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22일 수요일

피아니스트 조성진 인터뷰

통영국제음악당에서 발간하는 『Grand Wing』 3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지면이 모자라 일부 내용이 삭제되었던 것을 여기에서는 초안 그대로 올립니다.


2017년 3월 6일 월요일, 프랑스 파리 현지시각 오전 10시 15분

Q. 2014년에 통영국제음악당에서 공연했던 일을 기억하는가?

A.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차이콥스키 협주곡 1번을 협연했었다. 공연장 음향이 아주 좋았고, 피아노도 훌륭했고, 분장실 유리창으로 보이는 경치가 아름다웠던 기억이 난다.

Q. 연주회장 음향이 어땠는지 좀 더 말해 달라.

A. 솔직히 국내 공연장 중 음향이 가장 좋은 곳 가운데 하나라 생각한다. 울림이 딱 적당했고, 연주회장 크기도 적당해서 독주회를 하기에도 훌륭할 것으로 기대된다.

Q. 미셸 베로프 선생이 지난해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심사위원으로 왔었다. 그 얘기를 해주던가?

A. 통영 간다는 얘기 정도만 했었다. 콩쿠르에 참가했던 동창이 입상하지 못해 아쉽기도 했다.

Q. 미셸 베로크 선생님께 주로 토론식으로 수업을 받았다고 말한 일이 일다. 선생님께 배운 것이 있다면?

A. 선생님께 배웠던 곡 가운데 드뷔시와 프로코피예프 작품들이 가장 좋았다. 드뷔시 곡은 선생님께서 시범 연주를 해주시기도 하고, 페달링이나 프레이징에 관해 조언을 많이 들었다. 내가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라 한국에서는 선생님과 대화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지만, 프랑스에 와서 그런 성격이 많이 바뀐 덕분에 선생님께 더 많은 것을 여쭤볼 수 있었다.

Q. 하마마쓰 콩쿠르 우승했을 당시만 해도 때때로 쭈뼛거리는 듯한 성격이 연주에 드러난다고 느꼈는데, 요즘 연주에서는 그런 느낌이 사라졌다. 성격이 바뀐 계기를 미셸 베로프 선생님이 제공한 것인가?

A. 그보다는 프랑스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바뀌었던 것 같다.

Q. 통영에서 모차르트 소나타 K. 332와 드뷔시 《영상》, 그리고 쇼팽 발라드 전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드뷔시와 쇼팽을 고른 이유는 짐작이 되고, 모차르트 곡을 골랐던 이유가 궁금하다. (조성진은 도이체그라모폰에서 드뷔시 곡을 녹음할 계획이며, 그에 앞서 이번 주부터 여러 공연장에서 연주할 예정이다.)

A. 드뷔시와 쇼팽이 잘 어울리는 것처럼, 모차르트와 쇼팽 또한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쇼팽은 모차르트를 매우 존경했었고, '돈 조반니' 주제로 변주곡을 작곡하고 모차르트의 '벨칸토'를 받아들이는 등 음악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쇼팽이 음악에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도 어찌 보면 모차르트 오페라를 닮았다.

Q. 모차르트 곡 가운데 소나타 K. 332를 고른 이유는 무엇인가?

A.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 모차르트 소나타 중에서 하나 골랐을 뿐이다. K. 332는 하마마쓰 콩쿠르 때에도 연주했던 곡인데, 이번에 새로 연주하면서 해석이 어떻게 달라질지 나 자신도 기대된다.

Q. 바흐 곡은 무대에서 거의 연주하지 않는 것 같다. 평소에도 즐겨 연주하지 않는 편인가?

A. 바흐 평균율을 즐겨 연주하고, 프랑스 모음곡이나 파르티타도 가끔 연주한다. 그러나 리사이틀 프로그램에 넣기는 참 까다롭다고 느낀다.

Q. 공연장마다 피아노와 공간의 음향 특성이 다르다. 그때마다 어떻게 적응하는가?

A. 악기가 마음에 안 들면 아무리 연습을 하고 '마인드 컨트롤'을 해도 한계가 있는 것 같다. 피아노 액션을 가지고 다녔으면 싶을 때도 있을 정도다. 그런 점에서 조율사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연주회장 음향도 마찬가지다. 소리가 건조하게 들리는 편이라면 차라리 페달을 많이 쓴다거나 하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고, 템포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그 반대가 되면 템포를 빨리하기 곤란해진다.

Q. 프랑스 집에 가와이 피아노가 있고, 한국 집에 야마하 피아노가 있다고 들었다. 연주회장에는 대부분 스타인웨이가 있는데, 그밖에 좋아하는 피아노 브랜드가 있는가?

A. 우선 스타인웨이를 선호하는 편이고, 공연장에 따라서는 스타인웨이보다 파지올리가 더 좋은 소리를 내는 곳도 있었다.

Q. 더 옛날 피아노를 쳐본 일이 있는가? 베히슈타인, 뵈젠도르퍼, 또는 19세기식 포르테피아노는?

A. 베히슈타인을 공연장에서 쳐본 일은 없지만, 옛날식 뵈젠도르퍼를 연주한 일은 있다. 바흐나 하이든을 연주하기에 참 좋은 피아노라고 생각한다. 더 옛날 피아노는 박물관에서 잠깐 만져본 적이 있는 정도다. 19세기식 살롱에서 이를테면 쇼팽 마주르카를 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Q. 얼마 전 서울에서 있었던 독주회 때, 쇼팽 연주는 모든 사람에게 찬사를 들었지만 슈베르트 소나타 D. 958 연주는 호불호가 갈렸었다. 본인 스스로 자신의 연주에 얼마나 만족했는가?

A. 연주회장에 소리의 울림이 많았고, 객석에 관객이 찼을 때도 그다지 달라지지 않아서 썩 만족할 만한 소리가 나지 않았다. 둘째 날에는 다른 피아노로 바꾸고 악기 배치와 연주법도 조금씩 바꿨는데, 둘째 날 연주가 더 마음에 들었다.

Q. 그날 연주를 직접 들어보지 못해서 유튜브에 있는 프랑스 공연 실황을 들었다. 그 연주와 전반적인 해석의 기조가 비슷했는가?

A. 달라졌다. 머리 페라이아에게 레슨을 받은 일이 계기였고, 서울에서 좀 더 드라마틱하게 연주했었다.

Q. 이를테면 2악장 첫째 주제를 여리게 노래하듯 연주했다. 나라면 화음을 좀 더 꾹꾹 눌러 소리를 만들겠다는 생각이 들던데, '칸타빌레'가 되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A. 예를 들어 예상치 못한 C장조 화음이 나오는 곳이라면 그 화음을 강조해야겠고, 중간에 조성이 D♭ 단조가 되는 곳에서는 왼손 화음을 좀 더 볼륨 있게 쳐 줘야 느낌이 살아난다. 그러나 가곡을 닮은 곳은 가곡처럼 연주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슈만 가곡에서 피아노가 때때로 강한 자기주장을 하는 것과 달리, 슈베르트 가곡에서는 피아노가 성악과 같은 화성, 같은 선율의 틀 안에서 주로 움직인다.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에서도 그런 곳이 있다. 또 한편으로는 특정 작곡가에게 편견을 갖지 않는 태도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슈베르트답다는 것은 무엇인가? 모차르트가 '돈 조반니'를 발표했을 때, 그 작품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모차르트답지 않다고 받아들여졌었나? 마찬가지로 슈베르트 곡에서 베토벤이 보일 수도 있고, 슈베르트가 베토벤보다 더 드라마틱하거나 더 관현악적일 수도 있다.

(내가 들었던 프랑스 공연 실황 영상에서 조성진은 악보의 세세한 지시를 깜짝 놀랄 만큼 충실하게 지키고 있었다. 악보의 아주 작은 부분까지 모조리 외우지 않고서는 가능하지 않은 연주였다. 조성진의 슈베르트 해석이 철저하게 악보를 근거로 한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

Q. 평소에 연습을 4시간 정도 한다고 예전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 시간에 집중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인가?

A. 딱히 비결은 없고, 자연스럽게 집중이 되는 편이다. 물론 피곤하거나 딴생각이 날 때도 있지만, 그럴 때는 연습을 중단한다.

Q. 도이체그라모폰에서 쇼팽 음반을 녹음했고, 이번에 드뷔시를 녹음할 예정이다. 향후 계획은?

A. 6월에 드뷔시를 녹음할 예정이고, 그 이상은 아직 말하면 안 될 것 같다.

Q. 통영 관객들에게 한 말씀 해달라.

A. 통영에서 독주회 제의가 왔다고 프랑스 매니저에게 연락을 받았을 때 단숨에 승낙했다. 2014년에 통영에서 공연했을 때 너무 좋아서 꼭 다시 가고 싶었고, 그래서 이번 공연이 많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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