)을 되풀이하면서 마치 '승리의 팡파르' 같은 분위기를 내되 그 고양감을 독주 바이올린 선율에 집중시켜 놓았다. 독주 바이올리니스트는 이곳을 작품 전체의 절정으로 설득력 있게 전달해야 하며, 그래서 화려한 음형을 뽐내는 여느 협주곡과 사뭇 다른 음악적 역량이 필요하다.
1악장은 소나타 형식, 2악장은 변주곡 형식, 3악장은 론도 형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